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에서 사이버 인간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비록 사이버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사랑과 인간의 순수함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해도 몸속에 피가 흐르는 인간과 전기가 흐르는 기계와는 근본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함석헌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에 이런 글이 있다.“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런 것이 사람의 향기요 냄새라면 기계로 만든 사이버 휴먼이 정확하고 기술적이라 해도 결코 추종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처음 가는 길을 갈 때 가끔씩 길을 잃곤 한다. 아내가 “그냥 가지 말고 내려서 사람에게 길을 물어서 갑시다”라고 제안을 한다. 그런데 열 번 그런 말을 들어도 한번도 “그래, 그렇게 하지”라고 말한 적이 없다. “찾을 수 있어. 내릴 필요 없어”라고 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이것이 남자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목적지향적인 남자인 나의 불필요한 고집인지는 모른다. 한참 헤매며 시간을 소비해서야 결국 머리를 숙이고, 주유소에 가서 길을 마침내 물어보곤 한다.
사람은 가던 길을 멈추는 쉼표(,)가 있어야 한다. 사람은 24시간 중에서 최소한 6시간은 자야 한다. 그것이 휴식이요, 쉼이다. 그것이 없으면 제대로 몸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쉬는 것은 몸의 기능뿐 만이 아니다. 말을 할 때도, 또는 행동할 때도 쉬어야 한다. 예부터 삼사일언(三思一言), 곧 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라는 말이 있다. 섣불리 자기의 감정으로 말하면 반드시 실수하게 된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쉼표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더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남자들이 우스운 말로 느낌표(!)가 없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일터에 갔다가 집에 들어오면 세 마디만 한다고 한다. “아는?”, “밥 묵자!”, “고마 자자!”라고 한다. 아마도 경상도 사나이들의 무뚝뚝하면서도 정 많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느낌과 감정이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다. 느낌이 있는 사람은 자기 일에도 몰두하지만 때론 자신의 일을 전부 제쳐놓고 타인이나 혹은 모두의 문제에 전력을 쏟는다. 먹을 것을 인정 있게 권하는 사람, 악수를 해도 힘을 주어하는 사람, 서운해도 그냥 웃는 사람,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느낌표를 갖는 사람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빌립보서 2:3-4)
이제 두 달 지나면 졸업철이 다가온다. 시작이 있으면 마침과 끝이 있는 법이다. 인생은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은 것이다. 아니 벽장 속에 숨겨둔 곶감을 하나 둘씩 빼어 먹는 것처럼 시간의 곶감을 먹는 것이다. 그렇게 많았던 시간들은 이제 얼마 남겨 두지 않고,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날을 앞에 두고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쉼표와 느낌표를 가질 때 좋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숨 쉬고 있다. 지금도 느끼고 있다. 지금도 작은 마침표를 찍고 있다. 작은 순간과 시간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큰 쉼표와 느낌표, 그리고 마침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큰 것을 마무리 할 수 도 없는 것이다.
사람은 만나고 싶어져야 하고, 사람은 웃을 줄 알아야 하고, 사람은 사랑스러워야 한다. 봄을 기다리듯이 사람은 기다려져야 한다. 웃을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그런 친근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함께 밥을 먹고 싶고, 밥을 사주고 싶고, 밥 먹은 후에 함께 커피를 먹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업적으로 만나 의례적으로 나누는 대화보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이 쉼표가 있는 사람, 느낌표와 마침표가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좋은 인생, 좋은 음악과 같은 선율 좋은 인생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좋은 인생의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읽기에 잘 배열된 인생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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