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뻑뻑·침침… 나이들어 그런가”
최근 날씨가 부쩍 건조한 가운데, 안구건조증으로 안과를 찾는 한인들이 많아졌다.
김용제 안과 전문의는 “안구건조증의 증상 중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침침해지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시력과는 상관이 없으며 안구건조증은 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안질환중 하나”라 설명했다.
안구건조증은 말 그대로 눈이 건조한 것을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눈물’하면 슬픈 영화를 볼 때 펑펑 쏟아지거나 기쁨에 복받쳐 흐르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건강한 눈의 각막은 아주 엷은 눈물막(tear film)으로 일정하게 커버되고 있다. 사람이 잘 느끼지 못하지만 눈에는 항상 일정하게 흐르는 물이 있다. ‘눈의 유리창’으로 불리는 검은 눈동자, 즉 각막은 공기에 노출돼 있으며 눈을 깜빡거림으로서 눈물로 안구 표면을 자극하는 먼지나 세균 등을 계속 씻어내는 것이다.
일정하게 유지되는 얇은 눈물막은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안구 표면을 깨끗이 유지해 세상을 밝게, 깨끗하게 보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눈을 보호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눈물막은 눈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름을 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먼지나 바람, 담배연기 또는 연기 등이 눈을 자극하면 추가로 눈물이 생성되는데, 이때 눈을 자극하는 것을 자연적으로 씻어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내의 진액이 마르듯이 눈에서도 그런 눈물이 부족해진다. 눈을 불편하게 하는 안구건조증은 40~50대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 안구건조증에 대해 LA 안과그룹의 김용제 안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보았다.
노화따른 피할 수 없는 증상… 눈물샘 염증 탓 오기도
건조한 환경서 더 심화 눈물 부족으로 책 오래 못읽어
원인 정확한 진단 중요… 인공눈물 쓰거나 간단한 수술
■ 안구건조증의 원인
눈의 표면, 특히 각막을 씻고 투명하게 유지하는 눈물(누액)의 고갈이다. 눈물은 단순히 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크게 물, 지방, 끈적한 진액으로 구성돼있다. 눈물은 우리 눈을 커버해 부드럽고 밝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눈물이 없이는 밝게, 깨끗하게 볼 수 없다.
또한 드물게 눈물샘의 면역성 염증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눈물샘이 염증으로 막혀 눈물생성이 원활해지지 못하고 안구건조증이 나타나는 것. 또한 눈물의 물, 지방, 진액 등의 밸런스가 깨져 어느 한 성분이 부족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김 안과 전문의는 “안구건조증은 피할 수 없는 노화 현상의 하나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피부도 까칠해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기본 눈물이 노화현상으로 점점 말라서 잘 안 나오는 것”이라 설명했다.
여성은 호르몬과도 관계가 있으며 40, 50대 갱년기가 오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젊은 사람 중에는 류머티스 관절염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 안과 전문의는 “먼저 근본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를 적절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구건조증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오래시간 책을 읽을 때, 길을 찾느라고 운전에 집중할 때도 안구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 김 안과 전문의는 “원래 눈은 1, 2초간 자주 깜박거리면서 눈물로 안구 표면을 깨끗하게 하는데, 오랜 시간 책을 읽거나 컴퓨터에 집중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깜빡거림이 5~10초간 늦어지면서 눈물 생성이 원활해지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안구건조증을 부추기는 일”이라 설명했다. 책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 눈이 빡빡해지는 것은 모두 안구건조증의 증세다.
또한 당뇨병, 루푸스, 피부경화증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라식수술도 안구건조증에 한 몫 한다.
약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혈압약, 충혈제거제, 항히스타민제(감기나 앨러지 치료제), 수면제, 피임약, 일부 여드름약, 항우울제, 모르핀이 함유된 진통제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기후 역시 중요한 요소다. 태양, 바람, 높은 고도, 건조한 날씨, 뜨거운 공기 등이 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물기가 공기에 많고 습한 곳에서는 눈에서의 증발이 좀 덜하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의 지역에서는 더 빨리 눈물이 증발되기 쉽다.
