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1989년 6월 15일자 ‘의원면직 사고’와 함께 독자들과 헤어진 후 17년만이다. 지난 5월에 돌아와 마주하는 한국일보는 옛날의 신문이 아니다. 동포 사회가 성장 발전한 만큼 그렇게 많이 변했다. 독자들의 눈높이에 뒤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전면전을 펼치는 전사들의 모습 그대로다. 하루 삶터로 변해버린 지구촌 소식을 가려 전하는 일이 말같이 쉬울 리 없다. 오늘 미국땅을 밟는 동포에서부터 3-40여년 넘게 이곳에 자리잡고 사는 동포사회‘터줏대감’들의 까다로운 입맛까지 챙겨야 하는 기자들의 하루. 아날로그(Analog) 몸통과 디지털(Digital) 날개를 하나로 빚어야 하는 기자들의 하루는 말 그대로 강행군이다. 곁에서 지켜 보는 필자의 손에 땀이 배일 정도다.“열과 성”을 다하여 그렇게 하루의 신문은 편집 제작되어 다음날 아침에 독자들의 손에 쥐어진다. 동포사회의 길잡이가 되고, 때로는 포그-혼(Fog Horn)을 울려 주는 한국일보는 참으로 깨어 있는 신문, 정상의 신문이다. 말없이 지면을 허락해 준 그 마음에도 오늘 감사드립니다.
독자들과 함께 한반도를 맴돌다 헤어져야 할 올 한해이다. 북한의 ‘강성대국’ ‘선군정치’가 몰고 온 7월의 미사일 발사와 10월의 핵실험을 우리가 어떻게 못 본 척할 수 있는가. 한반도의 역사를 왜곡하고, 영토까지 넘보는 일본과 중국의 속셈을 어찌 눈감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해외 동포 =미주동포=인데, 왠 쓸데없는 관심이 그리 많은가 한다면 당신은 그냥 그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다해도 당신이 만약 ‘역사의 신’을 믿는 지구촌의 지성이라면, 한발 더 나아가 한반도의 분단 역사를 지켜 보아 온 눈이라면 당신은 오늘의 ‘한반도 분단사태와 통일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한쪽으로 몰아쳐 쌓인 미국 주류사회의 부(富)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서울의 번영이 몰고 와 우리 동포사회의 살림살이를 더욱 더 살찌게 한 88올림픽을 전후한 10년의 서울 바람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결코 등돌리지 않을 것이다.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던 우리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 소식을 듣고 내 집안경사인 양 한자리에 모여 소주를 병째 마시던 우리다. 비(Rain)가 반갑고, 한류에 휩쌓여 밤잠을 설치는 우리다. 일본과 중국이 또 다시 쇠말둑을 박으려 하고, 미국의 조야가 눈독 들이는 한반도 문제를=바로 우리 문제인데=우리가‘소 닭보듯’ 할 수야 없다. 그럴 수는 차마 없다.
의미있는 변화도 읽을 수 있었던 올 한해였다. 지난 23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회 회장 이취임식장에서다. 열과 성을 다해” 봉사하고 떠나는 김 홍익 회장의 등뒤에 쏟아지는 박수 소리는 컸다. 유난히 동포사회의 “화합과 협력 ”을 외치며 새로 취임하는 25대 이석찬 회장을 반기는 박수소리도 컸다. 떠나는 이나 보내는 이 모두가 밝은 모습이어 보기가 더욱 좋았다. 저들은 열정 하나를 들고 동포사회를 위하여 일하겠다고 우리 앞에 나선 봉사자인 일꾼들이다. 회장이고 이사이기에 써야 할 돈이라면 생색이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가사 소홀로 당하는 마음고생은 입밖에도 낼 수 없다. 능력 따라 얼마쯤은 다르겠지만 항상 빈 손 들고 어쩌면 마음의 상처를 안고 떠나야 하는 회장이고 단체장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누가 그들의 등뒤에서 욕질 칼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동포사회의 힘을 좀먹는 이런 악습만은 기필코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한인회나 각 봉사단체가 시간과 재물과 능력과 열정을 두루 갖춘 일꾼이 나와 마음놓고 봉사할 수 있는 일터, 1.5세 2세들이 보람을 찾는 봉사의 일터가 되려면 더더욱 그렇다.
정상기 총영사의 축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총영사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정총영사는 -한인회장에 대한-“비판보다는 격려와 지원을”당부하며, 비판은 2년 후-임기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분명히 밝힌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심초사할 게 뻔한 신임 한인회장에게 -동포사회의- “비판과 비협조에 마음쓰지 말고, 소신껏 담대하게 일하라” 는 충고의 말도 들려 준다. 모든 봉사자, 단체장들은 물론 동포사회와 관심있는 분들도 귀담아 새겨볼 만한 내용이라 본다.
먼저 참여하고 격려 협력하라 그리고 비판하라. 2006년 세밑에 서서 우리 모두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겠다면 바로 거기에 길이 있을 것이다 .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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