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달러 미만 배상 건 변호사 없이 소송 가능

데스 플레인스에 사는 한인 박모씨는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창틀에서 흐른 녹물 때문에 카펫을 새로 깔았다며 집주인이 보증금(deposit) 800달러를 돌려주지 않았던 것.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이유를 설명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끝까지 거부하다가 현재는 전화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창틀 보수는 집주인의 의무에 해당하는데다가 카펫 등의 마모나 얼룩짐 역시 일상생활 중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normal wear & tear’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만약 박씨가 소송을 결심한다면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변호사비가 더 나올 것 같아 포기했다며 억울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이런 경우라면 소액재판이 방법일 수 있다. 소액재판은 목적 금액이 1만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변호사 없이 당사자들만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소송 제도. 일리노이주에선 개인과 법인 모두 청구가 가능하다.

소액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사례로는 주로 ▲어떤 사람에 의해 소유물에 피해가 발생했지만 보상을 거절하는 경우 ▲임대한 아파트를 손상 없이 깨끗하게 비워줬는데도 불구,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세입자가 리스 계약을 어기고 방을 비웠거나 수리해야 하는 피해를 남겼을 경우 ▲일을 시킨 뒤 돈을 주지 않는 경우 ▲새로 집을 수리한 뒤 같은 증상이 계속 발생함에도 불구, 계약업체가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 등이 있다.

청구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상대편과 맺은 계약이 있다면 계약서 사본을 만들어둔다. 그 뒤 상대편이 거주하는 카운티 소재 서기관실(Clerk’s Office)에 찾아가 소액재판 청구 양식을 달라고 요청한다. 청구서에는 본인의 이름 및 주소 뿐 아니라 소송 대상인 상대방의 이름 및 주소, 손해액, 사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 등을 기입해야 한다. 작성을 마쳤으면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한 뒤 사건 번호를 부여받으면 된다. 다음은 소액재판 관련 1문1답.

-상대방에게 소송을 건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나?
▲그렇다. 소송을 걸겠다는 의사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 셰리프를 통해서 소액재판 청구서 사본을 전달하거나 법원 직원에게 인증된 우편을 통한 통보를 요청하면 된다.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
▲무엇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다. 사건 관련 모든 서류 및 정보를 수집한다. 중요한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증인을 확보한다. 자동차 등 기계 관련 사건일 경우 결함있는 상품 판매나 불충분한 수리 때문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증인으로 확보한다.

-법정에서는 무엇을 하게 되나?
▲심리(hearing)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하고 본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제시하게 된다.

-판결만 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나?
▲승소했을 경우 법원 판결에 지금까지 소요된 모든 경비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법원이 피고에게 지불을 강제할 순 없지만 많은 경우 판결 즉시 돈을 상환하곤 한다. 피고가 계속 지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산 상태를 조회할 수 있는 청원서(Citation to Discover Assets)를 법원에 제출하면 피고에게 지불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피고에게 능력이 있다면 법원 판결을 근거로 추심절차를 밟으면 된다. 만약 끝까지 지불을 거절할 경우 피고의 신용기록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돈을 지불한다. 봉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