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는 정녕 경제만의 문제인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두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양새를 보면 ‘돈’이 열쇠인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쌀이나 비료가 그렇고 중유나 전기도 결국은 돈이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보면 돈받고 팔겠다는 핵이 아니고, 돈주고 살 수 있는 핵도 아니다. 결국 사안의 선후완급을 따지고,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며 돈을 써도 써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북한의 신의를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는 4월13일 이후를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2월13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제 2항 5에서 밝힌 대로 60일 내에 중유 5만톤을 보낸다. 핵실험 이후 중단된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 사업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흉중을 가늠하며, 2/13 합의 이후의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여야 할 지금이다. 재래식 무기나 생화학 무기도 문제이지만 오늘의 북한은 핵과 선군주의로 무장한 ‘강성대국’이다.
핵문제가 경제로 풀릴까. 작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좌초 직전에 있던 6자회담이 2월 13일 합의로 제자리를 되찾아 북핵 해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진심으로 반길 일이다. 갈 길이 먼 한반도 비핵화 문제임은 모두가 잘 안다. 북한의 불성실도 그렇고 4대 강국의 거칠고 애매모호한 자세 또한 해결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아니다. 트집잡고 등돌리기 쉬운 말 대 말이 아닌 지켜야 할 “행동 대 행동”의 이정표에 합의했다. 북한이 합의내용 2단계 조치대로 핵시설 ‘불능화(disablement)’ 약속까지 지킨다면, 북한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 팀의 결단의 문제가 되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이번 거래다. 핵실험도 끝났고 핵무기, 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4/13 이후 신고사항일 뿐 말도 꺼내지 않았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2,400만 달러 중 합법자금 1,100만 달러)는 30일 내로 풀리게 된다. 미국의 대북제재의 근거인 테러지원국 지정과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를 위한 조치들도 초기단계에서 취해질 전망이란다. 믿을 수 있는 조치요, 북한을 끌어내는 미끼가 분명하다.
북한을 대하는 미국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가 변한 것이다.
그만큼은 북한도 변해야 한다. 믿을 수 있게 변해야 한다. 북한은 작년 10월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결의 1718호’에 얽매일 때를 기억할 것이다. 유엔은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제거하라고 요구했다. 그 뒤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다. 아직도 ‘핵 보유국’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또 다시 2/13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남한의 끊긴 도움이야 참고 견딜 수 있겠지만, 미국과 중국이 내미는 칼끝을 계속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기회를 선용해야 한다. 미국의 변화를 지켜보며,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한국 참여정부의 손을 꽉 잡아야 한다.
이 한번의 결단으로 기초적인 식량,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개방 개혁의 길로 나서야 한다. 말같이 쉽지야 않겠지만 이번 기회뿐이다. 미국과의 관계 하나만이라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얻는 것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왜소한 일본과의 문제는 그 뒤에 뒤에 꺼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북한은 악의 축이고, 무법정권이며, 가장 위험한 정권이라고 몰아붙일 때가 언제였는데, 6자회담의 결과에 대해 기쁘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이번 합의는 9/19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경제적 인도적 에너지 지원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약속을 이행하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면 돕겠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정부가 북한을 더 이상 체제전환이나 붕괴의 대상으로 보지않고,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대화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라크 사태나 이란문제로 어려운 처지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하는 전술적 변화라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행운이고 북한의 기회임이 틀림없다. 부시-라이스-힐로 이어지는 북핵 협상팀이 ‘네오콘’의 입김을 막고, 베를린 북미대화의 자리를 끝까지 지켰음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두 나라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미국정부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과 시설을 폐쇄-불능화-폐기하는 3가지 이행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 운용에서 북한과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다. 어쩌면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이전 방지만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끝내면서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 할지도 모른다. 있어서는 안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큰 변화이다. 한국정부는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문제를 다루는 실무그룹의 의장국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소원했던 대북관계 개선이 급하겠지만, 그럴수록 돌아가는 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식량문제나 비료지원이 시급하고, 큰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해도 지켜볼 국민들의 아쉬움 먼저 보살펴야 한다. ‘국가 총 예산의 0.5 % 북한 돕기’ 운동이라도 펼쳐 국민의 뜻을 물을 수도 있어야 한다. 남북한은 확실한 한반도 안보의 파트너이다. 그러나 남북 혹은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야 할 남남이다. 베이징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과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있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남북 접근속도를 맞추어야 할 지금, 한반도의 처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 = 돈 만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이 핵 문제요, 한반도 문제가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