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太陽)을 삼킨 지도자를 찾아라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역성혁명(易姓革命)이다. 조선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에서 보듯 목숨을 걸었다. 박정희, 전두환 장군은 손에 피까지 묻혔다. 민주투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도 목숨을 걸고 싸워 ‘대통령직(職)’을 쟁취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바보 노무현’이 되기까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싸우다 깨지고 터지고 억수로 밟혔다. 2002년 11월 정몽준 후보와의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 합의’는 “내가 죽겠다”고 나선 결단이었을 것이다. 사즉생(死卽生).
자기를 불태우지 않고 어떻게 ‘큰 불’을 일으킬 것인가. 대권을 움켜 쥐겠다면 스스로를 불 태워 태양이 되어야 한다. 혼자 할 수도 없고 목숨을 건 일이기에 인복(人福)이 따라야 한다.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심복 ,목숨까지도 바쳐 ‘큰 뜻’을 함께 이루겠다는 심복(心腹)이 있어야 한다. 상도동, 동교동 가신, 386팀과 ‘노사모’우두머리들이다. 그들이 ‘태양의 빛과 열’이 되겠다는 심복들이다.
고건 전 총리가 16일, 큰 꿈을 접고 향촌으로 향하자 뒷말이 많다.그러나 그다운 선택이고, 올곧은 결단이다. 박수로 보내 주어야 한다. 그는 태양의 빛을 받았을 때 그 소임을 다했던 ‘보름달 같은 선비요 명 재상’이었다. 30대에 전남 지사로 출발, 장관 세 번, 서울시장 두 번, 총리 두 번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누렸다. 목숨을 걸지 않고 윗분의 택함만을 받은 처지였지만 취할 수 있는 자리, 누릴 수 있는 권력을 거의 다 맛보았다. 그만하면 족한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복을 아끼는 도리이다. 더 큰 욕심이 있다면 고 전 총리의 그동안 처신이 목숨을 걸고 뛴 지도자의 언행인지 물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문제의 ‘실패한 인사’ 이야기를 쏟아 냈다. “… 중간에 선 사람이 (고건 총리) 양쪽을 끌어 당기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실패해버린 인사지요(한겨레 21. 1/15 참조) 어찌 보면 사소한듯 하지만 품격이 드러난 자리이다.
고 전 총리는 당일(21일) 발표한 성명에서 결기를 세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다.…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그것은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들어 국정을 전단한 당연한 결과이다 … 스스로 인정하는 ‘고립’은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21세기 국가비전과 전략은커녕 민생 문제도 챙기지 못하는 무능력, ‘나눔의 정치’가 아니라 ‘나누기 정치’로 일관한 정치력 부재의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구구절절 옳다해도 그 시절 총리였기에 누워서 침뱉기다. 근신에 근신으로 살아 온 그답지 않다. 통합과 화합 , 창조적 실용주의를 말하던 그 중후함과 포용과 경륜은 어디로 갔는가.
다음은 12.19 국민의 선택을 어떻게 보았는가 물어 보자. 전열을 정비한 보수 야권의 구호는 선진강국을 향한 ‘경제’일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 대북관계 현실화 등도 눈에 띄는 무기로 쓸 것이다. 문제는 여권이다. 지난 10여년의 진보성향의 정치가 일구어 온 개혁이나 통일기운을 짓밟고 ‘중도 통합’을 내세운다.‘무엇의 중도요 누구와 누구를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허망할 뿐이다.
오는 12월 쟁투에서 이기든 지든 범 여권은 민주와 자주와 평화와 통일을 주축으로 한 진보개혁 세력 아래 하나로 뭉쳐야 한다. ‘친기업 법치확립’ 진보로, 성공적인 한미 FTA체결로, 주변 4강은 물론 북한 핵과 일본 핵에 대한 자주적인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한 대북 교류, 협력 지원확대로 21세기를 이끌어갈 ‘평화와 번영과 법치 선진한국의 청사진’을 당당히 펼쳐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고건 전 총리나 정동영 전 의장이-다른 사람은 몰라도-큰 뜻을 품었다면 오늘의 자기를 있게 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손을 잡고 목숨을 걸었어야 했다. 12.19전선을 김대중 노무현 여권 후보 대 박정희 김영삼 야권 후보로 단순화 시킨 후 있을 수 있는 북미관계와 남북 정상회담의 변수를 기다려 볼 수 있었더라면 … 행여 야권의 변수라도 …
밝은 보름달이 졌다고 아쉬워 할 것 없다. 체질도 색깔도 엇갈리는 데다 인복(人福)이 그뿐인 걸… 잠시의 어둠은 물리쳐야 한다. 그리고 믿음을 잃어서도 안된다. 12.19 선택을 앞둔 국민의 열망과 함께 태양을 삼켜 제 몸을 불살라 조국과 민족의 앞날을 밝혀 줄 지도자가 우리 앞에 나타날 것임을 모두가 굳게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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