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허무감·죄의식… 그냥 두면 ‘자살’ 극단선택
최근 한국 연예인 잇달아 목숨 끊어 경각심
들뜬 기분 함께 오는 조울증, 감정 양극단서 ‘위험’
카운슬링이나 가족상담 해보고 심하면 약물치료
2년 전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을 시작으로 올해만도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까지 자살하면서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봄철에는 조울증이 재발하거나 심해지는 시즌. 전문가들은 연예인 중에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고, 유명인의 자살은 대부분 조울증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울증은 쉽게 말하면 우울증에 병적으로 조증이 더해진 정신질환을 말한다. 한인사회에서도 알게 모르게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원인이 돼 자살을 선택하거나 기도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마음의 병’으로 진단되는 우울증과 조울증의 차이를 살펴보고, 우울증의 종류, 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최근 자살한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 이들의 자살로 인해 우울증과 조울증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에도 종류가 있다?
흔히 회자되는 우울증은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의욕을 상실한 채, 우울한 감정, 절망과 실의에 빠지는 증상을 말하며 무력감과 무가치감, 허무감, 죄책감이나 자살충동에 사로잡히는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약 10%가 우울증환자로 추산된다.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우울증에도 종류가 있다. 종류에 따라 치료도 다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우울증은 심한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우울증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업이 잘 안될 때 등 상황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적 우울증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우울증은 카운슬링이나 가족상담 등을 통해 호전될 수 있지만 심하면 약물치료를 받기도 한다.
호르몬의 변화로 갱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호르몬 치료나 필요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한다.
가벼운 우울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기분부전증은 자살을 시도할 만큼 우울증상이 심하지는 않다.
또한 겨울철 빈번한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을 전후로 생체시계의 신체리듬이 깨지는 것이 원인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가을이 시작되는 9월께 시작해서 3~4월이면 괜찮아지기도 한다. 일반 항우울증제 치료가 적용되며 햇볕을 쬐거나 야외운동 등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우울증과 조울증이 어떻게 다를까?
조울증은 전문적인 용어로‘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로 극도로 들뜨고 신나는 기분인‘조증’(manic)과 팍 가라앉아 우울해지는‘우울증’이 함께 있는 정신질환이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정신과 질환에는 크게, 정신분열병, 주요우울증(depression), 조울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조울증은 우울증이 있으면서 조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 설명했다.
조울증 역시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대인관계 문제를 비롯해 약물남용, 가정 및 재정문제, 사회적 기능 손상 등 여러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증상이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는 다른 정신질환으로 분류된다. 두 질병 모두 기분장애로 우울증이 나타나지만 차이가 있다.
우울증은 서서히 우울해지고, 서서히 좋아지는 증세가 나타나는 반면에 조울증은 갑자기 우울해지고 갑자기 좋아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우울증은 식욕저하, 불면증이 많이 나타나며 조울증은 뭐든지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사업을 확장하거나, 지나치게 섹스에 몰입하기도 하며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자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울증의 경우 우울증이 자주 재발한다. 우울증은 자주 재발하지 않지만 조울증은 증상이 하루에서 몇 주, 몇 달씩 재발하는 것이 다르다. 또한 조울증은 유전성이 높은 병이다. 유전적으로 집안 병력을 살펴보면 우울증 또는 조울증 환자는 가족 중에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또한 조울증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다가 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울증 심하면 정신착란 겹쳐
‘눈치 못챘는데 갑자기 자살…’
유명인사·연예인에 많아
#조울증의 치료
조울증은 치료가 우울증과 다르다. 조증이 심할 때는 정신 착란증세까지 겹치는 수가 많다. 재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1년에 한번 재발하는 수가 있으며 보통 봄철에 재발이 나타난다.
조울증 치료는 주로 약물로 하는데, 뇌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분조절제로 치료한다. 또한 상담만으로는 힘들고 대개 입원치료를 한다.
