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10년의 궤적을 지나며 워싱턴 한인 경제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아직도 대다수 한인 비즈니스는 타운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머물고 있다. 한인비즈니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특정업종 편중 탈피하라
워싱턴 한인 경제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본보 업소록을 조사한 결과 1996년에는 1,981개였던 한인업소 수가 올해에는 5,668개로 세배 가까이 양적으로 급팽창했다. 하지만 워싱턴 한인들의 특정 업종·한인타운 편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에이전트의 경우 96년에는 162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1,056명으로 급증해 전체 한인업소의 약 20%나 차지했다. 융자 에이전트는 93명에서 361명, 개업의료인은 90명에서 388명, 건축업이 82개에서 233개, 식당 97개에서 203개, 학원 47개에서 113개로 각각 늘었다.
즉 건축업을 제외한 한인대상 업종이 전체 업소의 약 5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인타운의 포화와 함께 주류사회 진입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새 비즈니스 수요가 백인이나 비한인 공략이 아닌 한인만 겨냥, 주류 비즈니스와의 단절은 물론 권리금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물정 모르는 한국 투자이민 자본까지 밀려들며 타운 업소들의 권리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수년간 워싱턴 한인무역협회을 이끌어 왔던 김옥태 한인연합회 회장은 “한인 경제의 지속적,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업 일변도에서 탈피, 문화 및 무역 분야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7-8년전부터 한인 업종들이 대형화되고 있으나 앞으로도 계속 대형화해 나가야 한다”며 “이와 함께 타인종 언론 등에 대한 홍보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인시장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에게 편리한 타운으로
미국의 주요기업들이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히스패닉과 아시안 마켓에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서고 있는 점은 한인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인타운의 경우도 비한인 고객들이 몰려들며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맞는 타운업소들의 준비는 아직 미비하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많은 한인업소들이 한글은 큰 글씨로, 영어는 작게 쓴 간판을 고집하고 있다.
영어 간판이 타인종 고객유치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미 관련 기관의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다.
한인타운을 찾는 외국인들도 “한인업소의 간판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떤 업소인지 금새 구분이 안된다”면서 “외국인 고객들을 위해 더욱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서 3년동안 미군 생활을 했다는 센터빌의 한 미국인은 “한국 음식이 가끔 먹고 싶어 한인식당에 가고 싶지만 간판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되돌아온 적이 몇번 있었다”면서 “외국인들이 간판만 봐도 알 수 있게끔 좀더 크게 영어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어 간판 뿐 아니다.
애난데일의 한 제과점은 아예 한글은 작게 하고 스패니시어를 크게 부각시켜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이 제과점은 고객의 90%가 히스패닉일 정도로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
센터빌의 건강의료기기 업체인 세라잼사 정제범 사장은 “한인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5년 전부터 주류와 소수계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고객의 90% 이상이 비한인”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좁은 한인 시장을 벗어나 더 큰 시장을 노릴려면 결국 주류 시장을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상권, 비 한인시장 공략기회로
한인 상권은 애난데일 한인타운을 모태로 점차 외곽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센터빌, 스프링필드, 우드브릿지 등 한인 밀집지역에는 새 상권이 서서히 태동하고 있다.
제2의 한인타운으로 불려지는 센터빌 지역의 경우 기존 비한인 업소가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한인 업소가 그 자리를 차고 들어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 상권이 계획 단계부터 한인만을 겨냥하고 있어 신규 비한인 고객 창출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다인종 상권은 경기침체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점을 알면서도 당장 언어, 문화적으로 편하고 빨리 사업의 승부를 걸 수 있는 한인 위주 상가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한인 전용 상가는 한인들이 응집력이 유달리 강한 소수계라는 인식만 심어줘 주류 및 소수계 고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올 수 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급화 차별화를 통해 타인종 시장을 개척한다면 보다 바람직한 한인경제력 신장은 물론 한인들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2세 네트웍을 구축하라
한인 1.5-2세들이 비즈니스의 주축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들을 연결할 마땅한 고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많은 워싱턴 한인 1세들은 “대부분 한인단체가 1세와 1.5 및 2세 위주로 확실히 나뉘어져 있다”면서 “젊은 한인들이 마음놓고 활동하면서 한인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점에서 최근 한인 1.5세 및 2세들이 주축이 된 워싱턴비즈니스협회와 1세가 주축인 워싱턴 식품주류협회의 통합은 의미가 깊다.
워싱턴식품주류협회의 차명학 공동회장은 “1.5세가 앞장서고 1세대들이 뒤를 밀어주게 돼 한인 상인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며 “신구 세대의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1.5세 및 2세 영입에 힘을 쏟고 있는 오문석 뉴스타부동산 동부지사장은 “1세들은 근면, 성실하고 추진력은 있지만 언어 문제로 주류 사회에서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영어와 컴퓨터 등에 강점을 가진 1.5 및 2세들과 힘을 합쳐야만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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