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고대하던 입학통지서가 날라온다. 합격하기를 간절히 원하던 학교에서 좋은 소식이 올 때에는 하늘의 별을 딴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집안의 경사이며, 이웃도 함께 기뻐한다. 그동안 부모가 쏟아넣은 돈과 시간, 그리고 온갖 정성이 결실을 맺는다. 이제 그 결과가 입학으로 나타났으니, 부모들은 마침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해방감도 맛보게 된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알아서 자기들의 일을 처리할 것’이며 명문학교에도 들어갔으니, 장래는 보장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벌써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된다. 그리고 그 때에는 입학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인생의 새로운 계획이라는 과제 앞에 마주서게 된다. 취직을 할 것인가. 공부를 더 할 것인가. 이제야말로 세상을 돌아보며 삶이 무엇인지 여유있게 살펴볼 것인가. 모든 것이 현실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리고 졸업식은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다. 어쩐지 마음이 허망해지고, 막막한 생각과도 같은 그 느낌은 졸업을 하는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찾아온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온 집안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늘을 날 것만 같던 입학 때의 기쁨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찾아온다.
대부분의 이민 1세대는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가야 하는 미국의 전문 대학들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 아이들이 가기를 원하는 미국의 대학원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나름대로 동분서주하면서 아이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으나, 생소한 대학원에 관하여는 조언을 해 줄 일도 별로 없다. 도와줄 길이 막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래에는 의사, 변호사, MBA, 약사, 회계사, 그리고 교사. 이러한 직업은 갖기를 원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박사학위를 받는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전문직을 가지려면, 그에 해당하는 학교에 다시 입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원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 부모들이 할 일이 없으므로 아이들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그런가 하면, 의사의 집안에서 많은 의사가, 박사의 집안에서 박사가 많이 배출되기도 한다. 그것은 경험자의 조언이 여러 가지로 유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였던 부모들은 마침내 깨닫는다. 대학에 입학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대학에서도 전과 같이 여전히 공부에 매진하여야 하며, 졸업 후의 진로를 위하여서도 피나는 노력은 계속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또 깨닫는다.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대학의 명성이 아니라 아이가 그 동안에 그 학교에서 무엇을 얻었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그리고 유명대학의 후광은 아이가 이름을 날린 후에야 비로소 그 이름의 뒷받침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평생직업을 위해서는 졸업과 상관없이 항상 공부하여야 하며, 전에는 대학교육이 고등 교육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높은 교양에 보탬이 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은 오직 학문을 향해서 매진하는 고난의 길이라는 것,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장사를 해야한다는 것도, 이제 우리 1세들은 알게 되었다.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거나, 박사학위를 받고 학자나 과학자가 되겠다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그 아이를 위해서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가.
부모들은 학문을 하겠다는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동무의 입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며, 함께 간다는 뜻은 결국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길은 길고도 어려운 여정이다. 그것은 아마도 옛날 귀족의 자녀들이 공부를 하고 학자가 된 후,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이 계속해서 자기의 학문에만 정진하였던 전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길인지, 어디로 가는 길인지, 좋은 동반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제까지의 희생적인 뒷바라지가 허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졸업의 시즌을 맞이한 이 때에,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정말로 아이의 좋은 길동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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