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남부 한인상권의 미래를 위한 제언
시카고 한인경제의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했던 남부 한인상권이 흔들리고 있고 앞으로 더욱 쇠퇴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광정 전 웨스턴 일리노이대 교수와 김신 전 시카고 스테이트 대학 교수 및 김창근 한인상우협의회 고문이 공동으로 연구한 ‘시카고 남부상권의 감소 현황과 원인, 그리고 그 대책’이라는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
■ 남부 한인상권의 현재
시카고 남부 한인 상권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시카고 한인 상권만의 특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카고 남부 한인 상인들은 LA나 뉴욕 한인 상인들과 달리 가발, 미용재료, 의류, 신발, 셀폰 같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갖고 주로 비즈니스를 한다. 이런 제품들은 한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물밀듯이 수출되던 제품들이지만 이제는 중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LA, 뉴욕 한상들은 리커, 개솔린, 청과 같이 미국에서 직접 생산되거나 제품화되는 것들도 다룬다. 결국 시카고 남부 한인 상권은 가발, 의류 같은 섬유류의 경공업을 중심으로 한 70~80년대의 한미 무역 패턴이 반도체, 자동차, 서비스로 바뀌는 데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남부의 한인 상인들이 흑인을 많이 고용하고 있으며 푸드 배스켓 등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바도 크다. 흑인들의 민족주의가 강해질수록 흑인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한인들에 대한 적개감이 커지겠지만, 대부분의 흑인 소비자들은 한인 상인들이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받거나 질이 낮은 제품을 파는 악덕 업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 삼인 공동의 연구 결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60세 이상의 한인 오너들이 크게 증가했고 이들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남부 한인 상권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 남부 한인상권의 전망
한인 상인 숫자 면에서 80년대말 전성기의 1천명에서 450여명으로 절반이 줄어든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남아있는 사람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연구를 맡았던 삼인은 구명갑 한인상우회 회장의 의견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매장의 인테리어를 소비자의 편리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상품의 질을 높여 중상류층 흑인 고객을 끌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상인들은 자신의 매장에 그 정도 투자를 할 능력은 대부분 갖고 있다.
남부 한인 상권의 규모는 줄겠지만 그 질적인 면에서는 더 나아질 것 이라는 희망도 있다. 먼저, 지금 남부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들은 60대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신의 가게들을 처분하고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한인이 인수해 계속해서 잘 운영해나간다면 한인 상권은 유지될 수 있다.
둘째, 시카고 남부의 한인 상인들 중 62.3%는 나이가 55세 이하인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중소규모 비즈니스를 남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경제활동을 통해 수입을 얻어야 가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연령대이므로 일부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계속 도전하며 사업을 확장시키거나 유지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셋째, 한인들이 체인망을 통해 자신의 사업을 대형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City Sports, Cosmos Mart, Athletes’ Foot, Ad Communications 같은 브랜드가 바로 대표적인 경우다. 이와 같은 대형화야 말로 한인들이 미국의 자본주의 흐름에 편승해 경제력을 키우는 원천이다.
마지막으로, 잉글우드 샤핑몰이 문을 닫게 되면서 많은 한인 상인들이 사업 터전을 잃었지만 시카고시의 배려로 59번가와 61번가에 2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대형 샤핑몰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이 잘 마무리되면 한인들은 한 장소에 밀집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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