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전문가 박시라 객원기자의 ‘재미 톡톡 효과 쑥쑥 한글공부’ (2)
한글공부 첫걸음 - 글과 친해지는 환경 만들기
“저는 첫 애 낳고 이것저것 많이 시킨 편이예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극성맞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한글에 쉽게 흥미를 갖지 못하더라고요. 공부하자고 하면 애가 무작정 저를 피해 도망을 다녔거든요. 그래서 다섯살 때 선생님이랑 상담했더니 아이에게 이런저런 한글학습을 시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끊었습니다. 한동안 아무것도 안시켰고요, 점차적으로 아이와 같이 신문에서 글자 찾아 오리기나, 동화 읽어주기처럼 엄마랑 같이하는 놀이활동으로 접근을 했어요.”
아이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한글 읽기, 쓰기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고민이다. 너무 일찍부터 가르치자니 아이를 잡을 것 같고, 계속 놀게 하려니 우리 아이만 혼자 뒤쳐질 것 같다. 그러나 열심히 놀고 싶어하는 연령의 어린 아이들에게 억지로 읽기, 쓰기 등을 시킨다면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의 내면에서부터 ‘읽고 싶다’, ‘쓰고 싶다’라는 욕구가 생겨야 한다. 따라서 우선은 한글에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다양한 색과 모양의 쓸 것을 준비해둔다
아이들은 손에 아무것이나 잡고 쓰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책상이나 식탁 등 위에 다양한 색과 모양의 쓸 것과 종이를 준비해 두면 좀 더 자주 글자를 쓰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글도 빨리 깨우칠 수 있다.
▷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담겨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하려면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엄마가 몰두하여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 심심해진 아이도 책을 들고 와 읽어달라고 옆에 앉게 될 것이다.
▷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글자를 먼저 가르친다.
어떤 아이든 자신에게 의미있는 글자에는 먼저 관심을 나타내고 써보고 싶어하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부터 가르쳐보자. 예를 들어 많은 남자아이들은 기차나 자동차 등과 같은 탈 것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이와 같은 단어들을 낱말카드와 함께 제시하며 가르친다.
▷ 집안 사물의 이름을 한글로 써붙인다.
‘화장실’, ‘텔레비젼’ 등등 집안 사물의 이름을 아이가 보기쉽게 써 곳곳에 붙여 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큰소리로 정확하게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때론 그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어 들려준다. 당장은 아이가 글씨를 몰라도 사물의 이름을 익히고 글씨와 친해질 수 있다.
▷ 엄마와 메뉴판 만들기 놀이를 해본다
저녁 시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메뉴판을 직접 써서 만들어 본다. 매일 저녁, 적어도 주말 저녁이라도 ‘비빔밥’, ‘오므라이스’ 등의 간단한 음식 이름들을 써보고 읽어보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다. 만약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ㅇㅇ이가 제일 좋아하는 새우깡이네”하고 말하면서 봉지를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노래가사를 써 붙여둔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가 있다면 가사를 써서 벽에 붙여두고 보면서 엄마가 노래를 불러주거나 함께 부른다. 또한 평소 운전시간이 긴 이곳 생활에서 아이들에게 한국 동요씨디를 가지고 다니며 들려주는 것도 필수.
▷ 길거리 간판을 읽어준다
영어로 쓰인 간판만 가득한 일상생활이지만, 한인마켓이 늘어선 거리에 갈 기회가 생기면 적극 활용한다. 큼직큼직한 글씨로 알아보기 좋게 쓰여있는 한국상점들의 간판을 읽으며 ‘저기는 우리 ㅇㅇ이가 좋아하는 책 파는 서점이네’ 하는 식으로 간판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 반복해서 하는 말을 커다랗게 써서 붙여둔다
예를 들어 장난감 서랍 위에는 ‘놀고 나면 정리해요’, 세면대 위에는 ‘이빨을 잘 닦아요” 라고 써서 붙여두자. 때로는 ‘ㅇㅇ야 사랑해’와 같은 쪽지를 아이에게 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계속>
삽화 : 남리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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