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이 빠지면 터키가 무슨 맛?
추수감사절 테이블에 오르는 큼직한 터키(칠면조)를 맨입으로 먹을 수야 있나. 씹어 넘기기에 다소 뻑뻑한 육질을 물만으로 소화시킬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콜라나 사이다로 목을 축일 수도 없고…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한해의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고 가족 또는 왕래가 뜸했던 친지, 지인들과 어울리며 그동안 동여맸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려면 아무래도 다소간의 취기도 필요할 것 같다. 미식가들은 부엌에서 풍겨나는 터키 요리들의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는 와인을 권한다.
고기와 스터핑, 크렌베리, 으깬 감자에 걸쭉한 그레이비, 달콤한 얌(고구마), 향긋한 호박파이 등등 다양한 음식들이 풍겨내는 각자의 맛을 만끽하려면 아무래도 와인이 최고의 선택이다.
어떤 와인들이 어울릴까. 물론 와인을 사랑하고 꾸준히 즐겨온 애호가들로서는 선택의 어려움이 없을 테지만 아직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에게는 난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추수감사절 와인은 타닌 함량이 낮고 복잡성이 덜한 라이트 또는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각종 향료와 양념 짙고 기름진 음식들의 맛을 강한 와인으로 미각을 손상시키지 않고 골고루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너무 취해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할 것.
■어떤 와인 선택할까
추수감사절이 미국만의 전통 축제이므로 프랑스나 칠레등 외국 와인보다는 미국산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캘리포니아산 와인들은 프랑스 와인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또 오리건, 워싱턴, 텍사스, 콜로라도, 미주리, 버지니아산에서도 훌륭한 와인을 고를 수 있다.
추수감사절 와인은 우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오순도순 모여 다소 서먹한 분위기를 달래줄 ▲샴페인류를 시작으로 ▲메인 디시와 어울릴 레드와인 또는 화이트와인 ▲그리고 후식용 디저트와인 등 3종류로 구분된다.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이 든다면 한 가지만 선택해도 되는데 이때는 전식부터 후식까지 다양한 향료가 많고 양념 짙고 기름진 추수감사절 음식들을 두루 감싸주고 어울리는 와인이 좋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기 끄는 추수감사절 레드 와인(적포도주)으로는 피노 누아(Pinot Noir), 시라(Syrah), 진판델(Zinfandel)이 꼽히고 청포도주로 만든 화이트 와인(백포도주)은 소비뇽 블랑크(Sauvignon Blanc), 비오그니어(Viognier), 리슬링(Riesling), 게버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이다. 특히 지난주 출시된 프랑스산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도 레드와인의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3~4명이 즐긴다면 평소에 아껴두었던 고급와인을 꺼내들어도 좋겠지만 워낙 맛이 강한 음식들이 많은 추수감사절 식탁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략 25달러 미만의 와인들이 바람직하며 10달러 내외의 것들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레드와인
▲피노 누아 - 라이트 바디이며 질감이 좋고 향이 좋아 각종 육류, 햄, 소스등 다양한 음식 맛과 잘 어울린다. 10달러 미만도 훌륭하다. Camelot Pinot Noir 2003(8달러), Turning Leaf 2002(10달러)등을 추천한다.
▲진판델 - 미국산을 잘 알아준다. 맛이 진하며 색깔이 짙고 타닌 성분은 다소 강하다. 알콜 도수도 높고 특히 스파이시(계피, 민트, 후추, 정향등의 향)한 맛이 좋다. 붉은빛 또는 흰빛 고기, 생선 타코(taco), 스파이시한 음식등에 잘 어울린다. 소노마산의 좋은 와인이 많은데 Saxon Brown ‘Parelee-Hill, Stone wall Block’ 2004(24달러 가량), Miller Creek Vineyards and Winery 2003(22달러 가량)을 추천한다.
▲시라 - 그릴에 구운 고기 또는 야채, 맛이 강한 적색 육류, 비프 스튜, 육류가 들어간 피자 등에 잘 어울린다.
▲보졸레 누보 - 조르즈 뒤베프 와인주조업체에서 만든 프랑스산 가메품종 햇포도주가 산도가 낮고 달고 신선해 격식없이 다양한 음식들과 즐길 수 있다. 11월 셋째주 목요일 0시를 기해 전세계에 동시 출시되는데 16일 LA에서도 조르즈 뒤베프 주최로 시음회가 열렸다. 제조업체 측은 6~7월은 덥고 수량이 풍부하는등 좋은 기후조건이었으나 수확기인 8월 기후가 좋지 않아 맛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제품보다 좋다고 평가. 보졸레 누보보다 상품으로 간주되는 보졸레 빌라쥬도 출시됐다.
■화이트와인
▲ 샤도네 - 풀 바디이며 과일향이 풍부하다.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산을 알아준다. 일부 전문가들의 추수감사절 와인 리스팅에는 빠져 있다.
▲ 소비뇽 브랑크 - 라이트-미디엄 바디, 중간 이상의 산도, 적당한 알콜 함량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레몬향, 그레이프프룻 향이 난다.
▲ 리슬링 - 드라이하거나 스파이시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청순한 과일맛. 워싱턴, 뉴욕산도 추전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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