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품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구도 (composition), 심도 (depth of field) 및 광량을 측정하는 일이 요구된다. 이 중, 구도는 예술적인 면이고 사진 작품 활동에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광도는 빛을 측정하여 노출을 결정하는 요소이며 기술적인 면이 있다. 심도는 어떻게 보는 이로 하여금 주제로 인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 예술적이면서도 기술적인 면을 함께 지닌다.
광도는 기술적인 면이라 배우면 된다. 구도는 많은 생각과 자기 개발을 요한다. 사진 작품은 대중성을 띄고 있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파고 들어갈 수가 있다. 사진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고 작가의 뜻을 전해 받을 수 있으면, 사진 예술의 바른 방향으로 가로 있다고 생각해도 무난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디지털 시대로 들어와서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금새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므로, 측광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사진의 노출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조리개나 시간을 조절해서 찍으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술이 좋다고 사진을 잘 찍는다는 시대는 지나갔다. 오직 구도만이 실력을 판가름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학의 사진학과에서는 암실 작업 등 사진의 기술적인 면에 치중해서 가르친다. 실제 사진 작품 활동에 관련된 도구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한국의 사진계는 대학 교수들이 이끌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실전 경험이 있는 프로 작가들이 이끌고 있다. 카메라나 렌즈의 시험 모델 (beta version)이 나오면 대학 교수 보다는 실전의 프로 작가들에게 테스트를 의뢰한다.
나를 가르쳤던 선생들을 잠깐 소개하면, National Geographic 작가였던 Charles Cramer, Lou Jones, Jim Katz, Karl Grobl 같은 작가들은 모두 사진을 전공하지 않고, 영문학, 물리학, 심리학 등을 전공했고 학창 시절 카메라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다. Stanford Times의 Stacy Geicken, Nikon Professional 인 Vincent Versace, Travel Photographer 인 Jim Cline, UC Riverside 의 Craig Fucile 등은 사진을 전공하고 프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적인 면 보다도 예술적인 면을 가르친다.
이번에는 심도에 관해 설명하고, 다음 회에서 광도를 약간 다루고, 그 후에 구도에 관해 다루고자 한다.
피사체 심도에 있어서는 사용하는 카메라의 필름이나 센서의 크기, 이를테면 디카, 35mm, 중형 등에 따라 다르다. 35mm 카메라의 조리개를 f8로 했을 때의 피사체 심도와 같은 효과를 보려면 중형에서는 f11로 해야한다. 그 이유는 35mm 카메라 용 렌즈의 구경이 중형 카메라용 렌즈 구경보다 작아서, 렌즈 곡면이 더 완만하기 때문이다. 디카의 경우도 센서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대개의 DSLR에는 심도를 예견할 수 있는 단추가 (Depth of field preview button) 있어서 많이 활용해야한다.
전경을 (foreground) 뚜렷하게 해야할 지, 아니면 배경을 (background) 뚜렷하게 해야할 지 결정하는 것도 이 단추를 이용해서 조리개를 변경시키는 일이다. 요즘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도 화면의 이곳 저곳을 자동으로 촛점을 맞추게 되어서 (selective focusing), 작가 마음대로 심도를 조절할 수 있다.
조리개를 활짝 열면, 렌즈의 전체 곡면을 통해 빛이 들어 오므로 촛점이 맞은 부분은 뚜렷하게 보여도 그렇지 않은 부분은 희미하게 보인다. 이 경우 심도는 얕다고 한다 (shallow depth of field). 조리개를 최소로 줄이면, 해당 부분의 렌즈 곡면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화면 전체가 촛점이 맞게 보인다. 이 경우를 심도가 깊다고 한다 (deep). 작가가 볼 때, 화면에 보이는 장면이 구석구석까지 다 뚜렷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조리개를 줄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부분을 화면에서 제거할 수 없을 때에는 조리개를 열어서 희미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조리개를 조절하기 위해서 심도 예견 단추를 활용한다.
<폴 손 객원기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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