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여는 힘찬 날개짓!
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 중에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문구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의 비상은 자유, 혹은 갈매기 조나단이 꿈꾸었던 ‘평범에서 벗어난 고귀한 경지에 대한 갈망’을 의미한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도 높이 떠있는 새를 발견하면 그 모습을 눈으로 쫓게 되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단순히 시선을 주는 것에서 출발하여 차츰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새의 움직임, 성향, 환경 등을 알아가면서 결국에는 새를 따라 본격적인 관찰을 하는 취미활동을 버드워칭(Birdwatching), 혹은 버딩(Birding)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쉽게 들새 관찰, 조류 관찰, 또는 한자어로 탐조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른 아침 아이들을 동반하여 라임스톤 캐년 들새 관찰 워크에 나선 가족들이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라임스톤 캐년은 남가주에서 드물게 안내자를 동반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곳이다>
연방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들새 관찰은 각종 야외활동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써 약 5,130만의 인구가 취미생활로 새를 따라다닌다고 한다.
북미에 서식하는 새의 종류는 약 800여 가지이며, 로스앤젤레스는 콘크리트 정글이란 평판이 무색하게 무려 500여종에 달하는 새가 살고 있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새가 많은 지역이다. 따뜻한 기후와 해변, 적당한 숲과 사막이 어우러져 다종의 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하며, 남미와 캐나다를 오가는 철새들이 쉬어가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들새 관찰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한 망원경을 들고 뒤뜰에서 오가는 새를 지켜보는 것. 웬만한 주택가에서 주말 한나절을 투자하면 최소한 20~30종의 다른 새를 볼 수 있고, 나무가 많은 공원이 인접한 경우에는 최고 100종까지 관찰하여 새들의 습성이나 성향 등 의외로 흥미로운 정보들을 직접 얻을 수 있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그 때부터 눈에 띄는 새의 이름과 특징 등을 알아보는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관련 서적 및 웹사이트를 찾게 되고, 지식을 축적한 뒤에는 새가 많이 모이는 지역으로 들새 관찰 여행, 또는 현장 학습을 나서면서 본격적인 들새 관찰꾼이 되어 간다는 것.
그래서 유난히 야외활동이 활발하고 새들이 많은 캘리포니아는 50개 주 중에서 들새 관찰자가 가장 많은 400만명, 즉 8명 중 최소한 1명은 들새 관찰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National Audubon Society, 2006년 통계)
<미국에서 가장 흔한 매의 종류인 황조롱이(American Kestrel)는 화려한 빛깔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물가에 모여 사는 해오라기(Egrets)는 엘도라도 파크, 샌타페 댐, 뉴포트 베이 등 남가주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바인 랜치랜드 리저브에서 관리하는 샌호아퀸 야생생물 보호지에서 굴뚝새가 선인장 위에 앉은 모습>
찬바람과 함께 날아온 철새들의‘겨울 장관’
지금 가 볼만한 남가주 들새 관찰 명소
새 관찰이 이처럼 인기 있는 취미생활로 부각되는 이유는 첫째 비용이 적게 들고, 둘째 준비물이 간단하며, 셋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준비물은 망원경, 가이드북, 필기도구, 모자, 운동화 정도. 장시간 관찰을 계획한다면 호주머니가 많은 조끼나 재킷을 착용하여 사소한 물건을 넣으면 편리하고, 음료수를 지참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또한, 들새 관찰은 기후만 허락한다면 관찰하는 장소나 시간도 특별한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일반적으로 새벽이나 아침시간에 새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루 중 어느 때던 새를 만날 수 있다. 쌀쌀한 바람이 아직은 상쾌한 이 늦가을에 가족이 함께 할 만한 취미생활을 원한다면, 그리고 자연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자유를 누려보고 싶다면,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을 이용하여 가벼운 산책 겸 들새 관찰을 시도해 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가주를 중심으로 들새 관찰을 하기 좋은 장소와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새 종류를 간단히 소개한다.
▲엘도라도 팍
(El Dorado Regional Park, 7550 E. Spring St., Long Beach)
해오라기(Egret), 왜가리(Heron), 펠리컨, 오리(Ring-necked Duck), 황조롱이(American Kestrel) 등이 많다.
▲벌로나 습지대
(Ballona Wetlands, Jefferson & Lincoln Blvd., Playa del Rey)
청둥오리(Mallard), 왜가리(Black-crowned Night Heron), 그리브(Grebe), 검둥오리(American Coot), 제비(Barn Swallow), 휘파람새(Warbler), 옐로드로트(Yellowthroat), 들종다리(Western Meadowlark) 등 300여종의 새를 볼 수 있다.
