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값이 갤런 당 4불을 넘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악화되면서 개스값이 널을 뛰는데도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현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젠 피부로 느낄 정도다. 극 지대 빙하가 녹아 우리 코앞의 샌프란시스코만 해수면까지 높아지고 있다니 놀랍다.
다행히 그 덕에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드세다. 에너지 혁명이라고 할 만 하다. 그 중, 식물에서 추출하는 에타놀(ethanol) 개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유수한 대학들과 연방 에너지청이 함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의 이론적 바탕은 세워진 지 오래다. 단지 어떻게 하면 이 기술들을 값싸게 실용화하느냐가 혁명의 과제다.
현재 에타놀은 옥수수의 전분(澱粉)에서 뽑는다. 그런데 이 과정이 기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게 탈이다. 에타놀을 만들어도 별 이득이 없다. 게다가 옥수수나 밀 같은 농작물들을 쓰면 에너지 수요가 늘수록 곡물 값이 오른다. 세계 식량수급에 차질을 준다. 결국 곡물은 영구적 에너지 자원이 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전력을 덜 쓰고, 비 곡류에서 에타놀을 생산할 것인지에 골몰하고 있다.
셀룰로즈(cellulose)가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풀이나 나무성분인 셀룰로즈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려 한다. 식물은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취해 탄소동화작용으로 셀룰로즈를 만든다. 셀룰로즈는 탄소와 수소의 고분자로 이루어져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생물자원이다. 무한정한 무공해 에너지를 만드는데 안성맞춤이다. 성공만 하면 식량공급에 차질 없이 값싼 바이오 연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그런데 큰 난관이 가로막고있다. 셀룰로즈를 이루는 리그닌(lignin)이란 섬유질이 워낙 질겨 미생물들이 쉽게 분해할 수 없는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나무는 고분자 층들로 겹겹이 얽힌 리그닌을 뼈대로 비바람을 버티고, 병충해에서 자신을 보호해왔다. 이 촘촘한 분자층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 분해를 가능케 하느냐가 성공의 열쇠이다.
연구진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 유전공학을 이용, 셀룰로즈의 특성을 바꿔놓는 것이다. 잘 썩는 리그닌 분자세포를 합성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간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termite)나 곰팡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흰개미는 셀룰로즈를 소화시킬 수 있는 수백 가지 효소(enzyme)들을 지니고 있다. 실험을 통해 흰개미의 어떤 효소분비물이 가장 효과가 큰지를 찾는 것이다. 그 효소를 셀룰로즈 발효 공정 속에 직접 넣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헌데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효능 좋은 효소를 발견치 못했다. 효소가 흰개미 몸 속에선 잘 듣는데, 희한하게도 일단 몸 밖에 나오면 별 효과가 없다. 마치 카브레타가 자동차 엔진 밖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것처럼.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변형시킬 때 예상치 못한 새 걸림돌이 자꾸 생겨난다고 털어놓는 과학자들이 많다.
버클리 생태학 교수 앤드류 구테레즈가 대표적이다. 그는 모든 자연계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인간들이 과학을 이용해 자연을 소젖 짜듯 무한정 짜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들의 소비욕이 끝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브라질을 예로 든다. 브라질은 요즘 에타놀을 만드느라 아마존 정글을 끝없이 밀어내고 사탕수수를 가득 심고 있다. “아무리 싼 에타놀을 많이 생산하면 무엇합니까? 결국 자동차수는 더 늘고, 그 수요를 위해 마지막 밀림 한 평까지도 사탕수수밭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게 인간들의 소비욕의 실체입니다. 대체 에너지를 만드는 일보다 급한 것은 인간들의 소비욕구를 줄이는 정신 혁명입니다. 이길 만이 지구 파멸와 인간 멸종을 함께 막을 수 있습니다.”
에타놀만 만들면 지구의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동시에 다 해결 될 줄 막연히 믿고 있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노 교수의 양심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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