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러데이 시즌 시작과 함께 제임스 김 가족의 비보가 미 전역에 애도의 물결을 타면서 한국에서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과 詩가 인터넷 매체에 실려 큰 관심을 끌었다.
극소수가 양키의 노예라는 악플을 달기도 했지만 절대 다수의 네티즌은 한 재미동포가 사랑하는 부인과 아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는 가족愛에 애도와 존경을 표했다.
특히 젊은 가장들 사이에선 아련한 슬픔과 함께 잔잔한 감동까지 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동포들은 TV를 통해 제임스 김을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지금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간혹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신 전자 상품의 성능을 자세히 설명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잘생긴 얼굴이라고 말하기보다 중국의 유명한 무술배우 부르스 리를 닮은 듯한 인상이 호감을 갖게 하는 따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실종 보도와 함께 사진이 공개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랐으며, 제임스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시민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傳해졌다.
이번 제임스의 죽음이 우리의 가슴을 여미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진정한 사랑이 어디에 있겠냐는 것이다.
또한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구조 순간까지 사투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틴 엄마도 그런 사랑을 받기에 너무나 부족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눈 속에 핀 사랑의 꽃처럼 그 부부를 이 시대의 아름다운 영웅이라 부르고 있으며, 이기적인 부부관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어린 자녀와 부인이 차 속에서 며칠 동안 추위에 떨며, 굶고 있는데 아버지로서 구조를 마냥 기다린다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니겠느냐는 말도 하고 있다.
그 동안 아버지의 향기가 이 사회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가족 중에서 가장 왕따 당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가족들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춘다고 한다. 그 동안 아버지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고독한 존재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저 엄격해야 권위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아버지들. 그것이 가문의 영광인 양 자신에게는 물론 아이들에게까지도 웃음을 보이면 弱해진다고 생각했던 답답한 한국의 아버지들. 가족에 대한 사랑은 누구도 들을 수 없이 작은 소리로 말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한 꽉 막힌 한국의 아버지들.
제임스 김의 아버지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다. 항공기 부품을 외국에 수출하면서 대단한 富를 축적했지만 자식에게는 상당히 엄격했다고 한다.
한국의 아버지들은 묵묵히 이런 정신에서 자식을 키웠던 것이다.
몸은 미국에서 컸지만 그런 한국 아버지의 정신 속에서 자란 아들이었기에 책임감이 더 강했고, 그래서 그 만큼 오랫동안 버틴 것이 아니겠는가.
제임스는 구조대를 못 만나면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서 구조대를 직접 찾아 나서기 위해 자신을 던진 것이다. 외출복 정도의 옷과 등산화도 신지 않은 채 16마일이 넘는 급경사 길과 험준한 산길을 초인간적으로 걸었다는 자체가 그의 진한 한국적 가족애가 아니면 가능했을까?
제임스 김의 죽음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한국에서는 잊어진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일고 있다. 그들은 동포 2세지만 제임스 김의 죽음을 통해 그 동안 망각된 자신들의 뿌리를 되찾았고,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된 것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의 뿌리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한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에 나오는 실화를 소개한다.
이 사건은 2-3년 전 여름, 지리산 계곡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갑자가 내린 폭우로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계곡물에 휩쓸려 버렸습니다. 아이를 부둥켜 안고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던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힘이 모두 빠져 버렸습니다.
순간 아버지는 다리를 쭉 뻗어 물의 깊이를 재보니 자신의 키보다는 깊었지만, 두 팔을 편다면 두 손은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 헤엄칠 기력이 다한 아버지는 마지막 힘을 모아 아들만 숨쉴 수 있는 물 바깥으로 내어 놓고, 아들을 들고 있는 자신은 물속에서 서서히 죽어 갔습니다.
계곡물이 거세게 아버지와 아들에게 몰려 왔지만 뿌리 깊은 나무처럼 물속에서 죽어 가는 아버지는 죽어서도 아들을 손위에 얹어 놓은 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하자 다행히 아들은 살아 있었지만 아버지는 팔을 위로 굳게 뻗은 자세로 물속에서 죽어 있었습니다.
제임스 김이 구조대를 찾아나선 것도 물속에서 천천히 숨지면서 아들을 높이 뻗쳐 든 아버지와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dyk47@yahoo.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