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수 아니어도 낭패볼 수 있다’
# 사례 1
산타클라라에 사는 김모 씨(36)는 최근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미국계 B은행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야간에 은행의 ATM을 이용, 현금을 인출했던 김씨는 현금 인출후 출력된 거래 내역서를 보고 계좌의 잔액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1주일전 체크로 받았던 봉급을 은행에 디파짓 했었으며, 그 이후로 자동차 개스비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데빗 카드를 사용한 기억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다음날 은행을 직접 찾아간 김씨는 은행원에게 “지난 주에 디파짓을 했는데 남아있는 잔액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알아보러 왔다”며 확인을 요청했다. 은행원이 확인한 결과, 역시 최근 1주일 새 디파짓을 했던 기록은 없었다. 은행원은 김씨에게 출력된 계좌 내역서를 보여주며 “디파짓한 기록이 없으니 디파짓한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영수증을 집에 가서 찾아는 보겠지만, 보관을 해놨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디파짓할 당시 은행원이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만일 영수증이 없으면 어떻게 돼냐?”고 묻자, 은행원은 영수증을 갖고 오라는 요구만 반복했다.
김씨는 답답한 마음에 그 길로 집으로 가 영수증을 찾아보니, 다행히 영수증을 버리지 않아 해당 영수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씨가 영수증을 들고 다시 은행으로 가 영수증을 보여주자 은행원은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직접 고객 서비스 센터로 전화를 해보라”는 주장을 다시 반복했다.
순간 억눌러 왔던 화가 치민 김씨는 “영수증을 찾아오라고 해서 찾아왔고, 이렇게 영수증에 입금했던 사실이 정확히 기록돼 있는데 왜 너희 종업원이 실수한 것을 갖고 내게 알아보라고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인 직원이 직접 나와 김씨를 안내했으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은행원이 디파짓 신청용지에 김씨의 계좌번호를 써넣는 과정에서 4자를 9자처럼 적어넣어 오류가 발생했던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당시 계좌번호가 생각이 안나 데빗 카드를 이용, 은행원이 모니터를 보고 대신 계좌번호를 적어 넣었던 것이다. 아무튼 김씨는 이 일로 이날 결국 두 시간을 허비한 데다 고객인 자신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자신들의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원칙만을 강조하는 은행 측의 행태에 분노를 느껴 기분도 말이 아니었다.
# 사례 2
쿠퍼티노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조모 씨(45)는 지난 8월 신용카드 대금을 미국계 C은행에 직접 납부한 바 있다. 보통은 우편을 통해 납부해 왔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그만 입금 기일이 다 됐던 터라 직접 은행으로 가 크레딧 카드 회사의 계좌로 입금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 달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를 받아본 조씨는 지난달 신용카드 대금이 전혀 결제되지 않았으며 여기에 연체료까지 덧붙여져 나온 것을 알게 됐다. 그 길로 입금을 했던 은행에 가 알아보니 이 은행원 역시 입금 당시의 영수증을 요구했다. 조씨는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한달 전의 일이라 영수증을 어디에 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온라인 뱅킹을 통해 조씨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이 기록돼 있어 입금을 했던 사실만은 입증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은행원의 실수로 다른 계좌로 돈이 빠져나갔던 것. 그러나 이 일이 처리가 된 것은 3개월이 지난 최근의 일이다. 은행은 잘못 입금된 것이 확인된 만큼 처리를 약속했지만 그 뒤로도 조씨는 크레딧 카드 회사로부터 계속적으로 대금의 결제와 연체료를 요구하는 청구서를 받아야 했다.
조씨는 “당시 내가 영수증을 잘 보관해 놓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잘못 입금된 구좌 번호를 알아내 처리될 수 있었는데 영수증을 잘 보관하지 않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미국 은행의 시스템이 한국과는 다른 만큼 영수증을 꼭 보관해야 할 필요성을 이번 체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례 1에서 언급된 김씨의 경우, 그래도 영수증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해결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만일 김씨가 영수증을 보관하지 않고 있었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또한 김씨는 이번 체험을 통해 영수증이 있다손 치더라도 분실된 체크를 추적하는데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하고 체크를 발행한 회사에 해당 체크가 결제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등 실수는 은행원이 했더라도 고객이 직접 수고를 해야 하며, 그 해결에도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례 2 조씨의 경우 또한 다행히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금 사실을 다른 형태로 입증할 수 있었지만, 만일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지 않았었다면 영수증이 없는 관계로 이보다 더 큰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었다.
한국의 경우 통장에 바로 입금에 대한 사실이 입력돼 따로 영수증이 필요하지 않으며 확인도 바로바로 되지만, 미국의 경우 체크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해 디파짓을 한 후에도 상당 기간 영수증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또한 입금 시 디파짓 용지에 계좌번호를 정확히 본인이 기입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2’와 ‘5’가 0과 혼동되는 경우, 그리고 ‘4’와 ‘9’가 혼선을 빚는 경우가 잦다.
한국계 은행인 00은행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은행에서 디파짓이나 입금 후 받은 영수증은 최소한 다음 스테이트먼트(거래 내역서)가 배달될 때까지는 보관하는 것이 좋다”면서 “영수증이 있으면 은행 측에서 이상유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스테이트먼트를 받아보면 이상이 없는지를 반드시 확인해 볼 것”을 권장했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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