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한인들이 미국사회 속에서 뿌리를 내려가면서 21세기 지구촌화되는 사회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조국과 민족의 영원한 앞날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는 동지들의 규합이라고 본다. 뜻있는 사람들이 함께해야한다.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의 한계가 있다.
둘째는 한인사회의 현황을 파악하고 장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연구집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올바른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지나온 과거를 점검해보면서 우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어떠한지 진단하고 우리가 나가야 할 길들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한인들과 흑인사회와의 관계이다. 많은 한인들이 흑인 커뮤니티에서 장사를 하면서 미국생활에 안정을 찾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인들이 기여한 것이 없는가? 그래서 그들로부터, 돈은 흑인사회서 벌고 살기는 백인동네에 가서 산다면서 착취자나 심지어 흡혈귀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제대로 대응논리를 개발해서 상대하지 못했다.
한인들은 어떠했는가? 사실상 흑인사회에서 유대인들이 떠나면서 그들은 스스로 장사하지 못해서 그들의 커뮤니티가 슬럼화 되는 것을 걱정했다. 그 공백을 한인들이 메워나갔다.
아무도 자기의 생명을 담보하고 장사하려고 하지 않을 때, 자기의 재산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의 돈까지도 빌려서 투자를 했다. 가장 큰 경제적인 투자를 해서 장사를 한 것이 한인들이었다. 또한 한인들은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악천후 속에서도 하루도 빼지 않고 성실하게 장사를 했다. 그것도 부부가 함께 하루에 14시간 내지 16시간 씩 투자를 해서 장사를 했다. 그뿐인가?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구멍가게라도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얼마나 끈질긴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가? 한인들만큼 흑인사회에 금전과 시간, 그리고 재능을 투자해서 장사한 사람들이 있는가?
또 다른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자.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지만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잘 안한다.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절대적인 인구수가 적으면 그만큼 파워가 약해지는 것 아닌가? 어느 통계에 의하면 2025년이 되면 히스패닉계 미국인구가 전체인구의 25%, 즉 4명에 1명꼴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한때 흑인사회에서도 먼 장래를 내다보고 무조건 출산장려를 하기 위한 정책을 선호해서, 나중에 투표로 대결을 하자는 얘기들을 하곤 했다.
그런데 한인사회에서는 어떤가? 한인들끼리 만나서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타민족과의 결혼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서 부모 말을 잘 듣는 자녀들은 결혼하기가 어려워 쉽게 결혼을 포기하고, 오히려 부모를 속 썩이던 문제아라고 지탄을 받던 자녀들은 결혼을 해서 자녀들을 낳고 잘사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세태가 되었다. 한인사회가 발전되기를 위한다면 자녀들의 결혼으로 인한 인구의 증가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한인단체들은 노인복지문제를 위한 일, 청소년들의 복지를 위한 일들, 봉사 및 구제활동을 위한 일들, 예술과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일들, 보건과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일들, 정말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들을 해 왔고, 또 필요한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인사회가 처한 현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지난 100년 동안 꾸준히 일 해왔기 때문에 그 바탕위에서 오늘의 한인사회가 있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지금 누군가 구석구석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한인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보다 나은 한인사회를 위하여, 과거를 돌아보고 좋은 것을 배우고 잘못된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편찬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인사 편찬을 위한 위원회가 중요하고, 현재 우리의 모습들을 정리하기 위한 각종 통계와 현황파악을 위한 일들 그리고 한인사회의 장래를 설계하는 장기계획위원회 등이 생겨서 미래를 준비해야 될 것이다.
허인욱 <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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