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전에 새크라멘토에서 출발했지만, 길을 몰라서 6시가 조금 지나 들어선 시상식장의 첫 인상은 ‘나, 큰일났다’였다. 광복절 기념식 특집을 보는 것처럼 시상대 양편으로 화환이 있고, 방송인이 진행을 하고, 식장 전체를 꾸며놓은 꽃들과 장식들, 하얀 테이블보 위의 세팅과 와인, 와인잔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남편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자켓이 없었고, 아이들은 제멋대로, 나는 이 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름을 옷에 붙이고,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시상대 앞쪽에 수상자 테이블이 널찍하게 준비되어 있었지만, 힘이 넘치는 나의 아이들이 먹을 것을 챙기면서 앞뒤로 날아다니느라 엄숙한 시상식장을 뒤집도록 할 수는 없었다. 배고픈 아이들은 남편이 가져다 준 음식들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 아이의 얼굴과 염천석의 시가 있는 시상식 안내서에 은상, 내 이름, 카드로 만든 집이 있었다. 나로 인해 가족이 나들이할 자리가 있다는 게 낯설었다.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수상자 사진을 찍을 때도 아이들과 남편의 기뻐하는 얼굴이 크게 다가왔다.
나는 아이들의 학교와 과외 활동외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식료품도 남편에게 부탁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성당 외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썼다. 내가 나만을 위해 쓰는 유일한 시간이 글을 쓰는 3분, 5분, 어쩌다 잠이 오지 않는자투리 시간들이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새크라멘토 문인 협회의 모임에 나간다. 아이들을 다 데리고 회장님 댁으로 가는데 아이들끼리 노는 동안, 나는 글 쓰는 공부를 한다. 지역에 있는 문인들의 모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아마 준비물은 우리처럼 종류 불문하고 한 달 동안 쓴 각자의 글이 아닐까 싶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하루동안 내가 머리 속에 담았던 생각이나 상상속의 여행을 기록한다.
나는 아이와 지내며 재미있는 순간들, 아름다운 장면들을 기록했다. 아이들이 크면 보여 주려고 짬짬이 써 두었던 것을 조금 손질해서 육아수기로 보낸 것이다. 내 글을 읽기 위해 아이들이 한글을 익힐 거라는 기대도 있다. 글쓰기 대회는 참으로 다양하고 많다. 글쓰기의 의도는 ‘일상의 소중함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것이다. 육아수기의 경우 소중함의 중심에 가족을 두고 있다.
힘들고, 생각이 많고, 외로운 사람들은 글을 써야 한다. 남다른 어려움을 가진 사람일수록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이번 대회에서 내가 받은 것을 적나라하게 밝히자면, 현금 300불, 한국 일보 1년 무료구독, 교포마켓 상품권, 이기자 미용실 상품권, 시셰이도 화장품 세트, 비누 세트와 목욕 수건, 박은주 회장의 저서, 주방 기구 세트(뒤집게류 아니고 가전제품 세트다), 벽시계 등등, 그런데 안 가져 간 선물이 또 있다고 아침에 전화왔었다. 당연히 꽃다발 포함이다. 무지하게 예쁘다. 아쉬운 것은 받은 상품 중에 명함이 없어서 어느 분인지 알리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연례 문화 행사에 기부한 사업자나 개인은 1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려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마음이 모이고 세상이 그만큼 더 아름다워진다. 한 가지 주제넘은 바람이 있다. 시상식에서 아버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 밤에 은하수로 출장을 간다. 이름 붙일 별이 많다. 우기가 시작되면 열리는 은하수로 가는 길은 남쪽 지평선에 있다. 새로 온 별 이름은 Steve Irwin이다. 큰 곰, 사자를 비롯한 맹수들이 많이 따른다고 한다. 이름의 철자 확인을 제대로 하라고 전갈에게서 세 번이나 이메일이 왔다. 전갈에게서 평생 들은 것보다 많은 말을 요 며칠 사이에 들었다. 겁이 없는데다 유성을 능가하는 속도를 가진 별이라 잡으려면 힘이 들고, 출장지가 여름 기온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같이 갈 분은 바지 잠옷을 입고 나오시기 바란다. 양말은 작은 거미의 거미줄이라야 한다. 별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면 당신이 wishing star가 되니, 살신성인하고 싶은 분은 꼭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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