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계류 32만9천건 중 17%가 2년이상 적체
워싱턴포스트지 실상 보도
최근 영주권 및 시민권 신청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FBI 네임첵(본보 6월16일자 1면 보도)과 관련, 워싱턴 포스트지가 17일 수년째 신분조회 상태인 한인들의 사례를 보도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FBI 신분조회는 지난 2002년 헤즈볼라 단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귀화와 관련해 FBI와 이민당국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대폭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 내용은 신분조회시 FBI 보유 자료 뿐 아니라 이민 관련 기관 보유 자료와도 대조하도록 명문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2년말에만 이민국은 신청인 270만명분의 신분조회를 FBI에 의뢰했으며 현재까지 FBI는 매년 이민국으로부터 150만명분의 신규 신분조회 의뢰를 받고 있는 상태다. 2007년 5월 현재 32만9천 건의 케이스가 신분조회 절차에 계류 중이며 이 중 64%가 90일 이상, 32%는 1년 이상, 나머지 17%는 2년 이상 적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분조회에 계류 중인 이민자들의 불만도 폭발, 지난 2006년 이래 이민국에 대한 소송은 전국적으로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실정이다.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신분조회로 인한 적체 현상을 이슬람 국가 및 로만 알파벳으로 번역되지 않는 이름을 가진 소수 인종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규정,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적체의 이유로 ▲FBI 및 이민국의 관료적 운영과 서로에 대한 원활하지 않은 협조 ▲진짜 위협을 가려낼만한 효율적 수단 미비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민국의 한 전직 관리는 의회가 국경 보안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이 이민 적체는 미 이민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장기 이민자들의 위협 여부 결정의 이유없는 지연은 이들 이민자들에 대한 정의도 아닐 뿐더러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비엔나 이민 법률사무소 돈 루리 변호사는 (지연과 관련해) 안보적 이유가 있다면 네임첵에 걸린 사람들은 아직도 이 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안보적 이유 없다면 왜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분조회시 데이터베이스 자동검색시스템으로 90% 이상이 3개월 이내에 ‘해당사항 없음’으로 결론나지만 나머지 10%에 수개월 내지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고작 30명의 분석관이 56개 지역 사무소와 협조해 전국 265개 지역에 저장돼 있는 서류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적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대해 FBI는 과중한 업무 부담 외에도 적절한 인력 수급 및 기술적 문제, 종이 서류 위주의 조회 방식에도 책임을 돌리는 한편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FBI 전국 네임첵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캐논 국장은 6억 달러를 들인 새로운 중앙기록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적체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며 신분조회에 걸린 신청인들이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FBI의 중앙기록시스템은 오는 2010년에야 비로소 가동될 예정인데다가 오는 7월말 이민국의 수수료가 인상되기 전에 각종 이민 관련 신청을 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당분간 적체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다음은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한 신분조회에 걸린 한인들의 사례다.
▲한인 유진주(36, 메릴랜드)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지난 1990년에 이민온 뒤 2002년에 시민권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유씨의 남편과 아이들은 현재 모두 시민권자이지만 유씨 혼자 FBI 네임첵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제 올지 모르는 ‘그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영주권을 신청한 컴퓨터 엔지니어인 강승호(40, 센트리빌)씨 역시 FBI 신분조회로 1년 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류가 아직도 계류 중인 이유는 지난 2001년부터 하이테크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신분조회를 강화했기 때문. 강씨는 정보자유법에 의거, FBI에 그에 관한 범죄 기록이 있는지 문의했으며 이에 대해 FBI는 아무 것도 없다고 회신했으나 이민국에서는 FBI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FBI가)나한테는 회신할 수 있는데 왜 이민국에는 하지 않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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