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가사차별 소송급증
캘리포니아와 여러 주정부 및 시정부들은 가족들을 돌보는 책임을 떠안고 있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차별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승소가 줄을 잇고 있는 반면, 회사 측은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이 부분을 이슈로 삼아 무능하고 게으른 업무태도를 합리화하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가사를 책임지는 직장인들은 임신이나 노부모, 병든 가족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직장에서까지 임금인상, 승진 등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회사 측은 이들은 일반 직원들과 달리 제한된 분야의 일만을 하려고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UC헤이스팅스 법대의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어머니들의 직장 내 차별에 대해 ‘어머니의 벽’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직장 내 성차별인 ‘천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어머니의 벽’에서 좌초하고 만다는 것이다.
약국 체인점 월그린의 캘리포니아 바에호 매장 매니저였던 노라 로페즈(41)는 자신이 임신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로페즈는 “나는 12년 동안 월그린에서 일했다. 2005년 긍정적인 업무평가를 받아 매장 매니저로 승진했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로페즈는 임신을 했다. 아침에 구토증세가 심해 30분 늦게 출근했다. 지역 총괄 매니저의 허락을 받았다. 다른 직원이 매장 문을 열었다. 물론 매니저가 문을 열어야 하지만 몸이 아팠고 가끔 매니저 이외에 다른 직원들이 문을 여는 매장도 적지 않아 별 문제가 없을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 지역 총괄 매니저는 꼬투리를 잡았다. 어찌됐든 회사 규정을 어겼으니 사표를 쓰라고 했다. 로페즈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로페즈는 그해 11월 해고됐다. 아직 뱃속의 아이가 세상을 보기 전이었다.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인 로페즈는 출산 수개월 전 건강보험을 박탈당한 것이다.
로페즈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한 해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로페즈의 해고조치는 그의 사규위반에 의한 것이므로 정당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로페즈는 “임신으로 인해 몸이 아팠는데 그것이 어떻게 해고사유가 되느냐”고 울먹였다.
뉴욕의 한 학교 심리상담가인 일레나 백은 2004년 학교 측으로부터 종신고용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곧 아이를 출산한다는 얘기에 방침을 바꾸었다. 백이 아이를 낳으면 아무래도 업무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백은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항소법원은 백의 손을 들어주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로페즈의 해고처럼 직장 내 상존하는 ‘가사차별’과 관련한 소송건수가 400%나 증가했다. 다른 고용차별 소송이 2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비단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자들도 가사를 많이 돌보는 미국 사회의 여건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직장인들이 최대 피해자이다. “또 임신했어?” “집에서 애나 돌보시지” 하는 말을 내뱉는 상사들도 있다.
직장 여성들의 인식변화도 소송 봇물에 한 몫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들은 직장을 다닐 수 있다는데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불만이 있어도 꾹 참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세대 여성들은 제 목소리를 톡톡히 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방법은 회사 측이 직원들의 가사 돌보기를 적절히 배려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명확한 법조문을 기록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경우도 성차별이나 결혼 유무와 관련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가사 차별에 대해서는 명문화하지 않고 있어 문제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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