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수술 권위자 이선 박사- 이경원 원로 언론인
이선 박사와 이경원 원로 언론인이 만났다. 최근 열린 재미 한인대학생 총회(KASCON)에 연사로 초청된 이경원 기자의 숙소를 이선 박사가 방문한 것이다. 이선 박사는 세계적 미세수술(Micro Surgery)의 권위자이며 이 기자는 아시안 언론인으로 첫 주류사회 미디어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모두 한인사회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미국행 동창생’이다. 194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김포 공항을 떠나 일본 요코하마에서 선박을 타고 함께 미국을 건너온 것이다. 2년 전 한국 정부에서 총영사관을 통해 동백장을 두 사람에게 나란히 수여했을 때 잠깐 만났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재회는 아니었다. 이번이야 말로 햇수로 58년만에 감격적인 재회인 셈이다. 당시 30대의 이 박사는 87세로 9순을 바라보고 있고 20대의 이 언론인은 내년이면 80세가 된다.
<58년만에 진정한 재회를 한 이선(왼쪽) 박사와 이경원 원로 언론인>
1949년 성탄 전야 함께 도미 각 분야서 큰 업적
이 박사, 미세수술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로
이 언론인, 이철수 사건 해결외 29개 상 수상
출발 당시 회고에서 이 원로기자는 “김포 공항의 성탄 전야는 매우 추웠다. 당시 우리 또래의 그룹이 6~7명 된 것 같은데 그 중 이 박사가 나이가 제일 들어 차분했고 나는 가장 어려 기가 팔팔했다”고 말한다.
당시 미국행은 “고려대학교 재학 중 이인수 교수님이 권한 것이 계기가 됐고 데모가 만연한 시절 ‘놈팡이’처럼 지내는 것이 지겨워서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회고한다.
이 박사는 당시 한국에서 ‘이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서 좀 더 견문을 넓히고 싶어 아내의 권유도 있고 해서 도미하게 됐다. 이 박사의 사위인 임천빈 박사는 “당시 미국 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비전을 가지고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의사로서 돈 많이 버는 개업보다는 연구 쪽을 택해 미세수술 분야에 세계적으로 큰 업적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 중국, 남아공화국 등에서 미세수술에 대한 능력을 인정, 이 박사를 초청해 시범과 대학 강연 자리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또 각국에서는 학술 공로 메달을 수여하기도 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봉으로 우뚝 섰다.
언론의 길을 걸은 이 기자는 주류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 내셔널 헤드라인너스 클럽, AP뉴스 등 무려 29개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할 정도이며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 후보로 수차례 오르기도 했다.
특히 새크라멘토 유니언 기자 재직 시 이철수 사건을 터뜨려 이씨가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1973년 샌프란시스코의 이씨 사건은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갱 살인사건으로 무고한 이씨가 용의자로 몰려 수감된 것이다. 이를 잘 파헤쳐 한인사회 구명위원회를 조직, 이씨의 누명을 벗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두 사람이 극적으로 다시 만난 것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이 박사는 “이 기자가 활동해 오는 것을 꾸준히 지켜봤으며 언젠가 대 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추측이 맞았다”고 또박또박 말한다. 이 기자는 “출발 당시도 연장자로서 항상 침착했고 미국에서도 미세수술 분야에서 최고라는 소식을 듣고 존경해 왔다”고 답변했다.
이번 만남에서 이 기자는 이 박사를 인터뷰했다. 자신이 집필중인 ‘Lonesome Journey: the Korean American Century’(처량한 기행: 한인 이민 백년)라는 책에 이 박사의 족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이 언론인은 한인 젊은 세대를 위해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외치는 전도사다. 이번 SD 재미학생총회 준비위원장 조셉 전군은 그의 연설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전한다. 전 군은 LA폭동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이 언론인의 연설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눈을 뜨게 됐다고 고백한다.
<194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김포 공항을 출발하기 전에 이경원씨를 마중 나온 친구와 형제들. 오른쪽 맨 끝이 이경원 원로기자>
이 박사는 마지막 여생도 미세수술 연구에 바치고 있다. 머시병원 내 스크립스 클리닉의 연구소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인간의 췌장, 고환, 난소이식 수술이 가능하도록 해, 이와 관련 불치의 병에 있는 인간생명을 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문종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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