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선정(가족치유 상담가)
“스스로 돌보기*”
흔히 엄마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거나,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아이를 위해 희생해서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잘 해주는 것이 본성이고, 또 물론 잘 해주어야 하지만 얼마만큼이 충분한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얼마전에 한 여성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미안해하며 아들 위주의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친 목소리로 하소연해왔다. 남편과 헤어진 지는 거의 6년이 넘었지만, 그 당시의 일로 아들이 많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은 것 같고, 아들은 틈만 나면 모든걸 엄마의 탓으로 돌린다고 했다. 이 상태로 계속 생활해 나간다면, 무엇이 가장 큰 스트레스인지, 무엇이 가장 자신을 지치게 하고 갑갑하게 하는지 물어봤다. 그 여성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내 인생은 언제 시작할 수 있나요? 아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별 문제없이 잘 지내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그렇게 믿고 생활해 왔는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정말 내 인생은 정지되어 있는 느낌이예요.”
이 여성의 심정은 엄마의 주된 역할이 자녀를 보살피고 교육하는 것이라고 배우며 자란 우리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잠시 그러한 과정에서 여성이 겪게 되는 갈등과 아이들 위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위에 언급한 여성처럼 자기 인생을 마음껏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불만족스럽고, 아이들에게 희생하는 만큼 기대 또한 높을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엄마가 스스로의 욕구와 필요를 뒤로 하고 최선을 다하여 자녀양육에 정성을 쏟았는데, 아이가 엄마의 노력과 마음을 몰라주고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아마 아이가 아직은 철딱서니가 없다고 생각되면서도 야속하고 화가 날 것이다. 내 정성과 희생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받고 싶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엄마는 상처받고 아이들을 위해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회의와 후회에 휩싸이기 쉽고, 아이들에겐 죄책감을 주게 된다. 우리가 흔히 들어온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럴 수 있니?” “누굴 위해 그렇게 참으며 고생을 했는데, 어쩌면 넌 엄마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니?” 등등.
여성이 자신의 필요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 나가면서 생활해 나갈 때,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려고 하는 엄마의 모습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혹은 경험했던 여성들에겐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떠한 형태의 폭력이든 그러한 관계에서는 나보다는 먼저 상대방의 기분을 읽고 맞춰주게 되며,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가에 따라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몇년을 살다보면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나를 내세우고, 앞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나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며, 내가 필요로 하는 것과 하고 싶었던 일을 계획하고 천천히 추진해 나가는 연습을 해보자. 처음엔 조금 어색하고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하는 죄책감도 들 것이다. 여성들은 오랜 세월동안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하여 사는 게 미덕이라고 교육받아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어색함과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겨진다. 어색함과 죄책감을 뒤로 하고 엄마의 행복을 차곡차곡 찾아가는 연습을 해 보자.
제안:
◇ 자주 자신의 감정과 필요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 나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일상 생활속에서 해 나간다. (예: 운동, 음악감상, 산책, 독서, 영화보기, 뜨개질)
◇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본다. (예: 상담, 여성지지 그룹, 가정폭력을 이해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산책)
◇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할 수 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활동 한두가지를 정해 시도해 본다. (예: 단전호흡, 명상, 기도, 체조, 긍정적인 말로 자신을 격려하기)
◇ 도전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행해 나간다. (예: 공부, 취업준비, 취미생활)
◇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귀기울이고 스스로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고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한다.
(스스로 돌보기는 내년 초에 발간될 “따로 또 같이: 자녀교육에 관한 책자”에 포함된 글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