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하면 환자 잡는다!
제약회사들이 의사들에게 매년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 치료와 관련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데 대한 답례이다. 빈혈약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 약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이러한 리베이트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액수가 오고가는지 모른다.
약 판매 싸고 제약사들 과당경쟁 의사·병원에 ‘돈 로비’
암 및 신장투석 환자 수백만명 대상…유럽의 2배 ‘과다 처방’
다른 대다수 약들과 달리 명확한 정량 없어 의사들 재량 커
신장투석 및 암 환자 생명연장 고사하고 심장병·뇌졸중 야기
‘암 전문의 6인 그룹’ 지난해 리베이트 명목 270만달러 받아
암이나 신장 전문의 등 저명 의사들은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의사들이 사용하는 특정 약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분석가들에 따르면 암 전문의, 신장투석센터 의사들에게 지불되는 돈이 매년 거액을 지불해 실제 의사와 병원에 짭짤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은 지난 수년간 더 심해졌다. 제약회사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때문이다. 져 앰젠(Amgen)이나 존슨&존슨이 대표적인 제약회사이다. 이들은 의사와 병원에 지불하는 액수를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일례로 퍼시픽 노스웨스트의 암 전문의 6명이 엠젠으로부터 지난해 270만달러를 받았다. 이들이 환자에게 처방한 엠젠 약은 900만달러 어치였다.
연방식품의약청(FDA)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이들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들이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과다복용 시 그 반대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FDA는 이들 약에 적절한 경고 문구를 넣도록 했다.
엠젠, 프로크릿(Procrit), 존슨&존슨에서 나오는 애러네스브(Aranesp), 에포젠(Epogen) 등 약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작년에만 100억달러어치가 팔렸다. 이들 약은 메디케어 환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신장투석이나 암 물리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빈혈 치료제로 수 백 만 명이 애용하고 있다.
미국 암연구회의 렌 리히텐펠트 박사는 이들 약을 둘러싼 의사와 제약사들 간의 관계, 특히 리베이트 관행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것이 바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이들 의사들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약이 쓸모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연방법에 의하면 제약회사는 환자가 약국에서 처방알약을 샀을 때 이를 처방한 의사에게 돈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빈혈제 등에 대해 리베이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의사와 투석센터 등에는 이 약이 상당량 구비돼 있다. 의사와 병원은 이에 대해 리베이트를 받는다. 또 메디케어나 개인보험사로부터 추가로 약값을 보전 받는다. 이래저래 의사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게 마련이다. 해주도록 돼 있다.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많이 해주는 제약회사의 약을 선호하게 된다. 이에 대해 존슨&존슨은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반영할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엠젠은 이는 정상적인 관행이며 “우리 회사는 환자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제품을 정당한 방법으로 판촉하고 있다”고 했다.
투석용 약 사용량은 비교적 새롭게 시장에 소개된 1991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적혈구 양을 위험수준까지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FDA의 우려이다. 게다가 미국의 투석치료 환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 환자의 같은 환자들이 사용하는 양의 2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약을 처방받는 미국의 환자들은 유럽의 환자들보다 3배나 많다. 처방 양도 많다.
퍼시픽 노스웨스트 암 전문의였던 마이클 설리반은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관행이 의사들로 하여금 특정 제약사의 제품을 과다 처방하게끔 만든다”고 했다. 설리반의 아버지는 빈혈 치료약을 복용하다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저 전자기기 매매와 관련해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과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설리반에 속해 있던 6명의 암 전문의 그룹은 약 리베이트로 약 180만 달러를 받았다.
대부분 다른 약들과 달리 빈혈 약은 정량이 없다. 의사가 재량으로 처방하면 그만이다. 리베이트를 감안해 과다처방이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설상가상, 제약회사들이 과다투약보다 환자에게 적게 투약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더 있는지 여부에 대한 연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바드 의대의 아제이 싱 박사는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처방약의 양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용량에 따른 약의 위험도에 대해 제약회사들이 책임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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