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밖에서 보는
2007년의 대선택, 그 관전기 (2)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면 뭐가 달라도 한참 달라야한다. 비록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지금이라 해도 주자들은 국민들의 눈길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늘의 삶이 고달퍼서가 아니고, 내일에 대한 불안때문에 더욱 힘들어
하는 표심(票心)의 속내도 읽어야 한다.
내일의 설계를 왜 보여주지 못하는가. 희망을 말하고, 국민 모두가 기필코 이룩해야 할 꿈을 그려지닐 수 있도록 왜 이끌지 못하는가. 무엇때문에 뒤는 돌아보아야 하고, 편은 가르는가. 스스로 예의를 지키고 품위를 갖추면 어디 덧나는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라면 ”대통령 권위”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지녔을 것이고, 당당히 싸워 이기겠다는 ‘헌헌장부’의 기개 또한 넘칠 것이다.
때로는 자기가 끝없이 낮아지고, 표심속으로 몸을 던져 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입가에 파숫꾼을 세우고 혀에 바늘을 꽂았더라면 좋았을 노대통령의 지난 4년을 보았으면서도 주자들은 말로 화를
부르고, 그 말 속에 자기를 가두는 몸짓을 서슴치 않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경선이라는 ‘흔들 바위’에서 한 두달 허둥대더니, 떼지어 편을 가르고 사뭇 적인 양 눈길을 피하더니 이제는 등까지 돌린다. 권력을 향한 길이 결코 조용할 수 없음을 알지만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나는 나라를 구하기위해 대선에 나섰다(I’m in to save my country)고 외친다. 미국에서다. 2월 12일,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포용정책의 근본취지에는 찬성한다”고 밝힌 박 전 대표는 “(북한의) 핵 폐기가 실현된 뒤에 남북한이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 남북 경제공동체가 이루어지면 정치 영토적 통일을 하지않더라도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내가 집권하면 100년을 지속할 한미동맹을 만들겠다”고 예비후보로서 의연한 자세를 지킨다. 나라의 명운을 지켜 갈 ‘여장부’다운 경륜을 드러낸다. 그러나 15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NPC)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두 차례나 NPC에서 강연을 했는데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너무나 쉽게 ‘아버지의 딸’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는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하는가 하면, ”나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있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딸로서, 저(박 전 대표)만큼 선진국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한다.
정말 그럴까? 표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부모를 닮는 것이야 천륜(天倫)일 터이지만, 오늘의 박 전 대표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를 내세워 표심이 원하는 21세기형 지도자와 선진국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박 전 대표는 왜 아버지 그림자 속으로 숨는가. 딸이어서인가. 훌쩍 뛰쳐나와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국민의 딸” 이 될 수는 없는가. ”박근혜만의 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인기를 자랑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또 어떠한가. 언제까지 ‘시장 옷’을 입고 헤맬것인가. 서울 시장, 청계천 복원 이야기는 말 안해도 안다. 실물 경제에 눈밝은 CEO이었던 것도 천하가 다 안다. 말하고 주장한다고 경륜이 불어나는가. 듣는 표심을 피곤하게 내몰아 얻을 것이 무엇인가. 모든 것을 잊은듯 안으로 감추는 것이 표심을 더욱 즐겁게 하지않을까 물어야 할 것이다. 신앙인 이명박 전 시장이 감사가 무엇이고, 지도자의 겸손이 무엇인지 안다면, ‘역사상 처음 보는 인기’를 내세워 저렇게 모나게 튀지는 않을 것이다. 왜, 이 전 시장은 스스로 70, 80년대 산업시대 일꾼으로 주저앉는가(27일, 바른정책연구원 조찬세미나 축사 참조).
”토목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너무나 작다. 정상을 향한 “큰 사람” 이야기여야 한다. 풍성한 살림살이 꿈을 그려 줄 때이다.
민초(民草)속에 뛰어들어 표심과 하나될 때이다. 싸우자는 경쟁자를 뒤에 두고 앞으로 줄달음쳐 나가야 할 때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주저앉아 호통을 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구상에 대한 박, 손의 비판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던가. 그렇게 중심이 허했고, 펼쳐보일 청사진이 빈약했던가. 경쟁자들의 비판을 용납할 수
없을만큼 옹졸한 것인가 아니면 인기를 먹고자란 ‘오만’ 때문인가.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면서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이기 때문에 시끄럽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끝가지 남을 존중할 수는 없었던가.
표심을 품고있는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 선진 세계화 세력, 통일 세력 가운데 달랑 산업화 세력만을 챙긴다. 산업화 세력의 기수가 된 것이다. 잃는 것이 너무 크다.
처음이라면 덮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이 아니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2006년 3월 12일),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 3을 네 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2007년 1월 20일)”, ‘일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일본 바다라고 한 줄 알았다 (2007년 2월
2일 합천 일해-전두환 전 대통령 호- 공원 논란에 대해)
등등이다.
가난을 이기고 홀로 이룬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데도 감히 “신화는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낳은 결과인가. ”원래 솔직하고 생생하게 말하는 기질” 때문이라는데 그게 정말인가. 어찌되었던 노 대통령을 너무나 많이도 닮았다. 표심들은 “저 닮은
입”을 어찌 볼 것인가. 그것이 바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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