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철 - 테마여행
상륙작전 초기 미군 희생자 너무 많아 한때 상륙지점 포기 고려
오마하 비치의 혈전
프랑스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노르망디 해안’이다. 이곳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먼저 영화 ‘The Longest Day’를 보고 올 것을 꼭 권하고 싶다. 노르망디 작전은 스필버그 감독의 ‘Saving Private Ryan’에도 등장 하지만 ‘라이언 일병’은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고 ‘The Longest Day’는 사실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전혀 성격이 다르다.
6월6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진 D-Day다. D-Day의 D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이니셜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5,300척의 함정, 1만1,000대의 전투기, 그리고 공정대 2만3,000명 등 17만4,000명의 병력이 동원된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최대 격전장 오마하 비치. 하루 동안 3,000명의 미군이 숨지고 9,000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나중에는 29사단 참모장 코타 준장이 돌진해 백병전 끝에 독일 포대를 점령했다>
기자가 현지에 가 보고 놀란 것은 상륙과정에서 미군의 피해가 너무 커 현장을 지휘한 1군 사령관 브래들리 중장이 상륙지점을 포기하려 했고 총사령관인 아이젠하워 장군은 한때 노르망디 작전 실패를 사과하는 성명서를 초안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상륙 당일 3,000명의 미군이 해변에서 숨지고 9,000명이 중상을 당했으니 미군 지휘부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짐작이 된다. 영화에서는 짐작도 되지 않는 뒷이야기다. 영국군과 캐나다군의 피해는 적었다. 바람이 심해 미 공수부대가 목표 지점을 놓치는 바람에 일부는 독일군 집결지에 떨어져 수백명이 희생되었다.
<오마하 비치를 내려다보고 있는 미군 묘지. 9천8백여명의 장병이 잠들어 있다. 유대인 출신 미군병사 묘지에는 십자가 위에 별이 달려 있다>
가장 혈전이 벌어진 곳은 미 29사단의 상륙지점인 오마하 비치로 34대의 수륙양용 탱크 중 32대가 심한 파도로 물속에 가라앉는 비운을 당했다. 또한 오마하 비치는 물이 깊어 70파운드의 배낭을 짊어진 장병들이 육지에 이르기도 전에 수백명이나 익사했다. 보병전투는 탱크가 전방에 포격을 가하면서 보병이 뒤따르는 것이 교범이다. 그런데 탱크의 화력이 마비되었으니 보병이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29사단 사병들은 100피트가 넘는 절벽을 줄 타고 올라가 독일군과 백병전을 벌이는 혈투를 겪어야 했다. 어느 독일군 진지에는 이곳을 공격하다 숨진 미군들의 이름이 포대 앞 벽에 새겨져 있어 보는 사람들을 숙연케 한다.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독일 포대진지. 연합군의 엄청난 포격도 이를 부수지 못했다>
영화 ‘The Longest Day’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리던 미군 병사가 성당 탑에 걸려 발버둥치는 장면은 82공정단의 존 스틸 일병이 겪은 실화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그는 독일군의 포로로 잡혔다고 한다. 생 메르 에그리스 마을에 있는 이 성당(사진)의 꼭대기에는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존 스틸 일병의 인형과 낙하산이 전시되어 있다.
파리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노르망디 해안은 50마일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미군과 영국군, 캐나다군이 상륙한 오마하, 유타, 골드, 주노, 스워드 지역과 공수단이 낙하한 생 메르 에그리스 등 6개 마을이 전투 지역이었다. 이곳에는 마을마다 기념품 가게가 줄을 이어 있는데 독일군 헬멧 한 개에 120달러를 받고 있다. 노르망디 해변 마을은 프랑스에서 미국인에게 가장 친절한 곳이 것 같다. 관광객도 대부분 미국인과 영국인이며 동양인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오마하 비치는 프랑스 정부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일체의 건축을 불허하고 있다. 노르망디 상륙 후 연합군은 파리를 점령하기까지 발지전투 등 80일간 독일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며 25만명의 전사자와 200여만명의 부상자를 냈다.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자 프랑스를 ‘배반자’라고 불렀던 미국인들의 감정을 이해할 만하다.
<연합군의 상륙을 돕던 레지스탕스를 잔인하게 목메달아 죽이는 독일군. 연합군이 파리를 해방시키는대는 노르망디작전후 80일이나 걸렸다. <박물관 제공>>
<독일 기갑사단이 주둔하는 바람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완전 폐허가 되었던 노르망디의 인근도시‘캉’.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새로 건설된 도시다>
<이 철 /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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