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정(가족치유상담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답답함과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일상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화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고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화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대화방식보다는 주로 상대방 또는 이야기 내용을 문제시 삼는다. 얼마전에 상담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담실을 찾는 가족들은 대개 자녀들의 문제시되는 구체적인 행동 때문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보면 대화의 어려움으로 생겨난 가족간의 마찰과 그 과정에서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가 주된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학생의 학교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우울해 보이는 게 우려가 되어 학교에서 가족상담을 권하여 오게 된 중국인 가족. 서로를 아끼고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각별한 사랑이 쉽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는 가족이었지만, 서로를 불편해 하는 것 같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동안 늘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각자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며 굳은 표정들이었고 (아버지는 늘 같은 잔소리와 진부한 옛 이야기를 하므로), 아이들이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동안 아버지는 불안해 하며 곧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갔고 (아이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같은 실수를 하므로), 어머니는 조용히 아이들 편을 들었다. 조금 다른 방식의 대화를 시도한다고 하여 이 가족의 문제가 물론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를 파악하고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인 동시에, 개개인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건강한 대화방법에 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이다. 대화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경청은 생각처럼 쉽지 않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적극적 경청은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열심히 듣고, 이야기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상대방에게 관심을 모으는 자세를 말한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동안 신문이나 TV를 본다든지, 다른 생각을 한다든지, 혹은 내가 다음에 할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이야기 속에 묻어있는 감정을 읽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둘째, 나누고 싶은 생각과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상대방의 생각을 다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상대방이 내 마음과 생각을 다 알아차려야 한다고 믿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말하고자 할 때 상대방에 따라 약간은 다른 방법을 취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가령, 청소년들이 가장 못견뎌하는 것이 부모의 장황한 연설과 “내가 자랄 땐…” 으로 시작하는, 주로 자녀들에게 훈계를 하기 위하여 들려주는 부모의 힘든 어린 시절 이야기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에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간략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들은 내용을 상대방에게 들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늘 직장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내가 불평을 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 받았다는 거지?” 또는 질문을 통하여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설명해 주도록 한다. “오늘 직장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는 건 알겠는데, 내가 한 부탁이 어떻게 불평으로 들렸는지 잘 이해가 안되는데?”
넷째, 현재의 대화내용에 충실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간에도 그렇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지나간 일을 자꾸 들추어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외에도 건강한 대화방법은 많을 줄 안다. 서로에게 대화 나누기 좋을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것, 제3자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 하는 것, 구체적인 말과 행동에 관한 평을 하되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지 않는 것, 나의 필요와 바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등등.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이해해 준다는 것은 위안이 되고 기쁜 일이다. 그리고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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