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을 할 때마다 그 높은 숫자들 때문에 밤낮 달러와 한화를 비교하여 ‘0’만 세다가 정신이 없다. 하도 단위가 높기 때문에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세다 보면 입이 벌어져 심한 격차를 느끼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많은 금액들이 대부분 현찰로 통용이 된다는 데에 있다.
물론 크레딧 카드나 자기앞 수표들이 쓰이기도 하지만 체크 북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이 그 많은 금액들이 실제 ‘하드 머니’로 지불되는 화끈한 나라가 우리의 조국이다.
어떤 분들은 그래서 돈 쓰는 기분도 난다고 하기도 하고 당장 실감나는 현금이 쓸 때나 받을 때나 최고라는 말도 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한인 사회에서 경조사에 봉투에 현찰을 할 것인지 혹은 체크가 확실히 ‘배달 사고’를 방지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에스크로에 통용되는 디파짓의 종류에 대해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많은 바이어들이 에스크로 디파짓에도 묵은 냄새 풀풀 나는 진짜 현금으로 디파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에스크로 회사는 은행이 아니므로 모든 디파짓이 은행으로 이송이 돼야 하는데 ‘현금’이 디파짓된 날에는 서로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추가되어 진다. 간혹 손님 앞에서 숫자를 세다 보면 금액이 한두 장 모자라는 경우도 있고 반대일 때도 있지만 문제는 위조지폐의 분별력이 에스크로 오피서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따금 위조지폐를 발견한 은행의 통보를 받을 때가 있고, 그 입금액이 1만달러를 넘을 경우 IRS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은행의 규정이다.
둘째로 가장 일반적인 디파짓으로 일반 수표로서 개인 수표와 비즈니스 수표가 있는데 두 경우 모두 구좌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임시 수표’일 때가 있다.
이때에는 수표의 왼쪽 상단에 개인 혹은 사업체 법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입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점의 하나는 바이어가 개인인데 사업체의 수표로 디파짓을 하는 것은 절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융자를 심의하는 은행에 모든 디파짓 자료가 제출되고 자금의 출처와 대조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어떤 바이어는 잔고가 없거나 이미 클로즈한 구좌의 수표로 일단 계약시 사용하고 실제 자금이 있는 어카운트의 체크로 대체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대방에서 수표의 사본으로 은행에 조회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작전’이 실패하는 때도 있다.
만약 이 고도의 전략이 드러나면 자금을 이동중이라던지 ‘홀드’로 잡혀 있다는 해명을 해야 하지만 모두 식상한 방법이 되어버렸다.
셋째로 대형 에스크로의 오픈에는 ‘캐시어스 체크’ 혹은 ‘송금’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셀러들이 많아졌다. 시간을 벌고자 하는 약삭빠른 바이어의 마음을 이미 아는 것이다. 은행 보증 수표인 캐시어스 체크나 오피셜 체크는 비슷하게 생겼으나 발행하는 은행의 영업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발행이 되나 성격이 약간 다르고 오피셜 체크는 지불확인 기간이 긴 단점이 있다. 가급적 클로징을 위한 입금으로는 오피셜 체크보다는 캐시어스 체크를 선호하게 된다.
가장 빠른 입금의 수단으로는 단연 송금이나 정확한 은행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만약 은행의 고유 번호가 잘못 기재되어 중앙은행에 오도 가도 못하는 사고가 생기기도 하고 가끔은 엉뚱한 은행으로 잘못 입금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확인 후, 도로 송금한 은행으로 보내어 지지만 시간이 많이 허비되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클로징을 위한 입금은 대게 3일 이전에 해야 하고 다운 페이먼트와 함께 비용을 포함한 모든 입금을 융자 은행에서 확인 후 융자의 최종 승인이 이루어진다.
에스크로에 입금되는 모든 수표의 사본을 은행에서 요구하므로 실제 은행에 제출되었던 자료들과 대치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몇달 전 마켓을 구입하던 A여사가 모든 융자서류에는 C은행에 자금이 있는 것으로 한 것을 잊고 본인의 비자금 구좌인 N은행에서 다운 페이먼트를 입금해 해명에 혼이 났었다.
그래도 은행의 배려로 잘 넘어갔으나 거의 취소 위기에 몰렸던 악몽을 잊지 못하겠노라고 했다.
가끔 오랫동안 보관했던 곰팡이 냄새 나는 현찰 사용을 고대하는 바이어나 은근히 기대하는 셀러가 있지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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