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터지는 스타와 소속사 갈등…
현영·이수영 법적 다툼 이어 김아중도 논란
시사회 직후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로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엉뚱한 일로 속병을 앓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관계자 모두가 축제를 즐겨야 할 마당에 시사회와 동시에 주연배우 김아중과 소속사와의 분쟁이 불거지면서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아중의 소속사 하하엔터테인먼트는 10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김아중이 전속계약에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김아중 사태를 계기로, 심심치 않게 터지는 스타와 소속사 간 분쟁의 원인과 양상,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 한 달에도 몇 건씩 불거지는 같은 유형의 분쟁
하하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일 김아중에게 ‘전속계약에 위반하는 중대행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시정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아중은 사전에 소속사의 승낙 없이 출연교섭 및 연예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계약 내용을 위반했다. 계약위반 사항에 대해 23일까지 사과와 함께 성실한 계약 이행을 약속하는 의사를 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요즘 최고의 주가를 날리고 있는 현영은 11월13일 전 소속사인 더스팍스인터내셔날로부터 피소됐다. 전 소속사는 현영의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 총 32억 원 중 우선 10억 원에 대해 7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11월10일 인기 가수 이수영은 연예기획사 리쿠드엔터테인먼트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리쿠드엔터테인먼트는 이수영이 부당한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이후 매니지먼트를 거부, 손해를 입었다. 우선 전속계약금, 음반 제작비, 홍보비, 행사 진행비 등으로 지출된 27억9천400여만 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최근 한 달여 동안 불거진 케이스만 세 건. 그러나 수면 밑 분쟁은 이보다 훨씬 많다. 톱스타 A의 경우도 법정으로만 가지 않았을 뿐 소속사와 공공연하게 분쟁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 케이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전속계약 위반’이란 무엇일까.
◇ 전속계약 위반, 그 사실과 진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연예기획사와 3~5년간 계약을 맺는다. 이 기간 기획사는 연예인의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고 편의를 봐주며 연예인이 창출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 갖는다. 또한 상당수의 경우 계약시 연예인은 일정액(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의 계약금을 받으며, 계약기간에 모든 활동을 소속사와 상의 하에 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으로 기분 좋게 손을 잡은 관계가 깨지는 이유 역시 그러한 조건의 이행 여부 때문이다. 김아중의 소속사는 내년 3월까지 전속계약을 맺은 김아중이 최근 소속사와 상의 없이 독자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영의 전 소속사는 현영과 2003년 3월 3년의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동일 조건으로 계약을 3년 더 연장하기로 서면 약속했으나 현영이 합의 내용을 깨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수영의 소속사는 이수영은 자신을 최고의 가수로 만들기 위한 회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약속된 계약 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장. 그런데 연예인의 주장을 들어보면 언제나 이야기가 180도 다르다.
김아중 측은 소속사와의 상의 없이 독단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소속사가 언제나 나와 상의 없이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내년 3월까지의 계약을 위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영과 이수영은 전 소속사로부터 피소되기에 앞서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 현영은 8월 연예활동 수익금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전 소속사를 상대로 5억여 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수영 역시 8월 소속사가 계약을 불성실하게 이행하고 계약 잔금과 음반 판매 수익 정산금을 주지 않았다며 전 소속사를 고소했다.
이들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스타와 소속사 양쪽 모두 주장의 근거로 드는 ‘사실’이 180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속된 계약금이나 수익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거나 계약기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혹은 쌍방 합의하에 활동하기로 한 계약조건을 위반했다는 것.
그런데 ‘진실’은 같다. 어떤 식으로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문서화된 조건을 넘어서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조건위반’도 큰 문제가 된다. 사람 간의 신뢰와 호흡이 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그것이 깨질 경우 회복은 요원하다.
지금까지 연예인과 소속사와의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갔을 때 재판부는 대부분 이미 회복될 수 없는 신뢰관계를 볼 때 양측간의 계약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결을 내왔다.
과연 해결방법은 없을까.
◇ 스타와 매니저, 영원한 공생관계
7월 가수 천명훈은 전속계약 갈등을 빚은 소속사 뮤직팩토리로 복귀했다. 이에 앞서 천명훈은 4월 소속사로부터 전속 계약금을 받지 못해 계약이 끝났다고 선언했고, 이에 소속사는 연예제작자협회를 통해 방송사에 천명훈의 출연 자제를 요청하고 전속계약 확인 청구소송을 내는 등 양측이 극한 대립까지 치달았다.
현재 분쟁 중인 연예인들의 케이스와 다를 게 없는 상황. 그러나 양측은 화해를 했다. 천명훈과 뮤직팩토리가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모색한 것.
오로지 돈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닌 다음에야 해결점은 있다. 코스닥 상장 바람을 타고 엔터테인먼트업계에 타 업종의 돈이 밀려들기 시작한 최근 몇 년간은 그야말로 오로지 돈으로만 맺어진 관계들이 속속 생겨난 것이 사실. 이 경우는 스타와 소속사가 돈에서 시작해 돈으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계약을 앞서게 마련이다. 스타는 결코 저절로 나지 않으며, 누구 혼자서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김아중의 소속사는 보도자료에서 2002년 무명이던 김아중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낌없는 투자로 오늘날 유명 연예인으로 성장시켰다는 말로 김아중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했다. 신인 김아중을 키우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를 썼고 신인 때는 군말 없이 소속사의 뜻을 따르던 김아중이 인기를 얻은 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초심을 유지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스타 입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따른 대우도 달라지길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김아중은 이제는 스케줄 결정에 관해 자신과 상의를 해주기를 원하는 것. 이 경우 매니저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입장이고, 스타는 그동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간극을 빨리 메우는 것이 해결책.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현명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톱스타 B의 경우는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끝난 상황에서도 소속사의 입장을 고려해 수개월간 함께 활동을 한 바 있다. 현재 B와 전 소속사는 시작할 때와 똑같이 기분 좋게 헤어졌다.
당시 B는 계약이 끝났을 당시 전 소속사와 바로 헤어졌어도 아무 문제 없었다. 또 사실 소속사에 여러가지로 섭섭한 게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 업계에서 마주칠 사람들이고 서로 조금씩 양보를 통해 입장을 봐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길게 보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힘을 합치는 스타와 매니저. 단순히 돈과 계약 관계로만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양측의 관계도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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