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지금이 어느 땐데 결핵 걱정이야…”
결핵하면 한국의 50~70년대 못살던 시절의 질병 혹은 후진국형 질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요즘같이 잘 사는데, 또 영양상태도 좋은데 웬 결핵? 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결핵은 아직도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 중 하나다.
지난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었다. LA 카운티 보건국 결핵 컨트롤 프로그램에서는 한인타운 갤러리아 마켓에서 결핵 교육 및 예방 홍보 활동을 벌였다. LA 카운티 보건국의 스티븐 황, 캐런 조씨를 만나 결핵을 왜 아직도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LA카운티에도 2005년 906명 발병
남북한 출신 포함 한인도 4%이상 차지
다이어트 따른 영양실조 원인도 늘어
호흡으로 전염… 조기발견 약으로 완치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명이 감염되며 매년 200만~30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HIV 감염자의 증가와 특히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Multi-Drug Resistant TB, MDR-TB)의 증가로 인해 아직도 여러 국가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LA 카운티에서 지난 2005년 결핵 환자 수는 906명으로 집계된 바 있다. 2006년은 885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들 결핵 환자 중 77.7%는 외국 출생자라는 점이다. 2005년도 통계에 따르면 최고 결핵 환자 출생지로는 멕시코(27.6%), 필리핀(12.7%), 베트남(5%), 중국(4.6%), 과테말라(4.2%), 엘살바도르(3.2%)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한국(1.9%) 및 북한(2.5%) 출생을 합하면 4.4%나 돼 톱 5안에 들었다. 2006년도에는 한국 및 북한 출생을 합해 5.1%로 다소 증가했다.
LA카운티 보건국 결핵 컨트롤 프로그램의 MDR-TB 유닛 메디칼 부디렉터로 일하는 한인 2세 스티븐 황 결핵 전문의는 “LA 카운티는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약 1/3에 해당하는 가장 많은 MDR-TB 케이스가 보고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외국 출생자들로 한인들이 멕시코, 필리핀 출생자 다음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환자 숫자상으로는 히스패닉 환자가 많지만 인구 10만명당 비율은 히스패닉 10%, 백인 2%, 아시아계가 26%로 아시아국가가 아직도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이민자가 많은 LA 카운티에서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 통계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환자 발생 1위를 기록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LA 카운티 보건국의 결핵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 캐런 조씨는 “최근 한국에서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실조로 젊은 여성 결핵환자가 늘고 있다”며 “그런 케이스 역시 미주한인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핵(tuberculosis)이란?
결핵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전염병이다. 공기를 매체로 해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되는 질병으로 2가지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감염 단계. 결핵균이 몸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이 단계에서는 대부분 감염자들이 아프지 않으며 이렇다할 증상도 없고, 결핵균을 전염시킬 수도 없다. 또한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결핵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두번째 단계로 진행돼 병을 앓게 된다. 결핵은 폐를 가장 많이 상하게 하는데 그 증상으로는 만성기침, 열, 체중감소, 식은 땀, 객혈, 쇠약감, 피로감 등이 있다. 또한 가끔 기침과 함께 피나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증상들은 결핵에 걸린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결핵 하면 또 폐결핵환자만 떠올리는데, 결핵균은 보통 폐에 균이 가장 잘 침범하기 때문에 폐결핵이 가장 많을 뿐이다. 황 전문의는 “허리 통증이 심한 환자가 디스크인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검사 결과 척추 결핵으로 판명 되는 경우도 있다”며 “폐 이외에도 결핵균이 혈류를 통해 이동하며 전이되는데 뼈, 척추, 피부, 림프, 뇌 등 사람 몸의 어느 곳이나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핵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약을 끊거나 먹다말다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핵의 날인 24일 LA 카운티 보건국은 갤러리아 마켓에서 결핵 교육 및 예방 홍보활동을 벌였다. 결핵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 캐런 조(왼쪽)씨가 부스에 들른 한인에게 설명하고 있다. <구성훈 기자>>
완치 판정때까지 꾸준히 약 복용
다 나은 기분 들어 중단하면 내성생겨 치료 힘들어져
결핵균 폐에 많이 침범… 재채기로 전염 가능
잠복성이라도 피부 양성반응 보이면 약물치료
#잠복성 결핵과 활동성 결핵
만약 결핵균에 감염돼 있으면 결핵을 앓을 수 있다. 즉시 발병할 수도 있고 몇년이 지나야 앓게 될 수도 있다. 캐런 조씨는 “잠복성 결핵이 면역이 약해서 활동성으로 변해 발병할 수도 있다”며 “잠복성 결핵은 우리 몸에 결핵균은 있지만 그 숫자는 작고 저항력이 있어 균이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 설명했다.
