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선정

　　　
엄마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 물론 힘들 때도 있겠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 규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방법, 책임감 있는 행동을 가르치는 방법 등, 방법 자체에는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큰 변화이자 도전이 될 수 있는 것은 자녀에 관한 한 거의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된다는 점일 것이다. 자녀와의 사이에서 감정폭발이 있은 후에 조용히 같이 있었던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조언을 구할 사람이 바로 옆에 없다는 점. 내가 좀 피곤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아이들을 보살피고 함께 시간 보내줄 사람이 없다는 차이. 하지만 이러한 부분 역시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다른 방법으로 보충할 수 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녀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며, 아이들에게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엄마들을 종종 보게 된다. 엄마로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겁이 많고 자립심이 부족한 의존적인 아이로 만들기 쉽다. 야단칠 일이 있어도 망설이고,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붓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고, 만약 소위 평범한 가정, 즉 양쪽 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죄책감때문이라면, 결혼과 이혼에 대하여 스스로가 예전엔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리해 보는 시간을 권하고 싶다.

이혼에 대하여 언제든지 아이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혼에 대한 책과 이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책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이혼을 한 지가 얼마되지 않을 경우, 혹은 아이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라도 이혼에 대하여 물어볼 경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설명해 준다. 이혼에 대해서, 아빠에 대해서 엄마 앞에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면,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정확한 정보없이 추측해 버리기 쉽고, 이혼은 나쁜 것이며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굳히게 될 것이다. 또한 아이가 이혼에 대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없다면, 속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표현되지 않은 죄책감과 분노를 지닌 채 성장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삶이 제각기 다양하듯, 가족의 모습 또한 여러가지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도 있고, 양쪽 부모와 사는 아이들, 양쪽 부모 사이를 왕래하며 생활하는 아이들, 이모나 삼촌과 사는 아이들, 두 엄마 혹은 두 아빠와 사는 아이들. 어떤 가정이 과연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설정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여겨진다. 진정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이들이 얼마만큼 마음의 편안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남의 눈에 그럴듯하고 평범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실제의 가정생활이 즐겁지 못하고 불안하고 불화의 연속이라면 어떻겠는가. 어쨌든 엄마 자신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즐겁고 당당하게 생활해 나갈 때,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혼자이기 때문에 두배 세배 더 노력하여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지나친 부담은 행동으로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어깨만 무거워질 뿐이다. 당연히 신경을 더 써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엄마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해 나가고 결정할 필요는 없다. 자녀교육에 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필요할 때마다 주저하지 말고 그들의 조언과 도움을 청한다. 서로를 지원해 주고 도울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엄마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른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며,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할 때도 있을 것이며, 취미생활,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것 등 자신의 영역을 가꾸고 넓혀 나가는데 요구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일주일에 최소한 한두번은 날 위한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아이들은 이러한 엄마를 보고 자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