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칼럼리스트)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대통령의 5년 단임을 규정한 87년 헌법 제70조다. 이를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로 고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 주기도 함께 묶어 국력낭비를 막아 보자는 것이 이번 노무현 대통령이 제의한 개헌안의 골격이라 본다. 사실 지난 95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설은 무성했다.그때도 “5년 단임”이 문제가 되었다. 95년 2월 16일자 칼럼에서 필자는 “대통령의 임기 5년은 무능한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길고, 유능하고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하며, 개헌 논의는 “무능한 대통령이 5년동안 허송세월하는 손실보다 유능하고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5년 임기 때문에 일손을 놓고 물러나야 하는 손실이 더욱 크고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연구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끝장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1월 9일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헌법이(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노 대통령은 “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 정치를 훼손한다”고 말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함”을 아쉬워 했다. 또한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귀담아들어야 할 퇴임을 앞둔 국정 최고 경험자의 의견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이고 책임정치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보다 큰 책임과 높은 목표가 설정되어야 할 텐데 그것이 아니다. 5년 단임탓이다. 소속 정당과 대통령과의 관계도 이상해진다. 대통령이 다음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 손쉬운 “심복”을 찾게 된다. 지난 20년동안 보아 온 집권당과 대통령 관계를 보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단임제 폐단을 쉽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한국 정당정치의 맥을 끊었고, 대통령의 일할 신명을 앗아갔다. 한국의 경제적 성취에 걸맞는 성공한 대통령이 있는가, 누구인가.
그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임기 4년으로, 그리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전략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을 말한다. 이 소식을 듣고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여자다운 혹평을 서슴지 않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 구현,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본보 1/10 참조) 입을 맞춘 듯 생각이 같다.
“4년 연임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다수 국민과 여야 정치권이 뜻을 같이 한다. 다만 개헌 발의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노통의 꼼수’란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노 대통령은 말한다.“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믿어 줄 수 없는가. 허(虛)를 찌르고 실(實)을 세워 주는 그래서 모두가 참(眞)으로 하나되어 이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번 개헌으로 유익을 얻는 세력이 있다면 오는 12월 19일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정치세력과 대통령 당선자일 것이다. 아무리 따져 봐도 “퇴임 대통령 노무현”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은 국민들의 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 불가 기세가 자못 험악한 모양이다. 60-70%의 반대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는 탓인지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11일의 각 정당 대표 원내대표 초청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싫으니 개헌안을 무조건 반대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여론이고 정치감각이다. 어느 정권이 다루어도 개헌문제는 결국 임기말 과제일 텐데 왜 20년만에 맞는 이 좋은 기회를 버리는가. 대선 예비후보들은 정녕 선거밖에 안 보이는가?
말이 좋아 21세기 시대정신, 민족사적 소명을 묻는 것이 아닐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만이 스스로 평화를 지키고,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는 틀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아까운 “4년 연임제 개헌안”이다. 국민의 품안에서 제몫을 다하기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