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기네스는 세계 50여 개국에 양조장을 두고 150여 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 맥주회사이다. 1755년 아일랜드의 아서 기네스 백작이 설립했으니 역사가 250년을 넘는다. 세계적 양조회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기네스’이다.
하지만 ‘기네스’란 이름을 정작 세계에 널리 알린 사람은 기네스 백작이 아니다. 그의 4대손인 휴 비버 경이다.
휴 비버 경은 새 사냥을 좋아했다고 한다. 1951년 11월 어느날 그는 친구들과 아일랜드 웩스포드 카운티의 강가에서 물새 사냥을 했다. 그런데 골드 플로버란 물새가 어찌나 빠른 지 한 마리도 사냥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새가 유럽에서 제일 빠른 새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그는 집에 돌아온 후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 서적들을 뒤적였지만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일 빠른 새를 둘러싼 논쟁은 친구들 사이에서 한동안 이어졌다. 그때 그에게 든 생각이 “이렇게 특이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만든다면 상당히 흥미롭겠다”는 것이었다.
휴 비버 경은 당시 런던에서 사실 확인 전문회사를 운영하던 노리스 맥허터란 청년에게 연락을 취했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그는 기록광으로 유명했다. 휴 비버 경이 노리스에게 주문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온갖 경이로운 기록들을 모아 편집해 달라는 것.
노리스는 쌍둥이 동생 로스와 함께 1년 동안 자료들을 모아서 1955년 8월27일 드디어 책을 발간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기네스북이다. 휴 비버경 은 처음 발간한 1,000부를 친지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는데 책이 너무 인기가 있었다. 특히 그해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엄청나게 팔려나가면서 이후 매년 개정판을 내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이다. 누가 제일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렸나, 누가 계란을 제일 멀리 던졌나 등 시합을 바탕으로 한 기록부터 제일 키가 큰 사람,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종양, 세계 제1의 세일즈 맨, 제일 짧은 강, 제일 긴 연속극 … 별별 희한한 기록들이 다 있다.
사람들이 워낙 기록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들도 많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고양이’ 부문이 생기자 고양이 주인들이 살을 찌우려고 너무 많이 먹여 고양이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일이 생겼다. 이후 이 부문은 폐지되었다.
아울러 경쟁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소송 위험이 있는 부문도 폐지된 상태. 1991년부터 없어진 술 마시기 대회가 대표적이다.
남가주의 김명준(65)씨가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다. 세계 7대봉을 최고령자로 정복한 기록이다.
김씨는 1999년 초 아프리카의 초고봉인 킬리만자로 정복을 시작으로 그해 말 남미의 아콩카구아, 다음해인 2000년 7월 유럽의 엘브루스 정복, 그리고 지난해 5월 아시아의 정상 에베레스트, 10월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츠를 마지막으로 7대 봉을 두루 정복했다.
그는 기네스북에 오르려고 등반을 시작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자랑스런 업적을 만들게 되었다. 나이 60을 넘어도 얼마든지 도전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가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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