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도 나갔는데…
‘좀 더 큰 집으로’는 젊었을 때의 캐치프레이즈. 그러나 아이들 다 키우고 늙은 부부만 달랑 남았을 때는 작은 집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자식들 떠난 빈 둥지가 크면 클수록 쓸쓸함도 더하다. 더 큰 집을 향해 열심히 일하던 때가 있었듯이 줄여야 할 때도 반드시 찾아온다. 그 때는 대부분 은퇴하여 노인이 됐을 때다. 그러나 요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서둘러 작은 집으로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꼭 은퇴하거나 노인이 돼서 옮기는 것도 아니다. 직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주거 사이즈를 대폭 줄여버린다. 축소 시점이 그들 부모 세대들보다 훨씬 빨라졌다.
베이비부머들, 전 세대보다 일찍‘작은 집으로’
은퇴도 안한 50대에 집 규모 줄이는 경우 많아
주거 축소에 따른 거부감 없고 이동성 강해
‘문 걸고 떠나면 그만’인 간편한 주거방식 선호
남가주의 토니 쿡 부부는 거의 평생을 4,000스퀘어피트 넘는 큰 집에서 살았지만 작년 북가주에 직장을 잡은것을 계기로 주거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이사를 가려니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전부 상업용 창고에 넣어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 395스퀘어피트 아파트로 옮겼다. 4,000스퀘어피트에서 400스퀘어피트 아래로. 급격한 변화였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들은 장성하여 나갔고 얼마 전에 키우던 개도 죽었다… 이렇게 줄여서 살아야할 때가 드디어 우리에게도 찾아왔다고 느꼈다”
이 부부는 최근 2베드룸 2배스 하우스를 사서 인생 후반부를 살 아담한 거처를 마련했다. “그동안 상업용 창고에 보관했던 많은 물건들을 없애면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얼마나 적은지 알게 됐다“고 그들은 말한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일찌감치 주거 사이즈를 줄인다. 전 세대 부모들이 은퇴노인이 돼서 줄였던 데 반해 축소시점이 앞당겨졌다>
주거 다운사이징에 대한 생각이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전 늙은 세대들은 현역에서 은퇴하고 노인이 된 뒤에야 보금자리를 축소했지만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일찌감치 줄인다. 어떤 이는 여전히 직장을 갖고 일 하는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50대에 벌써 다운사이징을 단행한다. 큰 하우스에 살다가 작은 콘도로 옮긴다. 콘도라면 왕성하게 활동하는 어른들이 거주하는 커뮤니티인데 그런 곳을 베이비부머들은 기꺼이 찾아든다. 군살을 빼고 가뿐하게 사는 경쾌함을 택하는 것이다.
지난 오랜 세월동안 지녀왔던 것들과 헤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애착이 가고 추억이 서린 것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버림으로써 갖게 되는 자유로움 또한 크다. 이 부부는 “꼭 필요한 것만 빼고 다 버리고 나니 큰 짐을 벗어버린 것 같다”고 해방감을 말한다.
버리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천성인지도 모른다. 이전 세대에 비해 모험정신이 강하며, 커리어를 찾아, 꿈을 찾아 주거지를 옮기는 것쯤은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연중 55세에서 64세 연령의 미국인중 6%가 주거지를 옮긴다. 이들이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동기는 여러 가지. 아이들을 다 키우고 둥지가 비워버렸기 때문 일수도 있고 조기 은퇴가 이유인 경우도 있다. 단지생활을 단출하게 줄이고 싶어서, 또는 여행할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이들은 ‘문 잠그고 떠나면 되는’ 간편한 주거 방식을 원한다.
이사하는 동기야 무엇이든 간에 베이비부머들은 다운사이징을 향해 대 이동중에 있음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전 세대들에게 다운사이징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1001가지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란 책을 쓴 리자 러카운트는 베이비부머들은 다르다고 말한다.
“이전 세대들은 가족의 애장품들과 큰 가구, 추억이 깃든 물품들을 평생 옆에 두고 살아왔다. 추억과 애정이 깃든 그런 물건들은 한 가족의 반려인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베이비부머들은 이동성이 강한 세대다. 그들은 같이해 왔던 것들과 쉽게 이별할 수 있다.”
‘무빙 솔루션’이란 운송업체 사장 마깃 노박의 말도 비슷하다. “베이비부머들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애착이 덜하다. 모든 것을 ‘쓰고 버리는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소유품을 버리고 처리하는데 익숙하고 요령이 있다.”
6베드룸 저택에 살다가 3분의1 규모로 줄여서 집을 옮긴 한 60초반의 부부도 다운사이징이 기쁨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모았던 산더미 같은 물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더 가지고 있고 싶은가. 대답은 No 였다. 트럭 3대분의 물건들을 치웠고, 더 이상 그런 것들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그러나 다운사이징에 따르는 어려운 점도 있다.
▶추억정리
아이들의 추억거리들과 이별해야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베이버부머들은 자녀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왔다. 부모세대들과 달리 아이들과 보낸 시간과 추억이 더 많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상장과 그림, 일기, 편지, 어릴 때 입던 옷 등등 아이들 관련 추억의 물품들이 큰 박스에 여럿 쌓여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은 정리해서 줄여야 한다.
▶적정 사이즈는
다운사이징에도 한계는 있다. 애들이 다 떠나버린 빈 둥지지만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1,800~2,400스퀘어피트 사이즈를 선호한다고 한 부동산 브로커는 말한다. 이전 부모세대들의 은퇴주택은 900내지 1,200스퀘어피트 사이즈가 보통이었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집이 작아지면 작은 공간에 익숙해져야 한다. 불편이 따를 수도 있다. 다이닝 룸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특히 아내에게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아꼈던 많은 책들, 장식품들도 작은 공간에는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물품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편리한 공간이 되도록 전환돼야 한다.
▶무엇을 간직하고, 버릴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거라지에 쌓여 있는 크로켓 세트, 잡초 뽑이 등등. 그것이 무엇이든 이 기준에 비춰보고 친구나 친척들에게 나눠주든지 팔든지, 아니면 버리면 된다. 살아가는데 좋은 올바른 사이즈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군살을 걷어내는 것이다.
운동할 때는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끝내고 나면 상쾌하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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