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명 목사(왼쪽)와 전태식 전도사는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차이가 나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30년간 변치 않고 지켜왔다. <신효섭 기자>
‘다윗과 요나단’황국명 목사-전태식 전도사
#기억 1〓서울 대성고에서 반대항 축구대회가 열렸을 때다. 반대표에도 뽑히지 못했던 황국명은 어렵사리 대회에 나갔다. 우승 트로피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러나 1회전에서 상대팀‘키 큰 선수’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뭐, 저런 자식이 다 있나’ 싶어 황국명은 허탈했다. 그때는 키만 컸던 전태식이 평생 친구가 될지는 몰랐지만.
#기억 2〓전태식이 서울로 전학 왔을 때다. 서문 침례교회에 들어서자 ‘기타 잘 치는’친구가 눈에 띄였다.‘역시, 서울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라고 경기도 시골뜨기는 무릎을 쳤다. 전태식은 자기도 모르게 기타 치는 찬양 리더의 노래에 화음을 넣고 있었다. 그때는 기타 잘 치던 황국명이 자신의 진로를 바꿔놓으리라 상상도 못했지만.
고교시절부터‘단짝’앨범 14장 내
활동무대 한-미 달라도 사역 같은 길
12년만에 미국에서 콘서트
“찬양통해 치유·회복·위로 받길”
까까머리 고등학생 두 명은 이제 47세 중년이 됐다. 지금은 황국명 목사와 전태식 전도사로 불린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을 ‘다윗과 요나단’으로 더 많이 기억한다. 누가 다윗이고, 누가 요나단이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고교 시절 처음 만나, 대학생 때(1981년) 조직한 찬양 듀엣이 지금도 “서로 목숨을 내줄 만큼 존귀한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게 기쁠 따름이다.
▶황〓저 친구는 노래, 운동 등에 능력이 참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태식이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많이 울었어요. 저희 듀엣은 태식이의 예술적 능력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제가 멜로디만 하면, 태식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화음을 넣어요. 그럼 노래에 분위기가 살죠.
▶전〓교회에서 처음 본 순간 저와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정제되고, 훈련된 느낌이 강했어요. 저와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깊은 이해가 있는 좋은 친구가 됐네요.
두 사람은 지금까지 ‘다윗과 요나단’으로 앨범 14장, 개인 이름으로 앨범 3장을 냈다. 그렇다고 지금껏 두 사람이 계속 ‘붙어 지낸’ 건 아니다.
한국에서 같이 활동을 하다 전 전도사가 1992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한국서 혼자 활동하던 황 목사는 건강이 악화돼 1999년 미국으로 요양을 왔다. 친구에게 모든 걸 맡겼던 게 미안해서 전 전도사는 그때 거꾸로 한국으로 돌아가 황 목사의 일을 맡았다. 그렇게 15년을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 일하고 있다.
▶황〓혼자 노래하다가 함께 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요. 늘 마음이 빈 것 같거든요. 노래 부르다 이쯤에 태식이의 화음과 파워가 들어오면 하고 아쉬워할 때가 많아요. 둘이 함께 부르면 완성도가 훨씬 높아지죠.
▶전〓정말 짜릿짜릿해요. 저희 둘은 둘이 하나고, 둘이 둘이에요. 각자 사역이 있지만, 함께 모이면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죠. 그야말로 다윗과 요나단이 완성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세계에서 27년째 팀을 유지하는 듀엣이 없죠.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우정이 흔들리지 않는 비결이 뭘까. 떨어져 있어서 그리움이 더하기 때문이란다. 전 전도사는 ‘운명’을 덧붙였다.
▶황〓이 친구가 유학 갔다고 다윗과 요나단 멤버를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혼자 활동하면서도 팀 이름을 간직했죠. 제가 미국으로 올 때 멤버를 교체해도 좋다고 하자, 이 친구가 7년간 지킨 이름인데 어떻게 사람을 바꾸냐고 하더군요.
▶전〓목사님이 줄기이자 뿌리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왔기 때문에 팀이 존재할 수 있었죠. 저는 줄기에서 이탈된 사람입니다. 친구의 인내, 리더십으로 이어온 거죠. 이제는 제가 목사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야죠.
▶황〓향수와 그리움이 있기에 두 사람이 붙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서로 떨어져 있으니 그리움이 더 진해지나 봅니다.
▶전〓제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지금껏 끌려왔다는 느낌이 많아요. 그런 운명의 힘이 팀의 근간이 됐겠죠.
세월은 두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다윗과 요나단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지금처럼 ‘따로 또 같이’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황〓이 친구는 다재다능 해서 찬양 사역을 하면서도 자꾸 다른 곳을 바라보니깐 지금껏 힘들게 끌려왔어요. 이제서야 바깥 일을 포기하니 기쁘게 사는 것 같아요.
▶전〓목사님이 한결 여유 있어졌어요. 저를 바라보는 관점도 너그러워졌고요. 친구지만 지금까지도 저는 목사님이라고 부르며 존대를 해왔죠. 예전에는 둘 사이에도 담이 많이 쌓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편안한 사람이 돼 요새는 ‘자네’라고도 불러요.
▶황&전〓앞으로도 다윗과 요나단의 찬양 사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치유, 회복되고 위로를 받기를 원합니다.
# 콘서트 일정
다윗과 요나단은 미국에서는 12년만에 콘서트를 갖는다. 황 목사가 서울로 나가도, 전 전도사가 미국으로 들어와도, 각자 일이 바쁘기에 조명과 음향시설까지 다 갖추고 콘서트를 준비하는 건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다.
30년 ‘묵은’ 두 사람의 하모니는 3일 하나교회(7951 Commonwealth Ave., Buena Park·714-232-8888)와 10일 선한목자장로교회(1816 S. Desire Ave., Rowland Heights.·626-965-3443)에서 맛볼 수 있다. 시간은 모두 오후 7시. 입장료는 없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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