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으로 두 곳으로 갈린 가나안교회를 찾아 부흥회를 갖는 유진소 목사는 “십자가 아래서 용서와 싸움을 할 때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분규 교회 부흥회 강사 수락 유 진 소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교회에 다툼이 발생하면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분규 당사자가 다른 이의 말을 귀담아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수도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유진소 LA온누리교회 담임목사가 12월1∼3일 가나안교회(담임목사 최성칠)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후임 담임목사 청빙을 둘러싸고 창립 33년만에 갈라선 교회를 찾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부흥회 강사 초청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온갖 소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규에 휩싸인 교회를 찾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갈등 치료방법은 복음뿐
죄와 싸우고 사람은 용서를
교회는 조직 아닌 유기체
수술보다 자연 치유가 최선
목회자, 반대의견도 품어야
정치성 탈피·교회 위주로
교단은 권위 되찾아야
―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교회를 다시 건강하게 세울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부흥회를 통해 상처가 아물기를 바란다.”
― 어떤 메시지를 전할 생각인가?
“부흥회 주제를 ‘십자가의 기도’로 정했다. 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치료 방법은 단 하나, 복음으로 회귀뿐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는 용서와 싸움을 뜻한다. 죄와는 싸우고, 죄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은 용서하자는 거다. 용서를 통해 싸우자고 교인들에게 말할 생각이다. 용서하고 하나님께 모든 문제를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 용서가 말처럼 쉽지는 않지 않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실존이 아니라 내가 그려놓은 이미지이고 감정일 뿐이다. 말씀을 통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가나안교회도 교회가 두 곳으로 나눠진 것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각 교회 사정에 맞게 주님을 인정하고,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뒤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다.”
― 교회 내에도 여러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견이 생길 때 목회자가 어느 한 쪽에 서면 위험하다. 다른 편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조직(organization)이 아니라 유기체(organism)다. 몸을 아프게 하는 나쁜 균만 쏙 뺄 수 없는 것처럼, 교회도 몸과 같아서 교회를 어지럽히는 세력만 제거하기 힘들다. 목회자가 반대 의견에 귀기울여 그들의 생각을 서서히 바꿔야 한다.”
― 유기체를 유지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담임목사와 평신도 리더가 절대로 조직의 리더십을 휘두르면 안 된다. 그저 모든 문제를 다 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수술은 몸을 절대로 낫게 못 한다. 몸이 완전히 자연 치유가 되도록 기다려야 한다. 힘의 논리인 수술이라는 칼을 유기체인 교회에 대지 말아야 한다.”
― 다툼의 한 당사자는 목사인 경우가 많은데….
“목사도 목회를 계속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열심히 뛰면 어느 때 주님이 쉬게 하실 것이다. 담임목사가 계속 간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발생한다. 군대도 제대하듯이, 목사도 은퇴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한 쪽에 서서 해결하려고 너무 노력하지 말고 주께 맡겨둬야 한다. 대신 기도하면서 개인의 영성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 대형교회가 갈라지는 게 다 나쁜가?
“그렇지는 않다. 대형교회란 시대의 산물이었다. 교통이 편해지고 정보 교환이 빨라져 한 교회가 떴다. 그러나 한 곳에 모이다 보니 주차장 등 시설 문제가 대두된다. 이런 새 환경 아래 교회가 작게 나눠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대형교회도 ‘멀티 캠퍼스 무브먼트’라는 이름으로 분화되고 있지 않은가.”
― 분쟁이 생기면 교단 탈퇴 카드를 많이 쓴다.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가 문제의 근본이다. 그러나 갈등이 생겼을 때 교단이 너무 정치적 성향으로 치우쳐 교회가 수긍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교회가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교단이 권위를 갖춰야 한다. 교단이 문제에 대해 권면한 뒤 최종 결정은 교회에 맡기는 게 낫다고 본다.”
― 교회 분규가 잦아져 개신교인이 준다는 말도 있는데….
“개신교의 생명력이 막 올라와 부흥이 오래 되다 보니 각질이 생긴 것이다. 어차피 개신교는 개별 교회 중심이므로 시대에 맞는 교회가 탄생해 시대의 문제인 각질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좋은 교회가 끊임없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편 유 목사가 인도하는 부흥회는 17200 Clark Ave., Bellflower에서 열린다. 문의 (562)866-0980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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