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온가족이 즐길만한 무대들

12월은 할러데이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 곳곳에서 열리는 달이다. 특히 가족 위주의 볼거리가 넘쳐나는데 ‘호두까기 인형’ ‘스크루지’ ‘34가의 기적’ 등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연말을 장식해 준다. 할러데이 쇼의 특징은 화려함이나 유명한 정도보다는 어떤 일행과 얼마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한 법. 평소 찾아보지 않았던 소극장이나 작은 지역 예술단의 공연이라도 온 가족이, 또는 소중한 친구, 친지들과 함께 보면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매표가 가능하고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공연들을 다수 모아 소개한다.

뮤지컬 발레 인형극…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한한 환상속으로
마술쇼 서커스도 볼만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훔친 이야기
샌디에고의 셰익스피어 전문 극장 올드 글로브에서 9년째 공연해 온 작품으로, 미국판 스크루지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없애기 위해 인근 마을의 모든 크리스마스 장식, 음식, 그리고 선물을 훔치면서 심술을 부리지만 주민들은 마음 하나만으로 더욱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내용의 닥터 수스(Dr. Seuss) 이야기를 뮤지컬로 흥겹게 각색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적합하다. 26일부터 29일까지 연장 공연 스케줄을 www. TheOldGlobe.org에서 볼 수 있다.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The Old Glove Theatre, 1363 Old Globe Way, San Diego, 619-23-GLOBE)


닥터 수스의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훔친 이야기’가 올드 글로브 극장에서 29일까지 연장 공연된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의 대명사와 같은 넛크랙커(The Nutcracker) 발레는 12월 초부터 여러 군데서 이미 선보였지만, 크리스마스와 뉴이어스 이브 주말까지도 남아있는 공연들이 있다.
▲패사디나에서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가 23일 오후 2시, 7시30분, 24일 오후 2시, 세 차례에 걸쳐 러시아 전통 발레의 진수를 보여준다. 학생들 위주로 구성되었어도, 출연하는 55명 중 다수가 앞으로 볼쇼이 발레 팀원이 될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에 웬만한 전문 발레단보다 높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Bolshoi Ballet Academy(Pasadena Civic Auditorium, 300 E. Green St., Pasadena, 626-449-7360)
▲어바인에서는 발레 퍼시피카가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무대를 펼친다. 올해 세트와 의상을 새로 단장했으며,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베테런 발레리나가 특별 출연한다. 일시는 22일, 23일 오후 2시, 7시. Ballet Pacifica(The Barclay Theatre, 4242 Campus Dr., Irvine, 949-854-4646 x1)
▲글렌데일에서도 클래식 넛크랙커 발레를 만날 수 있다. 로스앤젤리스 발레단이 30일 오후 2시, 7시, 31일 오후 1시, 5시에 공연한다. LA Ballet (Alex Theatre, 216 N. Brand Blvd., Glendale, 562-436-3661)


‘슬라바의 스노쇼’에서 광대 슬라바가 주체할 수 없이 커진 눈덩이와 씨름하는 모습. 무대 예술과 조명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인형극 호두까기 인형
넛크랙커의 전통적인 형식이 차이코프스키와 발레라면, 어린이 관객을 위한 특별 무대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형극장의 밥 베이커가 보여준다. 100여개의 줄인형과 그림자 꼭두각시가 등장하여 흥겨운 할러데이 음악과 함께 클라라와 넛크랙커 왕자의 멋진 크리스마스를 펼쳐 보인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이들에게 적당하다. 1월28일까지 주중에도 공연하며, 주말에는 금요일 오전 10시30분,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30분.
Bob Baker’s Nutcracker(Bob Baker Marionette Theatre, 1345 W. 1st St., LA, 213-250-9995)

‘슬라바의 스노쇼’에서 광대 슬라바가 주체할 수 없이 커진 눈덩이와 씨름하는 모습. 무대 예술과 조명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슬라바의 스노쇼
런던 데뷔 때부터 호평으로 시작하여 서커스 쇼단 ‘서크 두 솔레이’와 함께 순회 공연한 바 있는 러시아 출신 퍼포머 슬라바 폴루닌의 환상적인 눈의 세계. 광대 슬라바가 이끄는 대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안개, 그리고 물방울의 코미디와 드라마에 빠져들게 되며, 클라이맥스라고 할 만한 눈보라 부분에서는 극장 전체가 폭설에 휩싸이는 환상을 느끼게 된다. 선명한 스토리라인 보다는 조명과 무대 예술을 즐길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이상 청소년과 성인들에게 권할 만하다. 1월7일까지 공연. 자세한 시간은 www.uclalive.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Slava’s Snowshow(Royce Hall, UCLA, 10745 Dickson Plaza, Westwood, 310-825-2101)

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의 스크루지를 떠올리지 않는 크리스마스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그동안 무수한 극단에 의해 코미디, 뮤지컬, 단막극 등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었지만, 오랜만에 사우스코스트 레퍼터리 극단에서 원작에 충실한 전통 연극으로 만들었다. 23일 2시30분과 7시30분, 24일 12시와 4시에 공연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이 6세 정도 이하 아이들에게는 다소 무섭게 전달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A Christmas Carol(South Coast Repertory, 655 Town Center Dr., Costa Mesa, 714-708-5555)
사우스코스트 레퍼터리보다 조금 가벼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LA의 나잇츠브리지 디어터 컴퍼니의 코믹한 크리스마스 캐롤을 권할 만하다. 어린이들을 위해 밝고 유쾌한 작품을 주로 올리는 극단이고, 연말을 맞아 ‘베스트 크리스마스 패전트 에버’와 함께 특별 기획한 만큼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 Christmas Carol (23일 오후 5시), The Best Christmas Pageant Ever(23일 오후 8시), Knightsbridge Theatre (1944 Riverside Dr., LA, 323-667-0955)


사우스코스트 레퍼터리 극단의 할러데이 클래식 ‘크리스마스 캐롤.’