<김용제 안과 전문의가 환자에게 인공눈물을 투여하고 있다. 안구건조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은호 기자>>
인공눈물, 방부제 안섞인 제품으로
여성은 호르몬과도 연관 갱년기 오며 나타나기도
눈물 출구 트는 수술이나 염증치료로 증상 개선
전문의 “눈 기능과 무관 매직요법에 현혹 말아야”
건조한 캘리포니아, 하와이를 비롯 라스베가스에서는 안구건조증이 가장 심하다.
그밖에 에어컨, 히터도 눈물이 더 빨리 증발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샘이 막혀서 발생하기도 한다>
■ 안구건조증의 증상
대표적인 증상은 눈에 뭐가 들어간 것처럼 눈이 뻑뻑하고 까칠까칠한 느낌이 든다. 또한 흐릿하게 침침하게 보인다. 시린 느낌이나 무언가 쏘이는 듯하거나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렵거나 따끔따끔 거린다. 끈적거리는 눈곱이 생기기도 하며 담배연기나 바람에 더욱 눈이 불편해진다. 경우에 따라 오히려 눈물이 예기치 않게 펑펑 쏟아지기도 한다.
빛에 민감하게 되며 책을 오래 읽지 못하고 집중해서 읽을 때는 쉽게 눈의 피로가 찾아온다. 콘택트 렌즈 착용자는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눈에 부착하지 못한다. 때로는 밤에 더 초점을 맞추기 힘들어지고 증상이 더 심해진다.
■ 치료
중요한 것은 눈에 눈물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안구건조증 증세가 다른 질병과 연관이 있는지 또는 그 원인이 다른데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눈꺼풀의 기능이 문제가 될 때에는 간단한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대체로 인공 눈물을 사용하게 된다. 때로는 눈물이 빠져 나가는 출구를 막아주거나 눈물이 눈에 오래 고여 있게 하는 수술도 하기도 한다.
염증이 문제가 될 때는 염증 치료만으로도 확실한 증상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눈물은 회사마다 성분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김 전문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수돗물로 눈을 깜빡거리며 씻어주는 것”이라며 “인공 눈물은 물이지 약이 아니며, 이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덜어줄 뿐 안구건조증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눈물샘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염증을 제거하고 건강한 눈물 생성에 도움이 되는 약물로 ‘레스타시스’(Restasis)가 최근 사용되고 있으며 값은 좀 비싼 편이다. 또한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만성 안구 건조증을 위한 FD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약물이다.
인공눈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지방성분, 진액 성분에 따라 수십가지다. 젤처럼 덧발라 눈에 오래 붙어 있게 하는 것도 있는데, 젤 타입은 눈에 오래 붙어 있으면 흐리게 보이는 단점이 있다.
또한 눈물의 구성성분인 지방의 증발을 막는 지방이 든 인공눈물로 ‘Soothe’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효과가 오래 가는 편이다.
김 전문의는 “안구건조증은 노화에서 오는 불가피한 없어지지 않는 문제”라며 “눈의 기능이 문제가 아니므로 너무 지나치게 노이로제에 걸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을 확 없앤다는 매직 요법 광고에는 현혹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안구 건조증 증상을 완화하는 법
■ 자주 물로 눈을 씻어준다.
■ 생활환경을 너무 건조하지 않게 한다. 습도를 30~50 % 유지한다.
■ 헤어드라이어나 히터, 에어컨 바람이 바로 눈에 직접 닿지 않게 한다.
■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보호 안경을 끼거나 수영할 때에는 물안경을 착용 한다.
■ 눈을 문지르지 않는다.
■ 컴퓨터 하거나 책을 장시간 읽을 때에는 눈을 깜박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 인공 눈물은 수시로 넣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인공눈물은 방부제가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한다.
■ 눈을 잠시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용제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최근 날씨가 건조해져 안구건조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안구건조증,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 안구건조증은 눈의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피부 건조가 체내 장기 고장이 아닌 것과 같다.
■ 눈의 침침함을 일으키는 다른 문제와 구별돼야 한다.
■ 건조증을 없앤다고 백내장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건조증의 증세는 백내장 수술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인공눈물은 그야말로 물이지 약이 아니다. 증세를 일시적으로 덜어줄 뿐, 건조증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건조한 증세 때 또는 그 전에 넣어야 한다. 약처럼 하루 몇번 정기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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