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어딜 가나 비즈니스가 옛날같지 않다며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다. 특수한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예외겠지만, 한인을 포함해서 이민자 커뮤니티들은 백인들이 비전없다고 판단해서 버린 업종이거나, 저임금 노동력에 밀려 하는 수 없이 내준 자리다. 대개가 3D 업종에 해당하는 일들이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업종 가운데는 리커스토어, 세탁소, 옷가게 등이 있는데 이러한 업종 가운데서도 리커스토어 같은 것은 인도 계통이나 베트남인들에게 대세를 넘겨 주었다고 보여지며, 세탁소의 경우도 백인이나 쥬이시들이 하다가 한인들의 손으로 넘어 오기 시작해서 지금은 어딜 가나 세탁소엘 들어가면 십중팔구는 주인이 한인인데, 비교적 불경기를 덜 탄다는 세탁소도 요즈음은 찾아가는 속도가 느려져 매상이 줄었고 불경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L.A.의 다운타운에 가면 자바라는 곳에 한인들의 의류 도매상권이 있는데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해 있다. 이 곳에서 한인들의 손으로 디자인되고 생산된 제품들이 전 미국의 백화점이나 리테일 스토어로 공급되고, 남미는 물론 캐나다 일본, 유럽에서까지 고객들이 찾아온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요즈음 이 곳 또한 장사가 안된다며 크게 걱정들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눈에 띄는 몇 가지를 보면 첫째 고유가를 꼽을 수 있다. 4달러대를 넘어 설 것이라는 개스값은 서민들의 생활에 목을 조이고 있고, 둘째는 위에서 지적한 대로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지 못하고 제한된 업종에 너무 많은 분들이 몰려 공급과잉 현상을 빚어서 오는 문제가 적지않을 수도 있다.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또 있다. 백인들은 언제나 10년 정도 앞을 내다 보고 전망이 없으면 떠났다. 지금 우리가 붙잡고 장사가 안된다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었는데… 하며 한숨을 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이 백인들이 내다 보았던 그 10년 후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인들은 이미 초기 이민 세대를 넘어 2세들의 세대로 넘어왔다. 한국은 전 세계 상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유엔사무총장이 나왔으며, 분담금을 내는 나라로 성장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안에서만 맴돌며 같은 업종에 부대끼면서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가?
미국의 소매업계 역사를 보면, 뉴욕의 미들턴에 있는 조그만 상점의 점원이었던 21살의 프랭크 윈필드 울월스는 1879년 “5&10” 쎈트라는 간판으로 할인소매점을 오픈하면서 기존의 소매점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기 시작했고, 1916년 경에는 인구 8천명이 넘는 모든 지역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세계로 향했다. 20세기를 점거한 대단한 성과였다.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은 그의 성공을 언제까지나 그냥 두지는 않았다. 샘 윌튼의 등장이었다. 도시에 근거를 둔 울월스를 문을 닫게 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샘 윌튼은 도시에서 상당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창고형 대형저가매장을 오픈하고, 원스탑 샤핑을 하게 하여 오늘날의 “월마트”를 일구었다. 여러가지 통계 자료들을 보면 매주 약 1억명의 고객들이 월마트의 매장에서 샤핑을 하는데 이 숫자는 매주 미국의 모든 항공사들이 실어 나르는 항공 고객의 8배에 달한다고 한다. 2002년 월마트의 1일 매출은 36개국의 년간 국내 총생산량보다 많은 14억 2천만 달러였다. 같은 해 월마트는 년간 2천4백억 달러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로써 월마트는 항상 최고를 자랑하던 제너널모터스와 엑슨모빌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그런데도 1992년 샘 윌튼 사망 후 새로 등장한 CEO 리 스캇은 현재의 매출에서 2배, 3배의 매출을 올릴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니…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스캇의 자신감은 헛된 욕심이 아니다. 자신들이 올린 과거의 실적은 미국 전체 소매시장의 8%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사가 잘 되던 곳에 월마트가 들어오면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어떤 곳은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어 월마트가 못 들어오게 하여 스몰 비즈니스를 보호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로비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장사가 안된다고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앞을 보아야 한다. 울 월스가 그랬듯이 월마트도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웹싸이트가 새로운 소매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OFF LINE에서 ON LINE으로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최근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21세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으며, 사라질 업종과 생겨날 업종을 명확하게 구분지어 제시해 주고 있다. 블루 오션이니, 프로슈머니하는 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다가올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하지 않았으면 네트웍 마케팅 회사를 차렸을 것이라고 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성공자가 한 말이다. 준비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있다. 막다른 골목에서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역사는 진화하는 동물만을 살아남게 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2000년 21세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닷컴(.com)이라는 폭탄이 터졌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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