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 자매들은 참 운이 좋았다. 50대와 40대 4명의 자매가 모두 미 대기업의 사장과 부사장이 된 오늘의 결과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같은 성공의 씨앗을 수십년전에 뿌려준 부모의 자녀들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음을 뜻한다.
큰 언니 드니스는 연매출 30억달러 캠벨수프의 사장이고, 둘째 매기는 매출 20억달러 통신회사 시티즌스 커뮤니케이션스의 회장이며 셋째 콜린은 여행업체 익스피디아의 부사장, 막내 안드레아는 AT&T 와이어리스의 부사장이다.
‘남자’도 아닌‘여자’형제 4명의 보기 드문 동반성공 비결을 묻는 월스트릿저널의 기자에게 이들이 한 목소리로 자신있게 제시한 대답은 가정교육이었다.
AT&T의 재무담당 임원이었던 아버지는 초등학생 어린 딸들에게 사회의 경제구조를 일찍부터 가르쳤다. 제품은 어떻게 생산 판매되는지, 이익의 목표치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직장생활의 성패는 무엇에 달렸는지, 왜 언제 직업을 바꿔야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왜 만나는지…딸들을 자신의 직장으로 데려와 직접 보여주며 일터의 생리를 견학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지켜온 직업윤리를 주입시키면서 자립심과 결단력, 목표세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거듭 강조했다 : ‘목표를 높게 가져라.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라. 그리고 다시 도전해라’
새벽6시면 온 식구를 깨워 아침운동을 나갔고 고교생 둘째 딸이 타이핑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느라 지역 전화번호부에 나와있는 변호사 전부에게 전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끈기를 칭찬했다. 아버지만이 아니었다. 딸들의 할로윈의상을 클래스에서 가장 근사하게 직접 만들어 입힐 정도로 완벽한 주부였던 어머니는 ‘야망도 여성스러움의 한 부분’이라며 딸들에게 큰 꿈을 가질 것을 독려했다.
이들에 비하면 며칠 전 하버드대학 첫 여성총장으로 임명된 드류 파우스트(59)가 자란 가정은 훨씬 닫힌 세상이었다. 5남매 중 하나뿐인 외동딸을 ‘숙녀’로 키우고 싶었던 어머니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걸 빨리 깨달아야 네가 잘 살 수 있다”라며 딸을 길들이려 애썼다. 결근한 교사 대신 딸의 주일학교 클래스를 맡았던 아버지는 삼손과 데릴라 이야기를 들려준 후 학생들에게 어떤 교훈을 배웠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안하자 프린스턴 대학 출신의 아버지는 이렇게 가르쳤다. “절대로 여자를 믿지말라”
물론 선량한 부모들이었다. 흑인 노예를 소유한 전형적 남부의 백인 부유층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회의 부조리를 어린 딸은 예민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미 전국이 민권운동으로 끓고 있었던 1957년 2월 백악관에는 버지니아주의 9살짜리 소녀 드류가 보낸 편지가 배달되었다. “친애하는 미스터 아이젠하워”로 시작된 편지는 ‘내가 얼굴을 검게 칠한다면 학교에서는 쫓겨나겠지만 나는 나입니다.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라면서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적인 분리정책을 중단하라고 단호하게 촉구했다.
아직도 캔사스주 아이젠하워대통령 도서관에 보관되어있는 이 편지는 한 어린 소녀의 자각에 의해 씨 뿌려진 리더십의 발아기를 엿보게 해준다. 그후 숙녀훈련을 거부하고 민권과 여권과 반전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그는 자신의 사회정의 실현의 수단으로 학문을 택했다. 남북전쟁, 흑인여성 노예등을 집중 연구한 그의 역사학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도 노예를 소유한 남부 백인남성 지성인들의 엘리트의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흑인 노예에 대한 마음의 빚도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역사 연구가 과거에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조명하고 기리는데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왜 당시에 선량했던 개인들이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부당한 생활을 합리화 시켰는가를 분석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현재 우리 스스로가 합리화하면서 행하고있는 부당함을 찾아내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버드는 전세계에서 통하는 ‘최고지성’의 대명사다. 7명의 미 대통령을 배출했고 40명이상의 노벨수상자를 교수진으로 확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을, 세계를 이끌어가는 인재의 요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인재들 육성을 책임지는 새로운 수장이 민권과 여권신장에 큰 관심을 가진 역사학자라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뉴스의 각광을 받는 새로운 여성 리더들에 대한 환호를 공감하면서 이들의 부상이 이미 수십년전부터 씨 뿌려져 가꾸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그건 여자 뿐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 록> 주 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