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축구선수단 출전봉쇄
그 아리송한 뒷얘기
재미축구협 대의원회의에서 SF축구 출전 못시킨다 발언한 김흥배 씨는 신동기 씨가 시켜서 그랬다 하고, 신 씨는 안시켰다 하고, 최도상 재미체육회 기획실장은 선수명단이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고, 신 씨는 다시 이상호 SF축구협회장이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고…
제14회 SF 미주체전에서 SF축구선수단의 출전이 봉쇄됐다. 퇴진조직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등 체전 및 SF체육회 정상화를 주도하면서도 선수선발전 주례훈련 자체평가전 등 일반부(청년부)와 장년부 동반우승을 목표로 몸만들기 팀만들기를 했던 SF축구선수단은 결국 경기 첫날인 6월30일에는 더블린 구장에 모여 이웃 실리콘밸리선수단을 응원하고 다른 경기를 지켜보며 허탈감을 달랬다. 일반부팀은 이날 댈러스팀과 번외 친선경기를, 장년부팀은 1일 오전 프리몬트 케네디 하이스쿨 구장에서 뉴저지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체전은 그렇게 흘러갔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SF축구선수단은 올해 가을 남가주 세리토스에서 열리는 세리토스컵 축구대회 출전을 요청받았고, 내년 여름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대한축구협회장기 쟁탈 전미주한인축구선수권대회에도 출전을 요청받아 승낙한 상태다. 한인축구동아리별로 이뤄지는 주례훈련 등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SF 미주체전에서 SF축구선수단의 출전길이 막히게 된 이유는 뭘까. 6월30일 개막식이 끝난 뒤 주경기장인 콘트라코스타칼리지의 체전상황실에서 열린 재미대한축구협회 대의원회의 및 그 전후에 벌어진 상황, 관련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 전개과정은 이렇다.
재미대한축구협회 대의원회의 주요안건은 새 회장 선출과 체전대진표 확정 등이었다. 새 회장으로는 남가주 거주 이성준 씨가 선출됐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안건이 체전문제로 넘어가자 박규현 회장이 SF선수단 출전불허방침을 밝혔다. 이유는 그동안 수차례 반복해온 체전방해론. 여기다 지난해 가을 SF축구협회가 재미대한축구협회의 허락없이 강릉시축구협회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왔다는 등 희한한 이유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타지 축구협회 임원들 몇몇이 어떻게 개최지 선수단을 출전시키지 않느냐며 반론을 제기, 분위기는 출전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때 SF체육회 신동기 이사장(체전집행위원장)과 김흥배 골프협회장이 회의장에 들어갔다. 김흥배 씨가 샌프란시스코는 축구를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최원 SF축구협회 고문(전 회장)이 김흥배 씨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졌다. 김 씨는 신동기 씨가 시겼다고 했다. 최 고문은 다시 신 씨에게 따졌다. 신 씨는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신 씨와 김 씨는 최 고문 앞에 나란히 서서 그렇게 서로 딴소리를 했다. 신 씨는 다시 회의장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우리 샌프란시스코 축구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자세를 취했다. 짜고 그런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만도 했다. 신 씨의 인사장면을 두고 백종만 SF축구협회 수석부회장은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느냐고 혀를 찼다.
밤 10시가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다시 출전쪽으로 가는 듯하자 이번에는 최도상 재미대한체육회 기획실장이 나섰다. 지난 5월 중순 재미체육회 직접주관 방침 발표이후 사실상 북가주에 상주하면서 신동기 씨 등과 손발을 맞춰온 최 씨는 이번 체전은 재미체육회가 주관하며 SF축구선수단 명단이 재미체육회에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미축구협회에서 출전을 허용하더라도 재미체육회 차원에서 출전시킬 수 없다고 못박았다.
SF축구선수단 40여명의 명단은 범동포후원회를 통해 신동기 씨에게 전달됐고, 지난달 22일 밤 미주체전 후원의 밤 행사 경과보고에서도 축구선수단이 포함된 270여명의 출전이 발표된 것은 주지의 사실. 이날 행사에는 이상호 SF축구협회장과 유기형 SF축구선수단장 등 축구인들도 참석했다. 그런데 축구선수단 명단만 접수되지 않았다는 최 실장의 발언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SF축구협회 임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SF축구선수단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모종의 각본에 따라 쇼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 내지 확신을 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폐막을 앞둔 1일 오후 주경기장. SF축구 출전불허 이유를 묻는 본보 기자에게 신동기 씨는 대진표 추첨 이전까지 이상호 SF축구협회장이 사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사람 따라 시간 따라 장소 따라 말이 달라지는 그들을 상대로 진실을 탐문해볼 가치라도 있을까.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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