잠복성 결핵은 쉽게 말해 인체에 균이 숨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결핵 증세가 없고, 결핵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진 않는다. 쉽게 말해 결핵 보균자인 것. 투베르쿨린 반응 검사를 하면 주로 양성으로 반응하지만 X-레이 검사는 정상으로 나온다.
활동성 결핵은 결핵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3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거나, 가슴 통증, 쇠약감,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오한이나 고열, 주로 밤에 식은땀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결핵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피부반응 검사도 주로 양성으로 나오며 X-레이 검사도 비정상으로 나온다. X-레이까지 찍어보아 폐가 정상이 아닐 때는 객담검사, 즉 가래 검사를 통해 결핵균을 검출해보고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결핵이 전염될까
결핵은 결핵균을 호흡함으로써 걸리게 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 결핵균은 결핵을 앓고 있는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또는 크게 웃거나 노래할 때 공기 중에 미세한 침방울 형태로 방출된다. 만일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리지 않으면 가족이나 친구, 또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결핵균을 들여 마실 수 있다.
또한 혈액을 통해 전신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드물게는 점막과 상처가 있는 피부를 통한 접촉으로 직접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옷, 그릇, 음식 혹은 침구 등 환자의 물건를 통해서는 결코 감염되지는 않는다. 즉, 결핵 환자와는 식사를 같이 해도 괜찮다.
#결핵 검사
몸 안에 결핵균이 잠재해있는 지는 투베르쿨린이란 결핵 피부 반응 검사로 쉽게 알 수 있다. 양성 반응은 결핵균에 감염된 것을 의미한다. 만일 양성 반응을 보이면 결핵균이 이미 폐를 상하게 했는지, 즉 질병을 일으켰는지 X-레이 검사를 해야 한다.
피부 반응 검사시 부어오르는 사이즈가 보통사람의 경우 10mm 이상은 양성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결핵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 HIV 양성환자, 당뇨 등으로 면역이 약한 경우는 5mm 또는 그 이상이 검사되면 양성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치료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잠복성 결핵이라도 피부 양성 반응이 나타나면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결핵은 서서히 치유되므로 완치까지는 여러 달 걸릴 수 있다.
아이소나이아지드(Isoniazed,INH)란 약을 복용하면 결핵을 예방할 수 있는데, INH는 하루에 한번 복용하는 간편한 약이다. 대개 이 약물치료로 결핵의 75%는 치료가 가능하다. 6~9개월간 치료를 하게 되며 치료시에는 저리는 느낌, 감각이 없는 느낌 등 신경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비타민 B6인 피리독신(pyridoxine)을 함께 복용한다. 황 전문의는 “치료 중에 술을 마신다든지, 약을 먹다 끊거나 하면 치료가 더 힘들고 기간도 길어지며 내성이 생겨 MDR-TB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을 일찍 중단하면 결핵이 재발될 수도 있으며 재발시에는 전에 복용하던 약이 더이상 효력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LA 카운티의 결핵환자중 약 10%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로 INH나 리펨핀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매우 어렵다. 결핵 약물을 처방받으면 다 나은 기분이 들더라도 의사가 지시할 때까지는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어릴 때 불주사를 맞았더라도 성인이 되면 피부반응 검사를 받아야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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