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선데이’서 식물인간 아내 돌보는 강형사 역 열연
배우란 자신이 맡아온 캐릭터에 실체가 반쯤 가리워진 존재다.
영화 ‘뷰티풀 선데이’(감독 진광교, 제작 시네라인(주)인네트)의 박용우(36)만 해도 그렇다. ‘혈의 누’에서는 복수심에 불타는 냉혹한의 냄새를 잔뜩 풍기더니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는 예상치 못한 코믹 연기로 여심을 자극했다. 이뿐인가?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는 이런 남자 친구 하나 있었으면 싶은 배려 만점의 남자로 다가왔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마약 조직과 결탁하는 강력반 형사로 돌아왔다. 전작 ‘조용한 가족’과 형사 직업은 동일하지만 웃음기를 100% 제거한 고통이 뚝뚝 묻어나는 캐릭터다.
촬영을 마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척한 박용우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느닷없이 찾아온 꽃샘 추위 탓에 1년 6개월 만에 감기에 걸렸다는 박용우는 멎지 않는 기침에도 성심껏 답변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당신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 ‘한 번은 웃겨 주겠지’ 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그 기대를 무참히 깨뜨렸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 영화에 더 가까운가.
-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의 나는 많이 다르다. 각각의 캐릭터에 내가 조금씩은 담기겠지만. 그래서 ‘달콤, 살벌한 연인’ 때와 ‘뷰티풀 선데이’의 스태프들은 각각 내 성격을 다르게 본다.
연기할 땐 워낙 진지하고 예민해지는 편이다. 이번 현장에서는 인상 피라는 이야기도 꽤 들었다. 실제 성격은 피해보고 살면 살았지 남한테 실례되는 일은 하지 말자는 쪽이다. 극중 캐릭터 중 가장 닮은 건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심광호가 아닐까. 주위 사람을 챙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은 꽤 닮아있다.
▲ ‘뷰티풀 선데이’의 강형사 역을 택한 이유는.
- 뭔가 발산하는 역에 목이 말랐다. 뜨거운 것을 원했다고 할까, 그런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역을 하고 싶었다. 내적으로 외적으로 사랑에 관심이 많은 시기다. 내 자신이 아직 사랑의 완성을 이루려면 멀기도 했고.(웃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있는 영화다.
▲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이 일반적인 사랑의 방식과는 거리가 먼 데.
- 인생의 딜레마에 대한 관심이 항상 많았다. 나는 영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그 중 하나가 행복감을 주는,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방식의 영화다. 즉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잘먹고 잘살았다는 현실과는 괴리된 그런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또 하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룬 영화다. 전자인 환타지나 대리 만족 영화도 관심이 있지만 사실 현실성을 건드린 작품에 관심이 더 간다. 그런 점에서 ‘뷰티풀 선데이’는 후자에 가깝다. 다루기 불편한 현실을 건드린다는 점에 관심이 끌렸다.
▲ 영화 내내 피골이 상접한 채 피폐한 인물로 나온다. 관객의 입장에서 박용우라는 배우가 안쓰러울 정도로. 도대체 얼마나 살을 뺀 건가.
- 촬영을 앞두고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8kg을 뺐다. 정말 무식하게 운동했다. 하루에 4시간 이상을 헬스클럽에서 보냈다. 특별히 식이요법을 하거나 한 것은 없다. 덕분에 보너스로 근육질 몸매까지 얻었다.
▲ 두세 달 동안 감정이 피폐한 인물로 살다 보면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촬영 기간 중 가장 힘든 점은.
- 육체적으로 힘든 점은 캐릭터가 어둡건 밝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번 역할은 감정 표현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강형사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정답이 없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캐릭터였고 심리적 스트레스도 많았다. 하지만 모험이라는 쾌감 요소가 많았다.
▲ 사랑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현재 옆구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얘긴가.
- 아, 가슴 아프게 왜 묻나. 자세히 묻지 말라. 속 쓰리다. 작년에 몇 달 사귀던 친구가 있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헤어졌다. 더 이상은 묻지 말라.
▲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상대를 범하는 행위를 과연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화의 전반적인 뉘앙스가 그런 주제를 풍기는 듯해 사실 당혹스럽고 불편하기도 했는데.
-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현실의 민감한 주제를 건드린 부분이 많다. 결국 주인공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나? 나도 극중 캐릭터가 파렴치범이고 나쁜 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자신 있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찰나의 느낌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지만 결국 정말 사랑했기에 평생 짊어질 생각으로 여자와 결혼도 했다고 생각한다.
▲ 차기작으로 한채영, 엄정화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촬영 중인데, 이번에는 밝은 분위기를 원해서 택한 작품인가? 부부간의 스와핑을 소재로 다룬다고 해서 화제도 모았는데.
- 한채영과의 베드신 때문에 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웃음) 역시 사랑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이다. 사랑에 대해 적극적이고 싶은 마음의 일환이랄까. 이번 영화에는 다양한 사랑의 형식들이 나온다. 네 사람의 사랑의 방향이 각각 다르다. 무모한 사랑, 우유부단한 사랑 또 어떨 땐 비밀스러운 사랑 등 다양하다.
▲ 한채영, 엄정화와 호흡은 어떤가. 최근 한채영의 결혼 소식이 전해져 부러웠을 것 같다.
- 부러워 죽겠다. 하지만 나보다 엄정화씨가 더 부럽겠지.(웃음) 한채영은 워낙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친구다. 촬영 중 남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사귀는 과정도 전해 들었다. 이제 말할 수 있게 되어 속이 시원하다. 참, 엄정화씨야 내가 말 안 해도 성격이 워낙 좋은 사람이고.
하지만 상대역과의 호흡은 아무래도 남자 배우와 더 좋은 편이다. 차승원씨와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웠던 것 같다.
▲ 최강희와는 자주 연락하나.
- 최강희는 삐삐를 가지고 다녀서 연락이 거의 안 된다.
▲ ‘뷰티풀 선데이’의 민지혜에 대한 항간의 평가가 좋다. 함께 한 선배 배우로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 연기라는 것에 경력이나 성별은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다. 연기는 혼자만의 싸움이기에 매력이 있는 것이다. 후배라고 해서 내가 남의 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입장은 못 된다. 그저 나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본다.
▲ 배우로서 가진 목표는 뭔가. 연기의 원동력도 궁금한데.
- 아주 오래가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 내 목표다. 내 원동력은 나쁜 뜻으로 말하자면 자책의 시간을 가지는 건데 좋게 말하자면 자성의 시간이랄까. 이런 순간들이 연기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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