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음식값 인상시작, 봉제는 아직 저울질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이 인상된 지 2주가 경과된 가운데 한인 업계가 이에 따른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6달러75센트에서 7달러50센트로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일부 업체들은 재빨리 제품 가격을 올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주변 눈치만 살피며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종업원들마저 동일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종업원 상해보험과 세금 납부액 증가 등 부수적인 지출이 늘면서 한인 업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별 문제점과 해결책을 진단했다.
세차는 감원, 마켓은 인력 재배치로 대처
건설은 비숙련공 많지 않아 영향 적어
고객감소 우려속 경쟁업체 눈치만 보기도
노동법 단속 강화 예상돼 법 준수 필수
■요식업계
요식업계에서는 지난 1일부터 메뉴 가격을 인상, 인건비 인상에 따른 이익감소를 만회하려는 업체들이 나타났다. 아직 일부 업체에 그치고 있지만 조만간 업계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식당 업주는 “메뉴판도 새 것으로 교체하고 특히 고객들에게 가격 인상에 대한 정당성을 인식시켜야한다는 점에서 무척 조심스러웠다”며 “다행히 고객들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해들어 건물 렌트가 0.5~1.0% 인상된 점도 가격 인상을 불러왔다.
한인요식업협회 이기영 회장은 “한인 상대 식당들은 다양한 반찬을 제공하는 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해 인건비 비중이 크다”며 “여기에 야채 값의 폭등 등 재료비도 크게 올라 현재로선 가격의 인상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 비즈니스 컨설턴트 역시 “한인 식당의 경우 사업규모가 영세하고 유사한 메뉴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따른 고객 감소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고객들에게 업계 현실을 올바르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의류 및 봉제업계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부가비용의 증가로 봉제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진호 기자>>
LA 다운타운 봉제업계는 최저임금을 받는 라티노 종업원들의 분포가 가장 많은 비즈니스인 만큼 이번 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일부 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원청업체를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단가를 올린다는 안내문을 보내 협조를 요구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업계 전체에서 생산가격에 변화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한 봉제업주는 “경쟁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일감을 다른 업체로 돌릴까 걱정”이라며 “많은 주문을 따내 수익을 내서 이를 만회하는 방법밖에 대책이 없는 데 이는 결국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의류업계는 업계 현실은 이해하지만 단가 인상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봉제비용을 올리면 판매 가격에 반영해야하는 데 도매업계 역시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 상승=매출 하락’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WTO의 가입으로 쿼터가 해제된 베트남의 의류가 대거 들어오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남미와 중국, 동남아 국가의 의류와도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이라 단가를 올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건설, 세차, 마켓
<세차장에서 라티노 종업원들이 세차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 고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건설업계는 오히려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숙련공으로 이미 시간당 최저 10달러 선에 책정되어 있기 때문.
한 건설업체 대표는 “하청업체에서 일부 임시 고용직 직원들에 해당되는 문제일 뿐 이 역시 하청을 줄 때 전체 계약금으로 거래를 맺는 업무방식이 있기 때문에 지출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세차장에서는 종업원을 줄여 늘어난 지출을 만회하고 있다. 타운의 한 세차장 업주는 “평일 18명의 종업원을 15명으로 줄였다”며 “종업원들도 일은 조금 늘었지만 임금과 팁으로 인한 수입이 늘면서 오히려 근무태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인 마켓들 역시 인력 활용 방법을 변경함으로써 인건비 부담 최소화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급락세로 한국산 식품의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인상된 임금을 제품 가격에 붙일 경우 업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현 종업원들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불필요한 추가비용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대책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비용이 상승한 캘리포니아주 내 비즈니스들이 현재는 주변의 반응을 살피고 있지만 조만간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플레도 상당한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새로운 임금 규정이 생긴 만큼 정부의 노동법 위반 업소에 대한 단속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법 전문 김윤상 변호사는 “노동청에서 조만간 노동집약적 비즈니스를 상대로 단속에 나서최저임금의 올바른 지급과 임금사항이 적혀있는 EDD 포스터의 변경 등을 확인할 것”이라며 “관련 서류를 꼼꼼히 준비하는 등 철저한 대비만이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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