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총 큰스님은 “마음을 바꾸면 행복이 온다. 물질, 지위, 아름다움은 행복의 조건은 될 수 있지만 근본은 아니다”고 말한다. <진천규 기자>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큰스님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총무원장, 교육원장과 함께 삼두마차의 한 축인 포교원장을 맡고 있는 혜총 큰스님이 LA를 찾았다.
3일 한미불교봉사회 봉사센터에서 열린 미주 제6기 포교사 품수식에서 법문을 하기 위해서다.
11월13일 제14대 중앙종회 개원종회에서 만장일치로 임기 5년의 제5대 포교원장에 선출된 혜총 큰스님을 1일 만났다.
나의 행복과 남의 행복 둘이 아님 깨달아야
뼈를 깎는 수행이 있어야 포교도 가능해져
-포교원장은 어떤 일을 하나요?
“부처님의 뜻을 모든 분에게 전해서 부처님의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부처님의 뜻은 인간이 올바로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부처님의 행동이란 무엇인가요?
“개개인이 모두 부처님인데 잘못된 생각에 가려서 본래의 진리를 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본래 모습을 보는 게 최고의 목표죠. 본래 모습이란 거짓이 없는 진실된 자기 모습입니다. 우리는 지금 편견에 쌓여있습니다. 보이고, 안 보이고에 너무 집착합니다. 초월 상태에서 진리를 찾으면 부처님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왜 본 모습을 잊고 사나요?
“우리 모두는 본래 하나입니다. 내가 행복하면 상대도 행복하고, 상대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상반되게 삽니다. 너는 너, 나는 나일 뿐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망령된 말에 있습니다.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니 바로 못 봅니다. 바로 못 보니 남이 다르게 보이죠. 본래 마음으로 보면 안 그런데 말이죠.”
-현대인에게 가장 큰 망령은 무엇인가요?
“물질주의겠죠. 돈을 벌되 돈에 치우치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방법을 써야지, 총칼을 들이대고 덤비면 안 됩니다. 아름다운 행동과 마음을 가지면 본 모습이 나옵니다.”
-스님께서는 불교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자기가 자기를 만든, 곧 자기가 창조신이라고 생각하는 종교입니다. 이생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러 생을 다 논하는 겁니다. 지금 마음씀씀이를 잘 쌓으면 다음 세상에서 저축된 게 그대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죠. 제가 왜 키가 작은 줄 알아요? 전생에 내가 ‘너는 내 덕으로 먹고산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 그 업보가 지금 작은 키로 나타난 겁니다. 현재 자기 모습을 바로 보면 뉘우치는 마음이 생깁니다. 옛날에 다른 사람에게 모질게 했기에 지금 내 모습이 좋지 않은 거예요. 지금 가난한가요? 스스로를 탓해야 합니다. 지금도 잘 살고 나중에도 잘 살고 싶다면 지금 베풀고 살아야 합니다.”
-포교원장으로서 어떤 포교 방법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포교보다 더 중요한 게 수행입니다. 인격이 완성될 때만이 포교가 가능해요. 뼈를 깎는 자기수행을 완성하고 세상에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다 그 사람을 인정할 겁니다. 인격의 완성이란, 나의 행복과 상대 행복이 둘이 아닌 것을 깨닫는 걸 말합니다. 불교를 전파시키기 위해 포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해 포교를 하는 겁니다.”
-수행은 왜 하나요?
“인과법에 따라 살면 혼자 살고 싶은 대로 못 산다는 걸 알기 위해서 수행합니다. 수행을 통해 내 행동 하나 하나가 다 쌓여서 나중에 그대로 다 나타나는 걸 알게 되면, 개인 생각을 접고 부처님 뜻에 따라 살게 될 겁니다.”
-미국에서는 불교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석학들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석학들이 자기 분야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부처님의 말씀이 진리인 것을 스스로 깨닫기 때문입니다. 우주 삼라만상은 신이 만든 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되는 거죠.”
-불교와 자연과학이 어떻게 연결돼 있나요?
“불교는 모든 물질이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구성돼 있다고 봅니다. 지는 흙으로 몸통이고, 수는 눈물과 피, 화는 몸의 온기, 풍은 몸이 움직여 생기는 바람입니다. 생사가 어디 있습니까? 석가모니 부처님은 숨이 들어왔다 못 내뱉으면 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죽으면 우리 몸은 또 물, 불, 바람으로 돌아가죠. 자연에 흩어진 모든 게 다 내 몸이었으니, 자연과 몸이 하나죠. 그러니 우리가 자연을 아낄 수밖에 없죠.”
-꿈을 안고 이민 왔지만 힘든 생활에 한숨 짓는 이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자기 처한 곳에서 만족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만족하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면 됩니다. 작은 돈에도 작은 재미를 들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원대한 꿈은 갖되 한 단계씩 걸어가야죠. 꿈도 없으면 재미없는 게 인생이죠.”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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