약물로는 전통적으로 사용돼온 리티움(lithium)을 비롯해, 발프로 액시드, 라미탈 등이 있다. 심한경우 정신 분열증적 증세가 동반되면 자이프랙스, 레스티돌 등을 함께 쓰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재발방지 및 예방차원에서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자살과 우울증, 조울증
조울증이나 우울증 둘다 자살할 확률이 높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하기도 한다. 조 전문의는 “보통 유명 연예인, 유명 인사, 유명 작가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 이런 경우가 많다. 조증일 때는 아주 밝다가도 우울증에 빠져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까지는 아무 일 없다가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경우는 조울증인 경우가 많다.
조 전문의는 “우울증은 대개 오래되면 사람들이 눈치를 채게 되며 우울증이 심한 경우는 연예인이 되기 힘들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며칠 전까지 아무 눈치를 채지 못했다’‘갑자기 난폭해졌다’ 등을 말하는 경우 조울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울증 증상 진단기준
아래 증상이 5가지 이상 2주간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또한 다른 질병과 중복돼 나타나기도 하므로 담당 주치의와 상담해본다.
1. 슬픔이나 의욕상실이 오래 지속되며, 이유없이 펑펑 울기도 한다.
2. 입맛이나 수면 패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입맛이 없거나 너무 많이 먹는다. 또 수면이 불규칙적으로 너무 많이 자거나, 아니면 잠을 자지 못한다.)
3. 화를 잘 내거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분노, 걱정, 흥분, 불안 등이 나타난다.
4. 비관주의나 삶에 대해 무관심이 나타난다.
5. 지나친 죄책감, 무가치감.
6. 집중력 감소, 우유부단.
7. 이유 없는 통증이나 아픔.
8. 이전에 느꼈던 관심사에 대한 즐거움이 없어지고 무기력하다.
9.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조울증 증상 진단기준
조증인 경우과 우울증인 경우 2가지를 종합해 진단한다. 조울증의 울증인 경우는 우울증의 증상 진단기준과 같다. 조증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육체적 정신적 활동이나 에너지가 넘친다.
2. 기분이 붕 떠있고, 과장되게 긍정적이며 자신감이 넘친다.
3. 불같이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
4. 잠을 못 자도 피곤하지 않다.
5. 과장된 망상,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
6. 말을 많이 하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하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7. 충동적인 행동을 하나 판단력이 아주 부족하다. 주의가 산만하다.
8. 무모한 행동을 한다.
9. 아주 드물지만 환각이나 망상에 빠진다.
<조울증과 우울증은 정신과 질환으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울증이란>
의욕 에너지 넘쳐 한두달 과잉행동 대개 우울증 겹쳐
보통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평소 주위에서‘변덕이 심한 사람’‘종잡을 수 없는 사람’‘화를 너무 잘 내는 사람’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의욕과 에너지가 넘쳐 새롭고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계획을 쏟아내며, 능력 이상의 일을 벌이기도 하고 낭비벽도 심하다.
조 전문의는 “기분이 굉장히 고양되며 황홀해 하고 환자는 자신이 굉장히 대단한 사람인 듯한 기분을 느껴 자신감이 넘친다”며 “조울증으로 진단할 때는 지나친 자존심, 넘치는 에너지, 잠을 안자고, 생각이 많고, 무분별한 비즈니스 확장, 돈을 물 쓰듯 쓰며, 지나친 섹스, 쉽게 화를 낸다든가 등을 증상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조울증 환자는 대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능력이 많다고 생각하기 쉽다. 대통령 출마 같은 붕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잠도 한두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 않아 한다. 술도 평상시보다 더 몇 배나 마시기도 한다. 또 다른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생각이 휙휙 돌아간다는 평을 받기도 하고, 오해도 잘하며 화를 쉽게 내고 난폭해진다든지 증세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조증 증세는 하루나 또는 한달~두달까지 계속 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폭력문제로 경찰서에 가기도 하며 물건을 마구 사들여 크레딧 카드 문제로 경제적 손해를 보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 행동이 너무 이상하며 특히 눈에 띄는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 중에는 드물게 우울증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조증과 우울증, 정상상태 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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