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의 청문회는 8시간만에 모든 청문 절차를 끝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찬성 24, 반대 0”으로 장관 지명에 동의했다. 임기 마지막 2년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국방분야를 지켜 갈 사령탑에 대한 야당 민주당의 점수는 후했다. 로버트 게이츠 내정자는 솔직하고 신실했다. 부시 대통령의 짐까지 가벼이 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고 말한다. 럼즈펠드 장관이라면 어림없는 말이다. 그렇게 감추려했던 “전쟁 실상”을 솔직히 털어 놓는다. 전쟁의 아픔도 고발한다. 내가 총장으로 있던 텍사스 A&M대의 졸업생 12명이 전쟁에서 죽었다. 나와 식사를 같이하고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다. 전쟁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고 말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 ”를 보여 주었다고 언론의 칭찬을 받는다(연합뉴스). 우리가 박수치며 반길 소식도 있다. 게이츠 내정자는 ‘북핵’ 해법으로 군사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생각이 달라졌다. 외교가 최선”이라고 답한다. 그는 강성 매파였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 기고문을 통해 “단계적인 대북제재 및 대북금수조치는 거의 효과가 없다. 핵시설 공격이 필요하다 ”는 의견을 밝혔던 인물이다. 그가 그렇게 변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변화를 점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짐은 존 볼튼 유엔주재 대사의 퇴장이다. 볼튼은 부시팀 가운데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이다. 일본과 손 잡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와 인권결의안을 주도, 햇빛을 보게 했던 인물이다. 남북 사이의 화해 협력 교류라면 앞장서 빗장을 걸던 “반한인물”이다. 그런 볼튼 대사가 지난 4일자로 부시 대통령 곁을 떠나게 된 것이다.
더 더욱 부시 대통령의 ‘변화의 길’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있다.워싱턴 포스트(WP)가 지난 3일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 ‘부시 대통령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평가의 주요 항목인 도덕성, 결단력, 부정부패, 초법적 오만, 전쟁을 포함한 대규모 재앙 초래 등에서 종합적으로 과오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포너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경우 전쟁 포로의 재판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비밀교도소를 운영하는 등 독선적 스타일로 미국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제적 고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백악관 외부조직에 ‘도청 범죄조직’을 운영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 곁에 서야하는 수모를 당한다.
그러나 주저앉을 그가 아니다. 변화의 힘을 시험하겠다는 의지가 새로운 보좌팀의 색깔에서 두드러짐을 보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는 명예를 회복할 2년의 시간과 함께 기회도 눈앞에 열려 있다. 그것은 한반도 문제이다. 지구촌에 단 한 곳 남은 분단 지역, 바로155마일 DMZ로 두동강 난 남북한 문제이다. 그리고 분쟁의 불씨로 타오르고 있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20세기 4강체제가 남긴 한민족의 “100년의 한(恨)”을 치유하는 것이다.
북한의 희망은 간단하다.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미국의 우방” 이 되는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댄 뒤끝이 결국“핵 실험”으로 나타났다. 북핵문제는 지혜와 인내로 풀어야지, 힘으로는 안된다. 9.19성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명 내용의 실천을 보여 줄 때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먼저 변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미 사이에 신뢰가 쌓여야 한다.
지난 11월 18일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한국전 종료 협정에 공동 서명할 수 있다 ”고 밝히며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자”고 말했다. 뒤이어 백악관 대변인은 “… 경제협력을 하며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유대관계를 맺는 등 일련의 조치를 기꺼이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해 당사국인 한국, 미국, 북한의 3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관계 정상화 문제를 매듭 짓겠다는 것이다. 예사로운 변화가 아니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기필코 지켜야 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면 북한은 9.19성명의 첫 단계인 ‘핵 동결과 사찰’을 자진수용하는 용단을 이번에 내비쳐야 한다. 북한은 2000년 10월 이후 시간에 쫓겨 잃어버린 북미관계의 정상화 기회를 잊어서는 안된다. 임기 말 부시 대통령과 미국 조야가 6년만에 보여 주는 변화의 기회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꼭 움켜 쥐고, 선용하기를 기대한다. 남북분단과 어설픈 핵무기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 4대 핵(核) 강국의 독수(毒手)마저 불러들이기 십상이기에 하는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