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론
▶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지난 4년 동안 착실하게 성장하여 왔던 미국경제가 2006년 후반에 들어서서 성장세가 줄어들어 식어가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우선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경제수치가 이 현상을 나타낸다. 3/4분기 GDP성장이 겨우 1.6%밖에 안 되고, 무엇보다 주택시장의 하락이 국민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지난 9개월간 중간주택가격이 -2.2% 떨어져 22만 달러에 머물렀고 현존주택판매도 -1.9% 내려갔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도 각각 최근 온건한 수준인 년 5.6%와 4.8%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물가와 임금상승과 실업률이 최근 발표된 퉁계로 좋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잠정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각각 9월에 2.1%와 0.9%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반소비자들의 물가기대치(Inflation Expect ation)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9월 4.0%의 비교적 높은 임금상승률은 들이닥칠 해고의 징후이고, 4.6%의 낮은 실업률은 잠정적 비정상현상이라는 경제진단이 우세하다.
식어가는 미국경제의 우려는 가시적, 단기적인 요인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근본적인 요인에 있으므로 해서 더 증폭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잠재적, 추세적 성장이 취약해 지고 있는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재경제성장(Potential Economic Growth)이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아니하면서 추세적으로 성장해 나아가는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물가의 상승을 가져오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추세로 경제가 성장하는 성장률은 국민경제가 가추고 있는 근간적인 경제힘, 즉 노동력(Labor Force)과 생산력(Productivity)에 달려 있다. 경기순환으로 인하여 국민경제의 가시단기성장률이 얼마간 주춤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경제가 안고 있는 잠재추세성장률이 튼튼하다고 하다면 국민경제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고 적절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더듬어 보면 상승과 하락의 역사를 갖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20세기 초에 3.8%로 비교적 안정한 성장세로 출발하였으나 1930년에 대공황을 맞으면서 2.9%롤 하락하였었다. 2차대전 이후 경제힘이 강해지면서 잠재성장률이 계속 올라가 1960년대에는 미국경제역사상 최대치인 4.1%를 기록하였다가 1990년대 초 2.9%로 하락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IT의 붐으로 3.7%로 상승하였으나 최근 미국경제힘의 약세를 보이면서 역사상 최하치인 2.75%로 떨어졌고, 앞으로 몇 년 안에 2.5%이하로 내려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근간원인인 노동력과 생산력의 약세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미국의 노동력 참여률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67%로 절정을 이루었다가 최근 66%로 떨어지고 2010년에는 64%롤 크게 하락한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노동력이 약하여 지는 원인은 첫째,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하기 시작하여 미국의 노동력이 대거 축소되는 현상이다. 은퇴하기 시작하는 5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비율이 1995년 10.5%이었던 것이 2005년에 13.3%로 늘었고 2015년에는 16%이상으로 폭등하는 추세가 이를 증명한다. 둘째 원인은 여성의 노동력참여가 최근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여성노동참여율이 1960년 40%에서 1999년 60%로 폭등하였었으나 최근 50-60%사이로 떨어지고 있다. 셋째, 10대 젊은 세대의 고용율이 내려가고 있는 현상이다. 1990년대 50%이상이었던 16-19세 10대의 고용율이 오늘날 40%를 겨우 넘기고 있다. 넷째, 주로 이민자들로 충당해 왔던 미국 블루칼라 노동력이 이민정책의 강화로 축소될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노동력의 약화에 더하여 미국의 생산력, 생산성도 최근에 약화되어 가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1.5%에서 2.8%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던 미국의 생산성이 2001-2004년에 4%의 최고치를 구가하다가 2005-2006년에 들어와서 2.2%롤 크게 떨어지고 있어서 미국잠재성장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경제의 생산성은 왜 떨어지고 있는가? 생산성의 증가는 주로 기술개발(Technology Innov ation)과 경영개혁(Management Innovation)에 달려 있다. 1990년 중후반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생산성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IT의 개발과 생산비를 삭감하는 경영개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IT이후 신기술의 개발이 불확실하고 경영개혁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국의 생산성이 2%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고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즉 기업들의 기술투자가 줄고 있고 기업경영의 스캔달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잠재경제성장률의 하락으로 식어가는 미국경제는 실물경제나 금융재정경제의 측면에서 세계경제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업가들과 경제정책결정자들의 새로운 인식이 미국경제계에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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