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업체-종업원간, 라틴계 고발사례 많아

최근 추진 중인 ‘공정한 직장(Workplace Justice)’ 프로그램과 관련, 한인교육문화마당집은 한인 커뮤니티내 각종 사업장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마당집에 따르면 한인 직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임금 및 신분 문제로 구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임금 문제는 대부분 한인 업주와 라티노 종업원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신분 문제는 같은 한인 업주 및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서 자주 관찰된다. 특히 라티노 종업원이 임금 및 대우 조건과 관련해 주노동국에 신고할 경우 사안에 따라 소송 비용 등으로 원래 배상해야 할 금액의 최고 10배 이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1년 반 사이 한인 업주와 라티노 종업원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 중 합의된 것만 6건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한인 고용주 및 종업원 사이의 갈등일 경우에는 종업원측에서 대부분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고 조용히 그만 두고 있으나 일부 악덕 업주들은 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고 있어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노동법 등 관련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정한 직장’ 프로그램이 아직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 마당집은 한달 평균 4건 정도의 노동 관련 상담 요청을 접수 중이다. 한인 업주의 경우 대부분 재판 전 분쟁조정절차 시기에 상담을 의뢰하고 있으며 종업원들은 불만 신고 전에 문의한다는 전언이다. 고용주 대 종업원의 비율은 3:7 정도다.

마당집은 커뮤니티내 관련 수요가 상당하다는 판단과 함께 실제 프로그램이 개시되면 상담 건수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당집 최귀향 부사무국장은 불리한 노동 조건에 고통받는 종업원 뿐 아니라 한인 업주 중에서도 노동 규정에 무지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일부 업주는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고 있는 만큼 커뮤니티내 고용 환경 실태 조사 및 노동 관련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당집은 올해 안에 한인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공정한 직장’ 프로그램을 착수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오는 7월 관련 그랜트 수령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다음은 마당집이 소개하는 상담 사례들이다.

▲인수인계 받은 대로 했는데...
1년 전 같은 한인으로부터 서버브 소재 세탁소를 인수한 한인 A씨. 예전 주인으로부터 경영 일체에 관한 설명을 듣고 그대로 시행하던 중 주노동국으로부터 종업원이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초과근무수당 및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A씨는 예전 주인이 하던 대로 주급을 정해놓지 않고 세탁량에 따라 돈을 지급했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이후 A씨는 변호사와 상의, 법적 소송으로 들어갈 경우 업체 쪽에서 타임시트 등 임금 지불 기록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99% 이상 고용주에 불리하게 작용된다는 조언을 받고 울며겨자먹기로 재판 전 조정을 신청, 마당집을 통해 원래 청구받은 금액의 1/4을 지불하고 합의에 성공했다.

▲네가 감히...
역시 서버브에서 드라이클리너를 운영하는 한인 C씨도 주노동국으로부터 일을 그만 둔 종업원이 오버타임 수당 미지급으로 불만을 접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종업원이 주장하는 미지급 금액은 모두 1만달러 가량. 이 경우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면 5천달러 내외에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C씨는 합의를 거부하고 소송을 결심했다. 이유는 데리고 일하던 종업원이 아무런 상의도 없이 고발을 감행해 배신감이 들 정도로 괘씸했기 때문. 하지만 C씨는 지금까지 소송 비용으로만 3만달러 가까이 지불해야 했으며 앞으로도 그만큼이 더 들 것으로 보여 점차 후회하고 있다. 게다가 소송에서 질 경우 상대편의 법정 비용까지 물어줘야 할 판이어서 한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해 내린 결정으로 C씨의 손해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왜 차별하세요?
서류미비자인 라티노 종업원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고용주를 고소한 케이스. 한인 B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한 라티노 종업원이 동료 한인 종업원보다 자신이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소속 커뮤니티 노동법률클리닉과 상담, 고용주 B씨를 법원에 제소했다. B씨는 합의를 거부, 현재 소송은 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이미 들어간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당집에 따르면 최근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 고용법 관련 교육을 적극 실시하고 있어 한인 고용주와 라티노 종업원과의 분쟁이 갈수록 많아질 전망이다.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고...
마당집에 따르면 한인 관련 임금 및 대우 조건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발생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소송을 준비하려해도 ‘게임’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저 속앓이만 하고 있다는 것. 또 노동 계약도 없는 상태에서 업체는 이것 하나만 더 부탁한다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법 위반을 증명할 수 있는 여지를 찾기 어렵게 관리하고 있어 종업원의 개별적 대응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마당집에 상담을 의뢰한 한인 D씨는 노동조합이 있었으면 회사의 부당 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인으로는 힘의 차이가 너무 커서 소송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인끼리 너무 하네
한인 직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영주권 스폰서 사례. 몇 년씩 오버타임 수당도 없이 부당한 대우를 참고 일했지만 결국 영주권이 거부되거나 심지어 중간에 거부됐는데도 업주가 사실을 숨기고 계속 일을 시킨 경우도 있다. 특히 식당이나 수출입 및 물류 회사에서 이런 사례가 잦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외에도 회계사, 부동산, 변호사 등 전문직종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마당집 최귀향 부사무국장은 견디다 못해 다른 곳으로 스폰서를 구해서 옮기려 해도 이전 직장에서 문제를 삼거나 비방을 할 경우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쉬쉬하면서 그냥 참고 넘어간다며 특히 신분 문제가 결부된 경우 본인들부터 주저하기 때문에 도움을 주기 힘들 때가 많다고 전했다. 봉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