어제의 분루를 삼키고
내일의 희망을 말하자
SF축구협 10일 이사회 멋진 결론
선배들 쌈짓돈 모아 ‘후배들 기살리기’ 첼시축구 무료관전(7월14일)
세리토스 축구대회 청년부 장년부 출전 체전미련 달래기로(8월12일)
체전사태 결의문, 대화합 위해 축구인들 회람 뒤 대외발표 보류키로
준비 다 해놓고 출전을 못했다, 다른 곳도 아닌 안마당에서 열리는 체전에, 다른 사람도 아닌 SF체육회 리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농간에 의해, 더욱이 혹시 보이콧을 할까봐 지레 걱정하며 나와달라 나와달라 사정하던 그들이 막상 판이 열리자 얼굴을 확 바꾸는 바람에…. 그 바람에 선수들만 골탕을 먹었다, 선수 가족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러므로 10일 저녁 헤이워드 한국의집에서 열린 SF한인축구협회(회장 이상호, 이사장 김수창) 이사회(사진)에서는 열불이 터져 막말이 튀어나올 법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제의 분루를 삼키고 내일의 희망을 차분하게 말했다. 제14회 SF 미주체전에 SF축구의 출전길을 가로막았던 이들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도 거의 꼬박꼬박 “그분” “000씨”라고 존칭을 동원했다. 바깥을 향한 삿대질보다 안쪽을 향한 반성에 무게를 더 실었다. 어제의 분루를 삼키고 내일의 희망을 말하는 자리가 됐다.
희한한 농간에 속고 또 속고 별별 오해까지 뒤집어쓰면서도 “역시 축구인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멋진 결론들도 도출됐다. 그중 하나, 강도높은 훈련에 묵묵히 임하고 체전 가는 길이 막힌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장에 나가 의연하게 다른 경기를 지켜보고 특히 이웃사촌 실리콘밸리팀을 열심히 응원하는(본보 7월4일 A5면 참조) 등 선배들을 믿고따라준 후배들(청년팀 선수단)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선배들이 후배사랑 한뜻을 모았다. 오는 14일 저녁 스탠포드구장에서 열리는 세계적 명문구단 첼시팀(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후보)과 멕시코 프로리그 아메리카팀의 일전을 무료로 보여주기로 한 것. 첼시는 이 경기를 마친 뒤 LA로 이동,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특별후원하는 한-미-영-멕 4개국 프로축구 왕중전(19일-22일)에 출전한다.
평소 10명 남짓 모이다 이례적으로 23명이 참석한 이날 SF축구협 이사회에서는 또 8월25일(토)로 예정된 제13회 샌프란시스코축구협회장기 축구대회 개최, 그에 앞서 8월11일 남가주 세리토스에서 열리는 세리토스축구대회 참가에 대한 회장단의 보고를 일부 수정토론 뒤 가결했다. 협회장기 대회 심판위원장으로 유기형 고문이, 경기위원장으로 백종만 수석부회장이 각각 위촉됐다. 재미대한축구협회 재가입 문제도 통과됐다.
이날의 또다른 핵심은 미주체전 출전봉쇄 건. 이상호 회장은 재미축구협회와 샌프란시스코 축구협회간 갈등이 발생한 배경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SF체육회 및 체전조직위의 운영이 잘못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퇴진을 요구한 일로 심화된 SF체육회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어찌됐든간에 출전은 못한 것은 사실이고 회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표했다. 이에 대해 이사들은 한목소리로 회장직 계속수행을 결의했다. 다만, 이에 앞서 이사 2명은 이 회장의 경과보고에 대한 의사개진 형식으로 축구협회 지도부가 5월8일 한인회관에서 열린 조직위+경기단체장 연석회의 당시 조직위 사퇴를 발언한 것은 월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다수 이사들은 대회개막이 임박한 상태에서 조직위의 돈이 87달러밖에 없고 다른 협조도 거의 안되고 있고 조직위 핵심들이 한인사회의 신뢰를 못얻어 대회를 개최할 수 없을 지경이 됐는데 그런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 아니냐고 반론을 펴면서 오히려 축구협회가 그렇게 했으니 체전이 그 만큼이라도 치러진 것아니냐고 현 지도부를 옹호했다.
축구협회 이사회는 또 체전출전 봉쇄과정을 설명하고 축구협회에 대한 악의적 음해 등에 대항하기 위해 미리 준비된 축구협회 결의문을 배포하는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는 만큼 이사들 중심으로 축구인들은 이를 회람하되 마치 ‘끝난 체전을 두고 아직 싸우는 듯한’ 오해 등을 우려하고 화합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대외발표는 보류하기로 했다.
이상호 회장은 “이번 기회로 20여명 이상 이사진이 모여 기분이 좋다”며 이사진 간 이견이 있었음에도 모두가 모여 토론을 통해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이 축구협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지한 토론과 성숙한 결론에 만족감을 표했다.
<정태수 박승범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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