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때아닌 동시 다발성 ‘귀향마을’ 조성 발표로 지방자치 정부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리고 있다. ‘귀향마을’이란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한국에 돌아와 집단적으로 모여살 수 있도록 조성한 마을을 의미 한다. 오랜 기간 해외에 살았던 동포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살면 얼마나 좋겠냐는 순수한 동포애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그 효시(嚆矢)는 경상남도 남해군에 세워진 ‘독일 마을’이다.
1960-70년대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고국에 돌아와 살고 싶다는 염원에 착안하여 2000년대 초(初) 남해군이 바닷가 인근 지역에 20여
서구식 주택을 세웠다. ‘독일마을’은 21세기형 테마가 있는 생활과 문화를 연계한 특색 있는 유럽풍주택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당시 남해군은 “독일마을의 주택이 들어서면 국제사회로부터 동포애의 신뢰감과 자긍심이 고취되고, 국제화에 발맞춰 갈 수 있으며, 특색 있는 관광기반이 조성돼 매년 20억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도 되었다. 그러나 후일 거주 재외동포들의 복지 및 문화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독일마을’의 경우,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언론에 소개된 한 독일 동포는 ‘독일 마을’에 관련해 “김두관 전 남해 군수가 처음에 내놓은 마을 조성계획은 단지 내 독일식 공원과 빵집, 독일맥주집, 레스토랑, 수련원, 의료센터 건설 등 화려하게 설계된 마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된 것으로 안다”며 “지방자치 장(長)들은 사업 내용은 제쳐두고 임기 동안 업적 늘리기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군(郡) 관계자는 “독일마을이 유명해 지면서 남해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 등으로 남해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반된 의견을 보면 독일마을 건립에 따른 입주자의 불평과 공무원의 성공적인 평가는 ‘독일마을’의 조성 목적이 서로 달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난제가 많은 ‘귀향마을’ 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자치 정부에서는 재외 동포 ‘귀향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독일에서 설명회를 갖는 등 노년층 재외동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한 경제력과 2백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 미국거주 동포보다 재독동포가 우선 유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흥미 있다.
또 다른 ‘독일마을’을 추진 중인 충남 당진군은 애초의 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30여 세대 규모를 조성키로 하고 독일에 가서 직접 ‘귀향마을’ 설명회도 했지만 신청자가 예상외로 적어 규모를 축소하여 사업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동포는 “독일에서 나오는 연금만으로 물가가 비싼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고 독일처럼 전액 의료보장이 되지 않는 한국에서 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현실적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속마음을 보였다.
당진군 외에도 경기도 안성시와 경북 경주시가 ‘한독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독일마을’과 비슷한 ‘귀향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강원도 춘천시 역시 ‘귀향마을’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최근 사업을 백지화 했다. ‘귀향마을’ 조성의 원조인 남해군은 ‘독일마을’에 이어 작년 ‘미국마을(American Village)’을 조성키로 했으며 새로이 추진 중인 ‘일본마을’은 내국인 ‘귀향마을’로 변경했다. 이처럼 ‘귀향마을’이 지방자치 정부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업상 대외 홍보용으로 적합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요구되는 세계화 시대에 부응 된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에서 주민 투표로 선출 되는 시장과 군수들 사이에선 “무엇인가 하나 터트리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외형적인 실적 쌓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단기간 동안 주민들의 무리한 실적 요구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작은 사업부터 대형 프로젝트에 이르기 까지 일부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사전 충분한 검토도 없이 사업 계획을 선점 및 홍보하기 위해 우선 터트리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귀향마을”도 그래서 봇물처럼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 마을은 1883년 인천 개항과 함께 형성된 인천 ‘차이나 타운’이다. 한때 2만 여명 이상이 거주할 정도로 번성했다가 박정희정권 시절에는 무려 5백 명으로 줄기도 했다.
최근 인천시는 2010년까지 러시아영사관 같은 구한말 개항 당시 건물을 복원해 차이나 타운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초 개소식을 마친 인천 경제특구 영종도 지역 운북지구 복합레저 상업단지 신 홍콩(Beyond the Hong Kong)프로젝트 속에 재외 동포 아파트 건립안이 제출 되어 재미 동포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아직도 ‘귀향마을’이 일부 재외동포들 사이에 관심이 지속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향에 돌아 가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는 귀소본능(歸巢本能 )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재외 동포들의 기대처럼 순탄하지 않다.
이미 한국의 물가는 미국의 물가를 100으로 했을 경우 거의 95 수준에 있다. 이 말은 물가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물가가 생각보다 비싼데 더 큰 문제는 높은 주거 비용이다.
그리고 또 다른 어려움은 환경과 교통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상 몇 가지를 짚어 본 것처럼 재외동포들의 한국 역 이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한국에 다시 돌아 온다”는 것은 뒤늦게 언어장애가 없는 이민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거의 똑같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귀향마을’로 재외동포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홍보용 말보다 지방자치 정부의 철저한 근린 생활환경 조성시설과 종합 의료시설 등 편의 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소 규모 20-30 세대의 ‘귀향마을’을 실현하기 위해 예산 부족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지방자치 정부에서 입주자가 지불할 조성 원가 이상의 과감한 투자는 힘들다는 것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모처럼 시작된 ‘귀향마을’이 원래의 목적처럼 재외동포들의 귀국을 촉진하기 위해선 지방자치 정부가 홍보용이 아닌 현실적인 조성여건에 충실해야 될 것이며, 동포 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지역부터 여론 조사와 구체적인 유치 제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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