뮤지컬 오디션!
매년 12월 어린이들을 위한 ‘올 어바웃 샌타’로 관객들에게 친근한 샌타모니카 플레이하우스에서 가족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로 코미디 뮤지컬 ‘오디션’을 공연한다. 1월28일까지 계속되는데, 토요일 7시와 일요일 6시에는 디너 디어터 형식으로 뷔페 식사와 함께 쇼를 볼 수 있다. 31일에는 6시30분과 9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샴페인 뷔페를 서브하며, 관객 모두에게 뉴이어스 이브 축하를 위한 모자, 티아라, 레이, 노이즈메이커, 그리고 깜짝 놀랄 선물이 준비된다. 뮤지컬 ‘오디션’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배우 지망생을 통해 할리웃의 허상과 비밀을 밝히는 내용으로, TV쇼 ‘엘루이즈’의 오리지널 주인공이었던 에벌린 루디가 출연한다. 초등학생 이상에게 권할 만하다.
Audition! The Musical(Santa Monica Playhouse, 1211 4th St., Santa Monica, 310-394-9779)


샌타모니카 플레이하우스의 연말 특별 샴페인 디너쇼 ‘오디션! 뮤지컬’의 한 장면.


마술쇼 ‘현실 도피’
할러데이 시즌과는 무관하지만, 방학을 맞아 무료한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공연이다. 마술, 코미디, 음악, 그리고 특수 효과의 완벽한 조화를 라이브로 보는 재미가 모든 연령대에게 어필한다. 사람이나 사물을 공중에 띄우고, 사라지게 하고, 붙였다가 떼었다가, 갇히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어느새 위험한 탈출을 시도하는 등 클래식한 마술의 눈속임과 재주를 보여준다. 매주 금요일 8시, 토요일 2시, 8시, 일요일 2시.
Escape Reality(Magicopolis, 1418 4th St., Santa Monica, 310-451-2241)


샌태이시아
춤추는 산타클로스와 난쟁이가 등장하여 산타의 장난감 샵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언뜻 보기엔 아이들을 위한 쇼 같지만, 중학교 이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코미디다. 문화지구 노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극장 할러데이 쇼쯤으로 생각하면 적합하고, 고교생이나 대학생 자녀들과 함께 볼만하다. 7년째 해온 공연이기 때문에 음악, 의상, 안무, 그리고 관객들까지 호흡이 잘 맞는다. 보기 드물게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공연이 있다. 23, 24, 25일 저녁 8시.
Santasia(Whitefire Theatre, 13500 Ventura Blvd., Sherman Oaks, 866-811-4111)


수녀님의 크리스마스 교리문답
10년 전 소극장 인터액티브 코미디 일인극으로 시작하여 순식간에 대도시 및 전 세계로 순회공연을 펼친 이래, 세 가지 다른 드라마로 확장된 ‘래이트 나이트 캐터키즘’(Late Nite Catechism)의 크리스마스 쇼. 근엄한 수녀님이 가톨릭 학교에서 벌어진 범죄를 놓고 나름대로 과학수사를 동원하여 해결하는 내용이다. ‘동방박사의 황금에 얽힌 미스터리’라는 소제목이 붙은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가 범죄현장으로 탈바꿈하고, 관객 모두가 학생 역할을 맡아 범인 찾기에 나서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흥겨운 할러데이 음악과 재미난 대사가 이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최소한 10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적합하다. 29일과 30일 저녁 7시30분.
Sister’s Christmas Catechism-Mystery of the Magi’s Gold(Thousand Oaks Civic Arts Plaza, 2100 E. Thousand Oaks Blvd., Thousand Oaks. 티켓 문의는 www.ticketmaster.com)


뉴 상하이 서커스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어 다시 한번 세리토스 퍼포밍 아츠센터 무대에 오른다. 전형적인 중국 서커스 레퍼터리로 텀블링, 재주넘기, 인간 탑 쌓기, 접시돌리기, 춤추는 사자 등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아찔한 곡예를 펼친다. 일반 서커스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과 함께 보기에 좋다. 29일과 30일 오후 2시, 8시, 31일 오후 3시 공연.
New Shanghai Circus (Cerritos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12700 Center Court Dr., Cerritos, 562-467-8810)


아찔한 곡예가 주를 이루는 중국 서커스의 진수, 뉴 상하이 서커스의 공연에서는 놀라운 수준의 텀블링, 재주넘기, 인간 탑 쌓기, 접시돌리기, 춤추는 사자 등을 볼 수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