▲매드로나 습지
(Madrona Marsh, 3201 Plaza Del Amo, Torrance)
오리, 검둥오리, 들종다리, 휘파람새, 되새(Finch) 등이 다수 모여 산다.
<습지대를 좋아하는 검둥오리는 벌로나, 매드로나 습지, 뉴포트 베이 자연 보호구, 샌호아퀸 야생생물 보호지 등지에서 모여 산다>
▲말리부 라군
(Malibu Lagoon, 23200 Pacific Coast Highway)
송골매(Peregrine Falcon), 황조롱이(American Kestrel), 쇠황조롱이(Merlin), 메추라기 도요새(Snipe), 거위(Canada Goose), 갈매기(Heermann’s Gull) 등이 서식한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해변에 서식하는 히르만스 걸(Heerman’s gull) 갈매기는 말리부 라군에서 특히 많이 눈에 띈다>
▲샌타페 댐
(Santa Fe Dam, 15501 E. Arrow Highway, Irwindale)
매(Red-tailed Hawk), 해오라기, 왜가리, 물수리(Osprey), 독수리(Turkey Vulture)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세풀베다 야생보호지역
(Sepulveda Basin Wildlife Reserve, 6100 Woodley Ave., Van Nuys)
백색 펠리컨, 가마우지(Double-crested Cormorant), 그리브(Grebe), 홍오리(Ruddy Duck), 맹금(Raptor), 찌르레기과 블랙버드(Red-winged Blackbird) 등이 있다.
▲뉴포트베이 상류 자연보호구
(Upper Newport Bay Nature Preserve, 2301 University Dr., Newport Beach)
해오라기, 장다리 물떼새(American Avocet), 검둥오리, 청왜가리, 독수리(Turkey Vulture), 갈색 펠리컨, 마도요(Long-billed Curlew), 제비갈매기(Black Skimmer) 등 물새 떼가 유난히 많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식물원
(LA County Arboretum and Botanic Garden, 301 N. Baldwin Ave., Arcadia)
매(Hawk), 송골매(Falcon), 물총새(Kingfisher), 여새(Waxwing), 홍관조(Cardinal), 뻐꾸기(Cuckoo), 아비(Loon), 깝작도요(Sandpiper), 꿩(Pheasant) 등 200여종의 진기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라임스톤 캐년내 라운드 캐년 들새 관찰 워크
샌 타애나 마운틴서의 보물인 라임스톤 개년에서 안내자와 함께 3.6마일 왕복(어린이 참여 가능), 또는 5마일 왕복 버틴 워크를 즐길 수 있다. 문의는 (714)832-7478
▲샌호아퀸 야생생물 보호지
(San Joaquin Wildlife Sanctuary, 5 Riparian View, Irvine)
10마일 트레일을 따라 그리브(Pied-billed Grebe), 왜가리(Great Blue Heron), 청둥오리(Mallard), 물떼새(Killdeer), 벌새(Hummingbird), 제비(Tree Swallow & Cliff Swallow), 되새(House Finch), 굴뚝새(Wren) 등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다.
<제비 중에서도 푸른빛이 아름다워서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반 스월로(Barn Swallow)는 뒤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새>
<수년간 들새 관찰을 하다 보면 차츰 전문적인 지식과 장비를 갖추게 되고, 그런 관찰자들 중 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정성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들새 관찰 및 북미 조류 가이드북
들새 관찰 시 조류관련 서적, 특히 필드 가이드북은 필수다. 초보자나 경험자에 구분 없이, 들새 관찰의 가장 큰 목적은 새를 구분하여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 아래 소개하는 책자들은 북미 야생생물 보호기관과 들새 관찰 단체들에서 추천하는 것으로, 생생한 사진과 설명이 첨부되어 현장 학습이나 여행 때 반드시 지참해야 할 준비물이다.
▲버즈: 세인트 마틴스 프레스골든 가이드(Birds: A Golden Guide from St Martin’s Press),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북미 조류 안내 책자(Book of North American Birds by Reader’s Digest), 내셔널 지오그래픽 북미 조류 필드 가이드(National Geographic: Field Guide to the Birds of North America)
▲어린이용: 백야드 버드 워크(Take A Backyard Bird Walk by Jane Kirkland & Dennis Easter), 스토크스 조류 기초 가이드(Stokes Beginner’s Guide to Birds, Western Region by Donald Stokes, Lillian Stokes, Lillian Stokes)
■자료
Best Friends Animal Society Los Angeles, Irvine Ranch Land Reserve Trust, LA and Orange County Parks, San Fernando Valley Audubon Society, Sea & sage Audubon Society, Friends of Ballona Wetlands
<고은주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