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8.미국 이름 미셸 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일(이하 한국시간) US여자오픈골프대회 2라운드 도중 기권한 위성미는 올해 3개 대회에 출전해 기권, 꼴찌, 그리고 또 기권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월 손목이 부러져 예정됐던 나비스코챔피언십 출전을 포기하고 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던 위성미는 지난 6월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긴트리뷰트에서 복귀하면서 3차례 대회를 치렀지만 형편없는 경기력과 매너없는 태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위성미의 경기력은 작년까지만 해도 ‘골프천재’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았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복귀전인 긴트리뷰트 1라운드에서는 16번홀까지 무려 14오버파라는 황당한 스코어를 적어냈고 이어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는 꼴찌로 컷을 통과하더니 3라운드 83타, 4라운드 79타를 치며 최하위인 84위로 대회를 마쳤다.
절치부심 끝에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는 첫날 11오버파 83타로 망신을 당하더니 2라운드에서는 9개홀만 치르고도 6타를 잃었다.
3개 대회에서 위성미의 평균 스코어는 78타.
손목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고 부상 때문에 연습이 절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실전 경험도 거의 없어 벌어진 일이라지만 문제는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위성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찬사를 받을만큼 천재성을 발휘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선 LPGA 투어에서 우승컵만 없었을 뿐 언제나 상위권에 입상했다.
더구나 메이저대회에서 성적은 눈부셨다. 2003년 나비스코챔피언십 9위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위성미는 2004년 나비스코챔피언십 4위에 이어 2005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2위, 브리티시여자오픈 3위에 올랐고 작년에도 나비스코챔피언십 3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5위, 그리고 US여자오픈 3위라는 뛰어난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남자프로선수들과 대결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였다. 2004년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1타가 모자라 컷을 통과하지 못했던 위성미는 2005년 PGA투어 존디어클래식 2타차 컷오프와 일본프로골프 카시오월드오픈 1타차 컷오프 등으로 ‘남자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수준이 다소 떨어지지만 2006년 아시아프로골프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컷을 통과하는데 성공한 위성미는 그러나 하반기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PGA투어 존디어클래식 첫날 77타를 친 뒤 일사병으로 쓰러졌던 위성미는 유럽투어 오메가마스터스에서 꼴찌로 컷오프됐고 PGA 투어 84럼버클래식에서도 77타-81타의 졸전을 펼친데 이어 일본 카시오월드오픈에서도 81타-80타로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남자대회에서 잇따라 쓴맛을 본 위성미는 만만하기만 했던 LPGA 투어 대회에서도 참담한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작년 7월에 열린 에비앙마스터스에서 2위를 차지했던 위성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한번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한 채 26위에 그친 뒤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20명 가운데 17위에 그치면서 ‘우등생’에서 갑자기 ‘열등생’으로 변모했다.
당시 에비앙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68타를 친 위성미는 이후 이번 대회까지 9개 대회에 출전해 한번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했다.
오메가마스터스(78-79), 84럼버클래식(77-81), 카시오월드오픈(81-80), 2007년 소니오픈(78-76) 등 남자 대회 성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삼성월드챔피언십(74-72-72-75), 긴트리뷰트(1라운드 16번홀까지 14오버파), 맥도널드LPGA챔피언십(73-74-83-79), 그리고 US여자오픈(83-기권) 등 여자대회 성적은 목불인견이었다.
추락의 시발점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산탄총처럼 사방으로 볼을 날려댄 위성미는 카트도로에서 볼을 치다 손목을 다치고도 PGA투어 소니오픈 출전을 강행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달리기를 하다 넘어져 손목이 부러졌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손목 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 사이 남자 대회는 잊고 여자대회에 집중하라는 충고가 쏟아졌지만 위성미는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계속되는 남자대회 출전은 스윙을 망가뜨린 원인이 됐다.
더구나 위성미는 긴트리뷰트에서 ‘88타를 친 선수는 당해 연도 투어대회에 나올 수 없다’는 LPGA 투어 규정을 피해가려고 중도 기권했다는 의혹을 샀고 대회 주최자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게 그런 식의 기권은 예의를 모르는 일이라는 따끔한 지적을 받아야 했다.
특히 손목이 아프다며 기권하자 마자 다음 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대회장으로 날아가 연습을 하자 격분한 소렌스탐이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사과할 일이 없다고 말해 입지는 더 좁아졌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도 위성미는 ‘컷오프를 피할 길이 없자 기권했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몰렸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샷보다 위성미를 더 곤경에 빠지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따가운 눈총. 연간 2천만달러의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위성미는 이제 ‘황금알을 낳는 천재’가 아니라 ‘애물단지’로 전락한 느낌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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