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총영사관의 민원담당 문병준 영사가 12일 오전 한인회관에서 민원 신청자들에게 ‘순회영사 업무 기부금 문제’에 대해 영사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총영사관 “한인 민원 많았다”
한인회측 “자발적 성격인데…”
1988년부터 19년간 실시
찬반의견 꾸준히 제기돼
“영사관서 돈걷는다 오해”
“10달러 비용 큰문제 안돼”
OC 한인들이 여권 갱신 등 민원 업무로 LA 총영사관(총영사 최병효)으로 가는 불편을 덜기 위해 오렌지카운티 한인회(회장 잔 안)에서 지난 1988년부터 19년 동안 실시해온 순회 영사업무 서비스가 개시 이래로 가장 큰 진통을 겪고 있다.
LA 총영사관측이 지난 수년 동안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던 영사업무 기부금 문제의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기부금을 받을 경우 한인회에서의 영사업무를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본보 1월11일자 1면, 12일자 3면 참조)
기부금 문제는 OC 한인사회 자체 내에서 주로 거론되어 왔던 것으로 총영사관측이 ‘통보’ 형식으로 강하게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영사관측은 여의치 않을 경우 OC 다른 비영리기관 물색까지 거론하고 있다.
총영사관의 이같은 조처에 대해 민원 담당관은 최근 ‘미디어 다음’에 올린 한 유학생의 글 “미국 내 한국 영사관에서 기부금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인가”를 예를 들면서 자칫 영사관에서 돈을 받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강제성이 있다’는 불평이 접수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담당관은 또 영사관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온 1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사에 협조한 8명 중에서 7명이 ‘강제성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그는 10달러를 내지 않으면 한인회 직원이 ‘째려보고’ ‘10달러를 냈는데 왜 내가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나’ ‘영사가 돈을 요구하면 되는가’ ‘영사관에서 10달러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가’ 등의 불평이 접수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이번에 총영사관에서 제기한 상당수의 불만사항들은 최근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 20여년 동안 투서 또는 구두로 영사관측에 이미 전달된 것들로 새로운 사실도 아닌데 이번에 문제를 삼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안영대 전 회장은 2년 전 선거에서 영사관에서 이번에 제시한 비슷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 받지 않는다’를 공략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해묵은 문제이다. 안 전 회장은 “그 당시 한인들의 여론이 좋지 않아 선거공략으로 내세웠다”며 “예전부터 말이 많아서 총회를 열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안 전 회장은 기부금을 받지 않아 한인회 운영이 어려워 결국 개인 돈 2만2,000여달러를 내놓았다.)
총영사관에서 공개한 일부 민원인들의 불만이 있지만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한인들도 있다. 어차피 OC에서 LA로 가려면 시간, 개스비, 주차비 등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봉사단체인 한인회를 위해 10달러 정도는 별로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기부금이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도네이션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동안 사소한 잡음 이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안영대, 김태수 전 회장 시절을 제외하고 나머지 한인 회장들의 대부분은 운영기금 마련을 위해 영사 업무 도네이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다.
영사업무 도네이션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한 정호영 전 한인 회장(90~92년)은 “한인들이 LA에 가는 것보다 OC에서 민원 서비스를 받는 것이(재정적으로) 도움이 되고 한인회를 돕는다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도네이션 하는 것”이라며 “도네이션을 받는데(영사관에서)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하며 영사관측의 이번 처사는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구 전 한인회장(94~98년)은 “총영사관의 허락을 받고 지난 20년 동안(한인회에서) 영사 업무를 해왔는데 지금처럼 영사관에서 ‘고자세’로 명령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인회 영사업무 도네이션 문제는 이같이 수년 동안 OC 한인사회에서 쟁점으로 논의되어 온 사안으로 이번에는 영사관에서 강하게 개입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칫 OC 순회 영사업무 장소가 한인회관이 아니라 다른 장소로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 15일 열리는 한인회 임시 이사회에서 총영사관·한인회의 입장을 모두 살리고 일부 민원인들의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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